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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수 Apr 29. 2024

꼰대와 멘토는 한 끗 차이

꼰대와 멘토는 한 끗 차이

꼰대는 원하지 않는데 조언을 하면 꼰대입니다. 강렬하게 필요로 하거나 원할 때 조언을 하면 그 어떤 조언도 모두 나를 위한 조언이며 그는 나의 멘토입니다. 


그런데 요즘 직장에서 내가 하는 그 어떤 말도 꼰대의 말로 들릴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입니다. 결국 직장에서 나보다 젊은 분들은 나에게 그 어떤 조언도 원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칸칸이 각자의 교실 혹은 각자의 업무 부스 안에서 콘크리트 벽이나 칸막이 벽을 가림막으로 하고 자기만의 세계 속에 살아갑니다. 


글을 쓰고 있노라니 남편이 뚫어져라 내 글의 제목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당신은 집에서 꼰대가 될 테니 나는 아이들의 멘토가 되라고 합니다. 틀린 말도 없군요. 집에서 누군가는 잔소리를 해야 하고 공부하라고 일정을 체크해 주어야 하고, 그만 자고 일어나 학교 갈 시간이라고 이불을 걷어내야 하니까요. 한편 누군가는 마음 상한 아이의 마음을 위로해 주어야 하는데 그가 바로 아이의 위로이자 멘토가 되겠지요.


오늘 글쓰기는 참 어수선합니다. 글을 쓰는 와중에 남편이 기웃거리고, 심지어 아이도 내 글을 언급합니다. 꼰대와 멘토의 차이를 아이는 "엄마, 당연히 듣는 사람이 느끼는 그 마음이 중요하죠."라고 했어요. 바로 정답을 말하니 글 쓰는 작가는 할 일이 없어지는 듯 허무합니다. 남편의 말도 맞고 아이의 말도 논박할 여지없이 맞다고 느껴집니다. 


꼰대와 멘토는 이렇게 한 끗 차이이면서, 잔소리 많이 하는 가족은 꼰대이고, 또한 꼰대와 멘토는 듣는 사람의 '느낌'에 달려 있습니다. 가족이 시끌벅적 의견을 모으니 꼰대와 멘토의 의미는 금세 파악이 잘 되었습니다. 


실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닙니다. 얼마 전 지인 선생님께 '교실혁명 선도단' 신청용 링크를 보내드린 적이 있어요. 뭐든 요구하는 내용이 거부감이 많이 드는 것이 교육부 산하기관 공식 채널에서 운영하는 모든 것입니다. 사실 저는 삐딱한 교사라 공식 채녈에서 오는 모든 것을 잘 열어보지도 않던 교사입니다. 문제 교사네요. 그야말로 꼰대공문, 꼰대설문이라고 치부하고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한 지인 선생님께서 요즘 나에게 호기심을 갖기도 하고, "선생님은 그런 거를 어디서 배워요?"라며 내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참여하면서 배운 것들에 대해 궁금해하기도 했고, 그만큼 많이 친해져 하나라도 더 소개해 드리고 싶은 마음도 자꾸 샘솟았어요. 


더구나 요즘 교육부 산하 공식 채널도 많이 변화하는 것이 '느낌'으로 감지되더라고요. 특히 '교실혁명 선도단' 1만 3000명의 플랜을 지식샘터에서 먼저보고 나이스에서 팝업으로 잠깐 보면서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뭐랄까 뭘 해도 변하지 않는 선생님들의 변화를 감지했고, 어쩌면 순진한 발상일 수도 있고, 누구의 말처럼 선생님들로부터 '빅데이터'를 뽑으려는 '수작'일 수도 있겠다는 개연성도 열어둡니다. 내가 생각지 못한 측면이었는데 물론 그럴 수 있다고 인정이 되긴 했어요. 


실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닙니다. 사실은 좀 억울해요. 지인 선생님께 이런 나의 발달된 '촉'으로 권해드린 '교실혁명 선도단' 신청링크를 열어 보셨는지, 선생님은 나에게 전화를 하셔서 버럭 화를 내셨거든요. 그러니까 요점은 또 교육부가 공짜로 선생님들을 부려먹고, 선생님들의 '빅데이터'를 공짜로 수집하겠다는 검은 의도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나에게 감히 하라고 '신청설문' 링크를 보냈다며 노발대발하는 거였어요. 


아무리 공짜이고 좋은 것도 받을 만한 분께 드리는 게 되는데, 그래도 받으실 수 있겠다 싶어 드린 설문을 보시고 노발대발하시는 모습을 보고 무척 놀라웠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유사한 경험이 있을 수도 있고, 그분은 IT관련 방송통신대학 학과를 다시 공부하시는 선진적인 선생님이시기 때문에 어쩌면 정확한 판단일 수도 있다고는 생각됩니다. 무척 앞서 가시는 선생님이시거든요. 


그러니까 진짜 하고 싶은 말은 그것도 아닙니다. 그럼 도대체 무어냐고요? 


그러니까 음~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요즘 오프라인에서 그러니까 학교에서 조언을 하거나 추천을 하면 꼰때이고, 온라인에서 조언을 하거나 추천을 하면 멘토라는 말을 들을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진짜 아는 사람은 이런 '교실혁명 선도단'  가입 추천을 하면 화를 내시고, 온라인 사회생활을 통해 알게 된 선생님들은 이런 '교실혁명 선도단' 가입 추천을 드리면 어쩌면 긍정적으로 반응하시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다른 사례도 얼마든지 많으니까 이번 경우에 한해서는 그렇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음~~ 음~~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요즘 멘토는 온라인에서 찾아야 하고, 조언도 온라인에서 해야 하는 거구나 느꼈다는 것입니다. 잘못 지인이라고 나만 아는 게 미안해서 온라인상에서 하는 조언을 섣불리 했다가는 '화'를 내실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온라인 사회생활은 주로 취향과 관심사 위주로 모입니다. 물론 정보를 얻기 위한 1000명 이상되는 선생님들의 오픈톡방도 여러 개 있긴 하지만, 결국 내가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되는 것은 그러한 모든 과정을 지나 나의 취향과 관심사가 딱 들어맞는 그곳이에요. 취향과 관심사가 같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말과 조언은 모두 멘토의 말과 조언입니다. 친하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한번 오프라인 실황의 학교나 가정에서 동료나 가족, 친척이 하는 모든 말들은 꼰대의 말로 들릴 확률이 높습니다. 그들은 나와 취향과 관심사가 같아서 모인 모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저 친하다고 해서 그와 내가 취향이나 관심사가 같다는 착각은 버려야겠어요. 


잘못 말했다가는 버럭 '화'를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꼰대와 멘토는 한 끗 차이이고, 가족이나 학생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면 꼰대이고, 결국 상대방의 '느낌'이 중요하며, 물리적으로 거리가 가깝다고 가깝게 생각하고 이것저것 좋다는 것을 추천하면 꼰대일 수가 있고, 취향과 관심사가 같을 때 그가 하는 모든 조언과 말들은 멘토의 말로 들릴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실생활에서 저의 경험을 통해 생각해 본 꼰대와 멘토의 활용사례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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