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대명절 추석입니다. 추석 한 달 전부터 이미 시장은 들썩이고 있고요, 오카방에 슬슬 올라오는 명절증후근이 시작됩니다. 어떻게 하면 이 거대한 날에 잘 가족과 지낼 수 있을까요? 아니 왜 잘 못 지내는 걸까요? 무엇이 문제일까요? 질문부터 와르르 던져 봅니다. 왜 명절만 되면 모두가 스트레스를 호소할까요?
누군가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만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 누군가를 위한 위로와 공감 대책이 없이 힘든 것을 지켜보기만 할 뿐 짜증내기만 할 뿐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모든 것을 꼬옥 해결해야만 하는 것이냐 물을 지도 모르겠어요. 그건 아니죠. 하지만 힘들다는 사람이 사회를 이루고 집단을 이루고 살아가는 지금 언제까지나 외면하기만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아닐걸요?
아이를 낳지 않고, 결혼을 거부합니다. 누가요? 일단 내 딸이 그래요. 내 딸이 없으니 죄송합니다. 우리의 딸이 그렇습니다. 자라나는 우리 딸들이 그럴 것입니다.
제일 좋은 날이 추석날입니다. 이 날 외엔 해결하기 마땅한 더 좋은 날이 없지요. 그런데 어려워요. 쉽지 않습니다. 나작가는 임팩트한 한마디 말을 잘하지 못해 답답한 마음에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할 말은 많은데 말은 잘 못하는 1인입니다. 원하는 것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어떻게 남은 엄마의 숙제를 해야 할까요? 그것도 꼭 추석날에 이루어져야 할 숙제입니다. 숙제를 내일 제출해야 하는 어린아이처럼 추석날은 마음이 무겁습니다.
아들 둘인 나작가는 조금 성의 없을 수 있음에 유의해 읽어 주세요. 아들 둘 엄마라 죄송합니다. 그러나 우리 반 이쁜 딸들을 위해서, 그리고 소중한 고모의 딸을 위해서 꼭 말하고 싶고요, 어린 시절의 나와 그때 힘드셨던 어머니. 누군가의 소중한 딸들을 생각하며 이 글을 씁니다.
할 말이 있다는 것, 해야 할 숙제가 있다는 것, 올해는 아니더라도 내년이 있다는 것 일단 적어두고요. 사랑하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될 것이라는 것도 기억해 둡니다. 남편과 살아보니 잘 알겠더라구요. 아들을 키워보니 잘 알겠더라고요. 옳은말 바른말 아무리 해야 소용없더라고요. 어르고 달래고 우쭈쭈 해 달래요. 특히 막내가요. 잔소리도 싫고 내버려 두라고 벌써부터 그럽니다. 추석날의 엄마 숙제가 있는데 조용히 있으래요 내버려 두래요. 가족은 분명 더 그럴 거예요. 그냥 내버려 두라고, 이대로 하자고 하던 대로 그대로 올해도 그리 하자고 시끄러운 거 싫다고 분명 그리 짜증 낼 것입니다.
어뜨케
숙제를
풀까요?
답답한 마음에 오탈자로 삐딱한 마음을 표현해 봅니다. 숙제는 가슴에 새겨두고 적어두어야 합니다. 기록이 성공이라는 말은 진리인 듯합니다. 꼭 적고 밑줄 쫘악 그어 놓아야 해요.
관계의 주도권을 쥐어야 해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어요. 이기기 위해 한 발 물러서야 하기도 하고, 때로는 뺨을 맞으면서도 할 말 해야할지도 몰라요. 표현이 틀렸네요. 이기는 건 아니죠. 우리의 딸들을 위한 숙제죠.
관계는 경청입니다. 경청은 듣기라고 하네요. 다 들어주고 그다음입니다. 잊지 말고 추석 때마다 말해야 합니다. 말하기 어려우면 열 번 적습니다. 더듬어 보니 시어머니는 중얼중얼 기법을 사용하셨어요.
음식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아버님의 물심부름까지 하고 나서 어머니는 조상님의 위패 앞에서 한복 곱게 차려입고 조상님께 감사부터 중얼중얼 시작하시니 결국 내년부터는 못 드린다 죄송하다 그래도 지켜달라 자식 잘되게 해 달라 사업 잘 되게 해달라 중얼중얼. 아버님과 사전 협의도 없는 중얼거림은 계속됩니다. 그때부터는 조상님 앞에 의식을 치르는 중이기에 아무도 제지를 못하기도 했고, 할 말을 그 앞에서 다 하시더라고요.
어머니와는 달리 저는 대놓고 말하는 기법을 사용했던 거 같아요. 근데 추석날 제사 문제 친정가는 문제로 대놓고 말한 건 아니었어요. 기회가 왔던거 같아요. 만만치 않은 며느리임을 어필할 기회가 왔어요. 그 만만치 않은 며느리가 내 아들을 살리고 내 손주를 지키겠구나 깨달으실 기회가 왔 던 것 같습니다. 그땐 몰랐어요. 그게 추석날 우리 집안의 풍경을 바꿀 줄은 몰랐는데 시부모님께서 영향을 받으시더라고요.
저의 대놓고 말하는 기법은 남편, 그러니까 시아버지의 아들의 일로 대놓고 말했어요. '남편이 스트레스받고 있다. 중략 . 아버님이 결단하셔야 한다.'이런 스토리였어요. 이 과정에서 강아지 또또처럼 귀염만 부려야 할 며느리였던 제가 만만치 않은 아들의 수호자로 강하게 어필되었더라고요. 어려운 시아버지에게 눈 똑바로 뜨고 변화를 요구했어요. 그 단 한 번을 시아버지는 기억하시고, 추석날도 설날도 저를 귀여운 강아지 또또로 보지 않으시고 나란히 격상하여 존중하시더라고요.
한 번은 아주 쎄게 존중받아야 하는데 그게 꼭 추석날은 아니어도 된다고 말씀드려 봅니다. 우회로 쳐도 승리하고요. 이순신 장군이 공격하라를 외치던 한산도 앞바다 꼭 그 시간과 그 장소 아니어도 우린 승리했을 겁니다. 다른 장소 다른 공간에서 학익진을 펼쳐도 이겼을 겁니다. 결국 기싸움에서 주도권을 쥐느냐 뺏기느냐 일 뿐, 반드시 한산도 앞바다 아니어도 되었어요. 주도권을 내려놓지 않으면 결국 그날은 옵니다.
엄마의 숙제를 마음에 적어두고, 추석날은 열 번 기록합니다. 기록하면 성공합니다. 이 번 추석이 아니어도 언젠가는 이루어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