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시대가 도래했어요. 어쩌면 새롭고 강력한 메타 세상의 공동체가 블랙홀처럼 가족 개인을 빨아들이고 있어서인 것 같습니다.
가족이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잠을 자고 함께 주말을 보내지만, 모두 온라인 세상이 개별 가족의 생각을 온통 지배하고 있습니다. 어제 하루만 그런 것이 아니에요. 오늘도 그렇고 내일도 그럴 것입니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현실 가족은 이제 뭔가요? 현실 직장도 현실 마을도 하물며 현실 도시와 현실 국가 오대양 육대주가 모두 변화를 맞이했어요. 예측불가 현재 진행형으로 프로토입니다. 변화의 방향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저는 예상을 하지 못하겠어요. 방향은 알겠지만 그것이 가져올 다방면에서의 파급력이 아직 그려지지 않습니다. 코로나 이후 격변은 이미 시작 됐고, 이 변화가 정착되는 것과 동시에 더 많은 변화는 동시다발적으로 또 진행되고 있습니다. 산 너머 산이죠.
강산이 변하는데 10년이 걸린다면, 강산보다 보잘것없는 생명인 나작가가 메타 세상에 발맞추어 변화하는데도 분명 10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리 오랜 시간을 치열하게 살아내야 그나마 변화의 흐름을 탈 수 있습니다. 포기가 목적지보다 가깝게 느껴져요. 메타 세상이건 웹 삼점영 세상이건 안 보고 안 들으면서, 지나가던 선량한 누군가가 카드를 구멍에 끼워 줄 때까지 순두부 하나 돌솥비빔밥 하나 눌러 줄 때까지 키오스크 앞에서 하염없이 서 있는 게 차라리 편할지 모른다는 꾀를 부립니다. 하아, 포기하고 싶다!!!
커뮤니티 수 만 개, 배울 것은 수 억 개.
제가 짧게나마 겪은 메타 세상의 역동적인 현실입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젊은이들이 헛발질하지 않으려 자기계발서를 그리 찾고, 효율성 백프로의 성공법칙을 그리 연구했구나. 나태함을 채찍질하는 이기는 습관이 치열하게 필요했고, 하루를 쪼개는 투두리스트는 밥을 안 먹어도 반드시 쓰고 지워야 했구나. 그만큼 할게 많았구나 이해하게 되었어요. 이제 안 할 수 없어서 해 보니, 투두리스트는 직장에 하나 핸드폰에 하나요, 자기계발서 너머 인문학 철학책을 끼고 다녀야 멘탈이 잡혀요. 무너져요. 저는 할까 말까 고민하는 그래도 배부른 팔자인데, 젊은 이들은 안 하면 생존이 불가능하잖아요. 절박하지요. 자기계발서에 기대고 이기는 습관을 다짐하고 또 다짐해야 '배울 것 수 억 개' 배울 수 있지요.
그래도 부럽긴 합니다. 어찌나 빨리 배우는지 골치 아프다는 용어는 사전에 없고요, 일단은 오타 만 개인 저와는 차원이 달라요. 솔까 부럽긴 합니다.
"얄개시대 혹시 아세요?"
......
"수사반장은요?"
......
"전원일기는? 혹시? 그것도 모르......?"
......
으음 !!!
(앗! 그렇지!)
" 그 그, 응답하라! 1988! 그건 아시죠?"
그때는 가족이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잠을 잤을 뿐만 아니라, 같은 생각을 했고, 함께 느꼈고, 가족 몇 개 모인 게 그게 오카방마을이었고 그게 커뮤니티이웃이었어요. 구판장에서 함께 텔레비전 보면 그게 오카방벙개고, 어느 집 들마루에서 모두 모여 옥수수 쪄 먹으면 그게 커뮤니티 정모였던 거죠. 전원일기 모르면 간첩신고도 진짜 당했을 겁니다. 물리적인 거리만큼 구판장오카방 들마루커뮤니티가 자동으로 생겼고 먹고사는 일까지 겹겹이 겹쳐 끈끈했어요. 근데 이런 고리짝 이야기는 두 아들에게는 못해요.
두 아들이 가끔 엄마를 사이에 두고 하는 말.
"엄마는 옛날 사람이니까......"
그렇죠. 맞죠. 옛날 사람이면 또 어떻습니까? 회한에 잠겨 옛날 생각 한 번 해 봤어요.
뒤 돌아보아야 멀리뛰기랍니다. 저보다 더 오래 사신 더 옛날 사람, 어느 어르신의 말씀입니다. 아쉬움에 뒤 한 번 돌아봅니다. 멀리! 더 멀리 뛰려고요.
앞으로는 개인 전성시대입니다. 개개인이 자신의 고유한 콘텐츠를 온라인에 가시화해야 합니다. 적어도 메타버스 세상 안에 존재하려면요. 개인 전성시대에 겨우 무늬만 흉내 내서는 일천한 바닥이 금새 드러나니까요. 좀 괜찮은 진짜 괜찮은 사람으로 욕심내야 합니다. 오프라인에서도 물론 괜찮은 인격 욕심내어야 합니다. 그 인격이 온라인 속에서 제대로인 테크 실력과 결합해서 괜찮은 아바타로, '보아 줄만'한 개인으로 브랜딩 되어야 합니다.
따르기에도 손색없이 멋진 개인이면 더 좋겠지요? 누군가 벤치마킹할 정도의 실력이 되면, 누군가 벤치마킹할 만한 괜찮은 브랜딩이면, 그땐 마치 떠밀린 듯 어깨 힘주고 새로운 꿈을 꾸어 보아도 좋을 것 같아요. 괜찮은 나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 슬슬 시작해 볼까? 괜찮은 나로 브랜딩도 탄탄하니 슬슬 수익화 한 번 시도해 볼까?
개인 전성시대에 방황하며, 나는 누구이고 여긴 어디인지 헤매지 않으려면 결국 '나'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현실의 '나' 뿐 아니라 메타 세상에서의 '나'까지 흔들림 없이 탄탄해야 합니다. 테크뿐 아니라 마음도요.
가끔 두 아들이 저보고 '옛날 사람'이라고 합니다.
공부해야겠어요. 저 옛날 사람 아니거든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