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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서원 Mar 19. 2018

그로스해킹을 해킹(Hacking)하다

답은 책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있다

학부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저는 참 많은 모임을 참가한바 있습니다. 구성원으로 참여만 한 것이 아니라 모임장으로 운영한 적이 더 많으며 리더로 살아가는 것을 결코 좋아하지 않지만, 내가 완벽하게 원하는 것은 결국 세상어디에도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바라는 이 마음을 접거나 그 이상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원하는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깃발을 들어야 한다가 제 결론이었던것 같습니다. 


그렇게 대학에서 작은 독서모임을 운영하던 저는 페이스북 초창기시절 강남에서 100명급 규모의 독서모임 운영자로 성장했고, 오픈컬리지가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때에 스탠포드의 CS수업, How to start startup, 와튼스쿨 마케팅 등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교육 중심의 1%를 위한 플립러닝 토론식 학습부터 타이포그래피, 미학론, 가죽공예, 신제품연구회, 사교술, HBR모임 등 그곳에서 해보고 싶은 모든 활동을 경험하고 설계하며 그러한 활동의 여정은 자연스럽게 어느 한 곳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모두의 연구소 - 그로스해킹연구실


처음에는 이건 뭐지?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연구라니. 이 사람 진짜 이상한 사람이구나.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 세상이 원하는 일을 하지 않고 예술을 하려고 할까. 이런 활동이 세상에서 호응받을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하지만 저는 모두연 세미나가 열리는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일단 그 이유로는 저는 제가 생각해도 사회일반에서는 한참 벗어난 사람이라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고, 구글에서 영문검색을 할 경우에 가끔 검색되는 그로스해킹(GrowthHacking)을 연구하는 그로스허브랩이라는 곳을 운영하겠다는 참신한 발상에 이런 활동을 진행하는 사람들은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1. 그로스해킹(Growth Hacking)

복잡하게 설명하는데, 줄이면 그냥 비용집행을 줄이는 마케팅 방법론이다.

지금은 이미 한차례 지나간 열풍이긴합니다만 한때 데이터분석과 맞물려 그로스해킹이라고 하는 마케팅 방법론이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고영혁씨가 번역하여 국내에 출판된 이 책은 지금까지의 마케팅과 마케터의 고정관념을 부수고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마케팅을 진행했을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독특한 이론을 전개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책은 그저 그랬습니다. 이미 해외사이트 등을 통해 A/B test와 퍼널구조 중심의 AARRR매트릭스, GA(구글애널리틱스)등은 잘 알고 있었고 그것들 하나하나는 별로 특별할것도 없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냥 원래 있던것들을 그로스해킹이라고 포장한 느낌. 책 후반부에 수록된그로스해킹 적용사례라고 하는것도 그로스해킹 사례라기보다는 그냥 저자가 억지로 붙여서 씌워놓은것 같다는 느낌이었을까요. 내가 원하는 것은 이 대단한 그로스해킹을 직접해본 당신의 직접적인 경험과 소감인데... 그런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고 그냥 그로스해킹이라고 하는 이론 소개. 그리고 그로스해킹 사례라고 주장하는 여러 이야기들. 


그러나 이것은 제가 이미 기존의 방법론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있어서일뿐 많은 분들에게 도움될만한 정보인것은 분명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객관적인 정보. 중심을 잡는 설명. 이런것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이것도 있고 이것도 있다. 그리고 이런 사례도 있다. 이렇게 끝내는 이야기에서는 결국 아무것도 얻어낼 인사이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닥치고 마이웨이. 나는 그냥 내 경험과 판단으로 이야기하겠다. 나는 이런 문제의식과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데 내가 가설을 설정하고 직접 실행을 해보니까 이렇더라. 당신들이 듣고 취할건 취하고 버릴건 버려라. 지독하게 주관적인 프레임이고 왜곡된 정보일수도 있지만 이 정도의 주관적이고 현장감 느껴지는 이야기에서만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힌트와 단서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책에서 단하나 주의깊게 본 것은. 해외에서는 이미 마케터의 요구역량이 달라지고 있다는것. 모든 마케팅은 디지털마케팅이 될 것이며 이 디지털 마케터의 단위에서는 기획/개발/디자인의 모든 역량을 한몸에 갖춘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데이터분석에 필요한 역량과 창의적인 마케팅 역량, 소프트웨어 개발자이자 디자이너로서의 소양을 팀이 아닌 1인이 보유하여야 하고 그러한 이들로 팀이 구성되어야 앞으로의 시대에 앞서나갈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을 읽고 느꼈던 인상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이 만들어낸 그로스해킹 전략이라고 하는 것이 문과베이스의 전략펌 출신의 인재라면 절대 문제를 정의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으니까요.



저는 궁금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이 주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은 나 혼자만의 사고체계로 더이상 생각하기 어려웠고 나에게는 동료가 필요했습니다. 다른 이들이 고민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동료. 비슷한 문제로 고민을 공유하는 나와 전혀 다른 백그라운드를 가진 동료. 내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고 진심에서 우러나올 수 있는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동료. 그럼으로서 내 세계관을 확장하고 싶었습니다.







2. 그로스허브랩의 좌충우돌 연구생활

솔직히 말하자면 모두연에서의 연구활동은 난장판이었다

당시 공간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모두의 연구소(이하 모두연)는 토즈 같은 모임공간을 대여했고 그렇게 만난 우리들은 그로스허브랩에서 함께 연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연구활동이라고 하지만 매주 주제를 갖고 각자가 공부를 하고 모여서 발표도 하고 세미나 방식으로 주제별 토론을 하는 방식이었지요. 그러나 이런 형태의 독립형 모임이 갖고 있는 위험성은 모두연이라고 하더라도 피할 수 없었고 학부시절 조별과제를 하게 되면 일어나는 일들이 똑같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특히 스터디에 참가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패스트캠퍼스 등에서 지원하는 수준의 결과물을 원하는 사람들. 이러한 사람들의 계속된 유입으로 그로스허브랩의 분위기를 흐리는 일이 꾸준히 이어졌는데, 모두연은 그냥 스터디 수준도 아니고 그 이상의 노력을 해야하는 시스템이었으므로 토론에 참여하여 자신의 지식과 노하우를 나누지 않는 사람을 팀원으로 받아들일수는 없었습니다. 


그로스허브랩의 주차별 요구과제는 평범하지 않은 수준이었고 누구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단순하게 그로스해킹 이론에 대해서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와 나눌 수 있는 가치있는 나만의 정보를 가져가 토론주제를 던져야 하는데 다들 전업대학원생이 아니다 보니 쉬운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모임에 참석한다는 것이 일정부분 스트레스이기도 했습니다. 오픈된 모임이었던 랩은 곧 폐쇄형으로 바뀌게 되었고 기존의 고정멤버가 모임을 계속하는 방식에서도 점점 이탈율이 높아지다가 마지막에는 거의 네명 다섯명 수준의 참여인원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우리의 대화는 두서가 없었고, 정리되지 않았으며, 한번 모이면 3시간 이상 토론하지만 결론도 나지 않는 어떻게 보면 답답한 이야기만 계속해서 되풀이하는 모임이었다. 명확한 목적도 방향도 없이 망망대해에 떠있는 중에 과제설정과 비젼을 수립하는 일조차 우리의 몫이었고 당연하지만 모두가 이러한 과정에 참여하기를 바란것은 아니었기에 더욱 힘들었다. 아직 이론조차 불확실한 그로스해킹이라는 것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직접 시간을 들여 해외의 사례를 찾아야 하고 스스로 고민과 성찰을 거듭해야 해야만 모여서 발전적인 토론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모두의 연구소 홈페이지를 놓고 GA를 심고 페이스북 광고와 관련된 사항을 검토하는 것에서, 각자 자신의 홈페이지와 채널을 통해 실험을 하고 그 실험결과를 공유하는 일까지 그 어느것 하나도 단순한 모임단계에서 할만한 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로 얻어지는 것은 당장 그 시점에서는 어느것 하나 눈에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대체 무엇을 한 것일까? 아니 나는 무엇을 한 것일까?


그저 그로스해킹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었다면 책한번 읽어보거나 영문검색으로 해외사례 조금 찾아봤으면 되었을 일입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현명한 방식은 아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저는 그 과정을 통해 성장했고 나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생각과 고민들에 도달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매일 결론이 나지 않는 토론과 삽질을 하는 시간이 이어졌지만 그렇게 보내는 시간과 경험이 수개월에 걸쳐 이어지게 되면서 생각의 체계를 구조화하고 지혜의 영역에 다다를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동안의 삶의 경험으로 직접 운영하며 맨땅에 삽질을 경험한 다양한 형태와 종류의 모임이 매우 많았고 그러한 모임을 하나하나 완료할때마다 성장하는 나 자신을 몇번이나 경험해왔습니다. 모두연에서 그로스해킹을 연구한 시간은 내 삶의 여정에서도 학습의 정점에 있던 시기였습니다. 2015년 어느 겨울날, 이 시점을 기준으로 저는 저만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각성하고 'Strategy Hacking'이라고 하는 그로스해킹을 해킹한 나만의 이론을 시작하게 됩니다.  







3. 나만의 결론: Strategy Hacking

나는 해커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전략가다

결국 모든 것은 전략과 마케팅의 문제입니다. 본래 하늘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이란 없습니다. 그로스해킹이란 것은 사실 원래부터 있던 것인데 기존의 것에서 맥락을 바꾸어 마치 새로운 무엇이 등장한 것처럼 포장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그 구조를 뜯고 해체하면 전략戰略인 것이죠. 그로스해킹은 디지털마케팅이 마케팅이 된 세상에서 충분한 이슈가 될만한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기존 전략과의 차이점은 이것입니다. 그 전략을 실행하는 자가 문과베이스의, 흔히들 전략기획이라고 하면 생각하는 맥킨지나 BCG로 대표되는 전략펌 출신의 인재가 아닌것입니다. 문제정의와 솔루션을 내는 측면에서는 기존의 방법론을 따르고 있으면서도 엔지니어와 디자이너의 역량까지 한몸에 갖추고 있어 그들이 보지 못하고 해결점을 내지 못하는 문제를 들여다보고 직접 실행에 나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가 주인공이라는 것. 


삼국지로 따지면 제갈량이나 순욱같은 서생 출신의 전략가가 아니라 직접 칼들고 말타고 달리면서 싸우는데 전장의 국면을 보고 현장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직접 실행해서 결과를 내는 전략가입니다.


저는 그로스허브에서 그로스해킹이라고 하는 해외의 선진이론에 대한 정보를 놓고 팀원들과 함께 다각도로 관점을 공유하며 서로의 의견과 경험을 교류했습니다. 같은 문제를 다르게 고민하는 우수한 팀원들과 거의 모든 것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처음 제가 그로스해킹에 대해 알고 있던것은 누군가가 올려놓은 피상적인 정보에 불과했지만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문제를 정의하고 실행하는 힘이 싹트기 시작했고 저만의 독특한 관점을 형성할 수 있는 씨앗이 되어 부족하지만 당시 약간의 수정을 거쳐서 퍼널구조를 중심으로 다음과 같은 프레임워크를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성인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실무기관의 등장은 우리 사회에 매우 의미있는 일입니다. 어쩌면 저는 그리 대단치 않은 결론을 위해 어리석은 선택을 한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용을 지불하고 시간을 사는 서비스를 통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을 돌고돌아 고생만 하며 어렵게 살아온것인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저는 20대 초반에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정말 우수한 인재들을 눈앞에서 무수히 마주하게 되었고 그들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생각하는 힘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경험한바 있습니다. 


링에 올라 같은 결과를 낸다 하더라도 그들과 저의 접근방법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저는 누군가가 설계해놓은 방식 그대로 아무런 생각없이 움직이는 누군가의 미니미가 되었을뿐이고 정보를 피상적으로 받아들일뿐 입체적으로 생각하고 구조화한다는 관점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조금만 패턴이 달라지고 비틀어도 개념을 응용하는 방법을 몰라 당황하는것 이상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운이 좋아 그들과 비슷한 평가를 받고 같은 라인에 설 수 있었지만 내심으로는 그러한 행운은 앞으로 마주하게 될 진짜 세상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두려웠습니다.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대로 정체되어 발전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었습니다. 


눈에 띄는 화려한 문구, 전문적인 데이터와 슬라이드, 굉장해보이는 책과 스토리는 분명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손에넣는다 해도 내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그 사람이 내린 정답일뿐 당신의 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가 하는 이야기 또한 당신의 답이 될 수 없습니다. 그저 제가 살아온 나날에 대한 기록일 뿐이니까요. 모두연에서 좌충우돌하며 보냈던 시간들. 누군가는 이게 대체 뭐하는짓이야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결과를 내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지금 당장 나에게 필요한 것은 그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통찰이고 사고의 체계고 의식의 확장이다. 눈에 보여주기 위한 이득을 쫓으며 외형을 추구하고 결과로만 이야기한다는 것은 빠르게 성장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진짜와 만나게 된 순간 느끼게 될 것이다. 내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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