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공포마케팅은 의미가 없다.
마케팅이라고 하는 목표를 현실에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술적 움직임을 취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때로는 시의성에 기반하기도 하고, 공익적 가치에 호소하기도 하며, 이득을 주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의 메시지를 담아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회사들은 '공포마케팅'이라고 하는 전략에 기초하여 독특한 퍼포먼스를 내는 도전적인 방식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항상 긍정적인 감정보다 10배 이상의 파급효과를 갖고 있으니까요. 조절만 잘해서 완급효과를 통제할 수 있다면 위험을 감수하는 것 이상의 가치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 공포마케팅의 전술적 가치이고 그래서 어떤 이들은 통나무 외길과도 같은 이 길을 걸어갑니다.
공포마케팅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바로 위의 이미지입니다. 어린시절 버스광고에서 자주 마주쳤던 담배와 흡연에 대한 경고문으로 대표되는 보건복지부의 금연캠페인입니다. 흡연을 계속하게 되면 끔찍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심어주는 것이 주 목적인데요 제 경우에는 그리 좋지 않은 경험으로 남아있습니다.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는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고, 캠페인 자체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갖게 되었는데요. 이런 경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공포마케팅이라고 하는 것을 대놓고 선전포고하는 전형적인 패턴으로 인식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공포마케팅은 이렇게 불쾌하고 단순하지 않습니다. 좀 더 복잡한 기법이 가미되어 있고, 고객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합니다.
최근, 크라우드 펀딩과 관련한 성공사례를 검토하던중 와디즈를 통해 5억 이상의 펀딩을 유치한 디랩(대디스랩)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코딩교육학원을 다른 맥락에서 접근하며 훌륭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 돋보입니다. 디랩이 펼치고 있는 전략은 본질적으로 공포마케팅 전략입니다. 그러나 아마도 디랩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고객들은 그것을 공포마케팅이라고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다가올 4차산업혁명이 이끌게 될 혼란의 시대는 충분히 두렵지만, 디랩이 제공하는 우수한 서비스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은 믿음과 신뢰가 생기니까요. 그 정도로 현실의 마케팅 전략은 세련미 넘치고, 정교하고, 고객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다양한 패턴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공포마케팅은 이렇게 써야한다는 가이드라인과 같은 사례. 디랩의 마케팅을 검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충분히 불안해하고 있다면 굳이 그것을 강조할 필요는 없으니까.
디랩에 들어가면 디랩대표분의 이야기가 자동으로 재생됩니다. 이분 말을 참 잘하시더라구요. 재미있는건 공포에 기반한 불안심리 마케팅을 전개하면서도 활짝 웃으면서 담담한 목소리로 음악과 함께 이야기하니까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대표가 하는 이야기를 끝까지 듣게되고 믿음이 서리게 됩니다. 유튜브영상을 끝까지 다 보게 되는 것도 꽤 오랜만의 일이지만 아마 다른분들도 그렇지 않을까.
이미 4차산업혁명이 다가오게 되면 많은 사람들의 일이 로봇으로 대체되게 될 것이고 인간이 로봇의 생산성을 따라갈 수 없으리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굳이 뻔한 사실을 건드려서 시간낭비를 할 필요는 없는 것이죠. 불안감이라고 하는 것은 상대방이 자각하고, 인정해야 느끼게 되는 것이지 내가 주장한다고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콘텐츠의 본질은 공포마케팅, 불안심리를 조장하는 마케팅이지만 그런 이슈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짧게 지적하고 대부분의 이야기는 앞으로 다가오게 될 미래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디랩의 철학과 시대의 흐름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는 담담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그러나 이러한 디랩의 이야기를 Rawdata상태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뜯어보고, 분석하고, 구조화해보면 부드럽게 흘러가는 내용 대부분이 대한민국의 공교육을 믿지 않고,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며, 이미 선진국들은 저만치 앞서가고 있어 이대로라면 도태될것임을 암시하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디랩 대표님의 자신감에 찬 이야기에 가려지고, 적극적인 분위기에서 신나게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감동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디랩이 지금까지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노력해왔는지 이야기를 풀어내는 모습이 신뢰를 갖게 되기 때문에. 그리고 점점 영상이 흘러가게 되면서 고조되는 멜로디의 선율이 신나는 음악으로 바뀌어 가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코딩교육 시장에서의 영업과 마케팅이 정확하게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얼핏 보이는 문구들은 자극적이고, 불안감을 조성하고, 학부모를 당혹스럽게 하는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이미 앞으로의 세상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를 재차 반복할 필요가 있을까요. 오히려 필요한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우리가 얼마나 노력해왔고, 어떤 그림을 그려내고 있고,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가 아닐까요.
사용자경험을 중시하는 수준이 다르다
디랩이 보여주는 전략은 모든 측면에서 기존 코딩 프랜차이즈 학원들과 '압도적'으로 다른 수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냥 다른 것이 아니라 '압도적'차이. 디랩이 내는 퍼포먼스는 일반적인 교육회사 수준이 아니라 메이저 스타트업의 기준을 따라갑니다. 조직역량 자체에서 그냥 다른 곳입니다.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디랩과 다른 코딩학원들의 서비스가 그렇게 어마어마한 차이가 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전달하는 맥락에 있어서 디랩은 IT스타트업 수준의 기준을 갖고 사용자경험을 고려한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철저하게 고객지향적으로. 철저하게 서비스를 준비해 제공합니다. 그러니 어떻게 감동하지 않을수 있을까요.
디랩이 운영하는 각 과정별 커리큘럼에 대한 소개입니다. 분명 한국에서 하는 한국의 코딩교육학원일텐데 마치 스탠포드대학의 수업 커리큘럼을 연상케하는 카테고리로 과정이 설계되어 있습니다. DS-101, DC-201 저에게는 꽤 익숙한 형태의 과목명이군요. 굳이 '아두이노로 제품만들기'가 아니라 이와 같은 코스웍을 설계한 것은 여러가지 의미를 담고 있을 것입니다. 정말로 디랩이 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일본이나 다른 곳에서 와서 같이하자고하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한 것은 스탠포드의 수업명이 'CS50'등으로 불리고 있다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며 글로벌 동향에 대한 리터러시가 확실한 사람들이. 그러니까 일반적으로는 교육업에 종사하기에는 지나치게 뛰어난 역량있는 사람들으로 인적조직이 구성되어 있는 것입니다.
여러 학부모를 모시고 운영하는 행사. 아마도 많은 교육회사들이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학예회 발표 같은 것을 진행할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 행사 또한 디랩이 진행하는 학부모 참관 행사일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디랩은 기존 교육회사의 관점과 기준에서 이 행사를 진행하지 않습니다. 이 정도면 거의 스타트업 수준의 행사입니다. 모든 것이 그러한 감성을 전달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디랩은 코딩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창업가경험을 제공하는 곳이니까요. 디테일한 것 하나하나를 다 잡아내며 학부모들에게 최고의 만족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세련된 형태의 동영상으로 편집해 온라인에 공유합니다. 코딩놀자, 플레이소프트, 코딩플러스, 아이디어큐브 등 그 어떤 코딩교육학원들도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없었습니다. 물론 카페도 스타벅스가 있으면 이디야도 있는 것처럼 다양한 사업모델이 존재하겠지만 디랩의 포지셔닝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것 같습니다.
저는 매우 주관적인 사람이라 칭찬일변도의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지만, 솔직히 교육회사의 퍼포먼스 라기에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퀄리티입니다. 동영상이 시작할때 보여주는 포맷구성과 음향까지 매력적일 정도니까요. 이 팀은 스스로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결국 기업가정신이다
디랩이 강조하는 것은 '소프트웨어 교육을 통한 창업가경험'입니다. 코딩교육이 의무화 된다고 해서 그냥 코딩코딩하는 것이 아니라 코딩교육을 통해 가져가야 할 미래비젼에 대한 그림을 제대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죠. 디랩 대표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일반인이 사용하지 않는 단어와 표현, 문장을 수월하게 구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냥 장사꾼이 물들어올때 노젓겠다는 방식으로 코딩교육시장에 들어온 팀이 아니라 확실한 비젼과 미션을 갖고 이 판에서 진정성을 갖고 결과를 내보겠다고 하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왜 발표를 하는 아이들이 후드티를 입고 있을까요. 그것이 스타트업 문화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왜 단상위에서 발표를 하고 있을까요. 스티브잡스와 주커버그 같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요. 디랩은 단순한 코딩교육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코딩교육은 수단과 방법일뿐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것은 주니어 스타트업임을 강조합니다.
아이들이 박시한 후드티를 입고 IR을 하듯이 단상에 서서 사업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이 광경을 보게 되면 누구라도 디랩에 아이들을 맡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이러한 경험을 하면서 도전과 성장에 대해 자연스럽게 익숙해진 아이들은 대체 어떤 미래를 살아가게 될까요. 그것이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큰 경험적 자산을 축적하는 것은 분명할 것입니다. 20살이 되기도 전에 보유한 특허가 수십개가 될 것이고, 직접 만든 홈페이지와 시제품이 수두룩할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러한 외형적 조건이 아니라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해나가는 기업가정신을 배우고 소프트웨어적 사고방식을 학습했다는 것에 있습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뛰어난 학습능력과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것이겠지요.
디랩은 코딩교육을 주니어스타트업이라고 하는 방식으로 풀어냄으로서 이 업계의 끝판왕과도 같은 위치를 선점하게 되었습니다. 디랩의 방식이 좋아보이겠지만 하이엔드의 포지션을 차지한다는 것은 마냥 좋기만 한 일은 아닙니다. 그만큼의 결과를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고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 순간 무너지게 됨을 의미합니다. 즉 장사꾼 마인드로 일궈낼 수 있는 문화와 디테일이 아닌 것이죠. 뛰어난 인재들로 구성되고 그들에게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는 기능적 조직과 우수한 문화가 있는 팀만이 이런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단순하게 코딩교육 시장에 진출해 수익을 내고 싶다면 주니어 스타트업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갔으면 될 일입니다. 카페시장에 스타벅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디야도 있고, 주시도 있고, 커피만도 있는 것처럼요.
공포마케팅은 매우 훌륭한 전술적 선택이다. 단 고객에게 완전한 대안을 제시하고, 신뢰받고, 인정받을 수 있을 때에만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겁만 주는 것은 공포마케팅이라 할 수 없을 것. 디랩의 사례를 잘 살펴보고 그 패턴을 구조화해보면 공포마케팅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한수 배워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