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대체 누구냐?!
얼마전 SNS를 하다가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바로 다음아닌 이마트의 스폰서드인데요. 이마터즈 능력시험이라고 하는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마치 수학능력시험처럼 대단위 시험을 펼치는 형태로 별도의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기존에 없던 SNS서포터즈를 운영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저는 그 광경을 보면서. 그만 인정하고 말았습니다. 어쩔수 없는 디테일의 치밀함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물론 해외에서야 이벤트 진행을 위해서 별도의 홈페이지를 개설해 운영하는 일은 워낙 당연한 상식수준이고 실제로 이것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편리한 서비스도 존재합니다만 이런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는 국내기업은 거의 보지 못했던것 같습니다.
이마트는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쿠팡 등 온라인 커머스 사업에 대항하기 위해서 전통의 유통강자만이 취할 수 있는 스타필드 전략으로 사람들을 교외지역으로 끌어내는데는 일단 성공했습니다만 그 이후로도 진행되는 마케팅마다 모두 하나같이 흥미진진한 일들뿐입니다. 이마트는 과연 이렇게 끌어낸 스타필드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음식 등 먹거리 수익과 이마트트레이더스 외에 유의미한 수익활동을 맺을 수 있을까요. 이마트가 출시한 노브랜드와 피코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물론 이마트는 유통공룡으로 표현되는 굴지의 대기업인만큼 충분한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잘하기 위해 진행하는 마케팅이므로 누가봐도 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비슷한 수준의 국내기업기준으로 이마트정도의 마케팅 역량을 보여주는 회사가 많지 않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저는 이마트의 이마터즈 스폰서드를 보면서 작년 한해 이슈몰이를 하며 지나갔던 배달의 민족의 치믈리에 마케팅을 떠올렸습니다. 치킨감별사라고 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자격시험을 만들어 듣도보도 못한 마케팅으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배민의 마케팅. 노브랜드와 피코크 등 다양한 상품라인을 갖고 있는 이마트의 모든것을 탐구하는 세상에 없던 SNS서포터즈를 구하는 이마터즈 능력시험은 그 구성원리에서 배민의 치믈리에 패턴과 굉장한 유사점을 갖고 있습니다.
비용을 집행하는 마케팅 방식을 거부하고, 이슈를 창출해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 패턴을 갖고 있다는 것.
기존의 마케팅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마케팅 반란자입니다.
이마트. SNS서포터즈의 기준을 다시 세우고 업을 재정의하다
많은 회사들, 기관들이 자신들의 브랜드와 이벤트를 홍보하기 위해서 SNS서포터즈라고 하는 것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런 형태의 대외활동에 참여해본적이 없어 뭐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그 효용성 측면에서 과연 SNS서포터즈라고 하는 것이 조직에서 자원을 투자해 진행할만한 프로젝트인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이 의문은 단 하나의 물음에서 출발합니다.
타겟고객을 대상으로 효과적으로 브랜드를 알릴수 있는 마케팅 활동인가 아닌가. SNS서포터즈란 말 그대로 온라인상에서 SNS상에서 기업에 도움이 되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브랜드 옹호자를 키우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브랜드 옹호자가 실제로는 그만한 역량과 공감을 살 수 없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면 결국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어떤 고객도 그런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입니다. 세상에 널리고 널린것이 정보고 이야기인데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관심도 가지 않는 이야기를. 그것도 Ctrl+C, Ctrl+V해서 복사후 붙여넣기한듯한 천편일률적인 이야기에 소중한 자신의 시간을 투자할 사람은 없을테니까요. 문제는 현 시대 SNS서포터즈의 현실은 딱 이정도의 수준이라는 것에 있습니다.
뭔가 목적을 갖고 마케팅 활동을 진행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것은 '마케팅'이 아니라 '마케팅 비슷한 것'에 가깝습니다.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는 마케터 조차도 온라인 상에서 브랜드 옹호자를 키우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해 가진바 전부의 역량을 투사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상층부에서 내려온 가이드라인에 의해 그냥 SNS서포터즈 우리도 해야 한다고 하니까 다른 일들로 바쁘지만 일단 우리도 구색은 맞춰보자. 그래도 안하는것 보다는 낮잖아. 이러한 상황이 대부분입니다.
이마트의 이마터즈 마케팅 캠페인. 이것저것 벗겨놓고 보면 결국 멋지게 잘 포장한 SNS서포터즈 활동입니다. 다만 이마트의 관점에서 기준을 다시 세우고 업을 재정의한다. 노브랜드 매장에 가면 볼수있는 사명문처럼 똑같은 것을 다르게 표현하는 맥락의 구성이 돋보이는 SNS서포터즈인것이죠.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세상에 없던 SNS서포터즈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마트의 메시지는 앞으로 기업의 SNS홍보활동이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매뉴얼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친절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소비자의 눈높이는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찍어내는 마케팅으로는 고객과 공감대를 공유하며 커뮤니케이션 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SNS활동에 노력을 기울이려고 하는 회사라면 SNS서포터즈라고 하는 활동의 본질이 무엇인지 우리가 커뮤니케이션하려고하는 브랜드 옹호자들은 과연 어떤 이들인지. '가치'의 관점에서 고민하고 '본질'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아야 하지않을까요.
기존 조직들이 SNS서포터즈에 대해서 실비도 지급하지 않고 소량의 상품등을 증정하는 수준에서 명목상으로만 운영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금까지 온라인이란, SNS란 그 정도의 수준이었으니까요. 주류의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머무르는 공간이라기보다는 그냥 조금 특이한 곳, 새로운 공간. 이정도의 인식이 기성세대의 사고입니다. 하지만 이제 모든 마케팅은 디지털마케팅이다라는 표현이 심심치않게 들려오는 시대가 되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하나가 되어 연결되는 세상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SNS마케팅이란 기존의 방법론에서 벗어나 새롭게 정의되어야하고 기준을 다시 세워야하며 기존 대비 10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한 분야가 되었습니다. SNS에 대한 기준과 관점은 달라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여전히 그 회사들은 '마케팅'이 아니라 '마케팅 비슷한 것'의 수준에서 벗어날 수 없을 테니까요.
정정한다. 그냥 이상한 놈들이다
이마트의 활동과 교차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마케팅 캠페인으로는 배달의 민족이 있습니다. 제대로 된 이슈몰이는 사실 국내에서 배민이 먼저 해왔지요. 이 독특한 마케팅의 기원. 그리고 이 배민 마케팅의 기원을 따라 올라가면 그 상위에는 결국 글로벌 코카콜라의 브랜드 마케팅이 있지요. 배민이 추구하는 수상한(?) 행동들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압권은 역시 작년도에 실시한 치믈리에 자격시험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어지간히 시험과 자격증을 좋아하나봅니다.
배민의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들. 너무 많고도 많아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냥 배민은 마케팅 잘한다. 여기는 창의적인 조직문화가 있다. 디자인중심의 기업이다. 김봉진 대표가 연예인에 필적하는 스타성을 갖고있다. 뭐 이런 이야기보다는 배민의 마케팅 전략을 뜯어보고 철저히 해체해 덩어리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치믈리에 마케팅 = 소믈리에의 패턴을 외식의 대표 마스코트 치킨에 적용하여 치느님 문화를 부흥
치믈리에 자격시험 = 적용의 단위에서 한국인에게 익숙한 수학능력시험 패턴과 자격증 패턴을 추가
체험과 사용자경험 = 브랜드 옹호자를 키우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배민을 체험케하는 구조를 설계
배달의 민족이 자신의 마케팅 활동을 진행한다고 하면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선택은 쿠폰 등의 이벤트 마케팅입니다. 배민이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을 일정부분 포기하고 특별한 날에 특별한 할인을 컨셉으로 고객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할인마케팅을 진행해 뭔가 고객입장에서 이익을 보는것 같지만 단타에 머무를 고객을 장기적인 라운드로 끌고감으로서 최종적으로는 배민이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죠. 이런저런 말들로 포장해서 화려무쌍하게 보여주지만 결국 본질은 할인마케팅입니다. 브랜드 마케팅을 진행한다고 하면 지금껏 해왔던대로 유승룡 등의 배우등을 기용해서 고퀄리티 동영상 콘텐츠로 키치한 컨셉을 담아 스폰서드를 태우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특유의 음성으로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배달의 민족!'하면 브랜드 마케팅이 끝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배민은 이런 활동들을 하고 있으면서도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항상 이상한(?) 짓을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쉽지않은 일입니다. 일이 보통 많은 것이 아닐텐데 계속해서 일을 만들어내는 것이니까요. 배민의 이상한 활동으로는 가게 사장님들을 모시고 강의활동을 하는 배민아카데미가 있고, 대한민국 배달대상 등 파트너쉽을 맺고 있는 가게사장님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 지금도 새로운 이상한(?)짓을 꾸미며 음모를 세우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굳이 안해도 될 엉뚱한 일에 시간과 자원을 소모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관점으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사의 브랜드를 사랑하는 브랜드 옹호자, 에반젤리스트를 확보한다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배민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행복하게 해주는 가치관을 지향하면서 한발먼저 움직이는, 꾸준하게 움직이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체를 무료로 배포하고, 배짱이라는 클럽을 운영하고 치믈리에 같은 대중캠페인을 하는것. 마찬가지로 모두가 배민의 에반젤리스트를 만들기 위한 활동입니다.
확고한 1위의 자리를 유지하는 것. 비용을 집행해 광고를 태우는 방식으로 달성할 수 없습니다. 내가 주장한다고 해서, 유명한 배우를 출연시킨 광고를 주구장창 틀어준다고해서 사람들이 곧 그 메시지를 받아들인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배민은 그럴바에야 과학적으로 문제를 고민하고 시간을 들여 기획회의를 함으로서 배민과 커뮤니케이션하기를 원하는 최상단의 고객리스트를 뽑아 그들을 대상으로 행복을 주는 문화기획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서 소수의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전달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입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실패하는 순간 후폭풍이 닥칠 것입니다. 그럴바에야 애매한 타게팅을 대상으로 골고루 마케팅하는 것이 안정적인 매출을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배민은 지금껏 성공했고 혁신에 혁신을 거듭했습니다. 그들의 활동은 진정성에 기반하고 있고 이러한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이 온라인을 통해 자발적으로 퍼져나갈것을 믿고 있으니까요.
앞으로 회사는 살아남기 위해 반복적으로 업의 전환을 가져갈것이고 마케터는 기술벤처회사로 입사해 도소매 유통업체로 변신하고 라이프스타일브랜드로 , 공연기획회사로 바뀌어가는 카멜레온 같은 회사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분명 내가 입사한 회사는 기술벤처인데 정신차리고보면 공연기획을 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는 것이죠.
점점 전통적 마케팅 방식을 벗어나 듣도보도 못한 해괴한 짓을 하는 브랜드들이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이 말은 곧 마케터의 업무부담이 갈수록 강도를 더해갈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경쟁사보다 앞서가기 위해서는 그들이 하는것보다 더 빠르게 달려가야 합니다. 언제나 실행. 실행. 실행을 반복해야만 합니다. 더 빠르게 달려가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는 회사가 갖고 있는 업의 본질을 재해석하여 전혀다른 범주에서 마케팅을 진행해 신규고객을 확보하고 브랜드 로열티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이마터즈와 배민의 치믈리에처럼요.
이제 앞으로의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이제 마케팅 전략과 그것을 해낼수 있는 인재로 요약됩니다. 앞으로 모든 브랜드 활동은 고객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는가에 따라 결정나게 될것입니다. 야놀자가 사람들을 초대해 클럽을 운영하는것과 여행커뮤니티를 지원하는것도 누구도 생각치 못했던 일입니다. 배민이 치믈리에라는 행사를 진행하는 문화기획회사로 변신할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마트가 이마터즈라는 SNS서포터즈를 이렇게 거창하게 운영하게될것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과거의 마케터는 공식에 따라 비용을 집행하는 조직순응형 인물이 대세였겠지만 앞으로의 마케터는 삐딱한 반란자들이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이마터즈. 저도 한번 해보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