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현수 May 02. 2024

유난히 여행을 사랑하는 나입니다.

내면아이

유난히 여행을 사랑하는 나입니다. 그리 많이 여행하지도 못하면서 마음만은 여행가입니다. 남도의 어느 시골길을 배낭 메고 걷고 있고, 이국의 바다를 바라보며 고향을 그리워하기도 합니다. 나는 늘 여행을 동경합니다. 여행을 많이 하지는 못하지만 여행을 사랑한다면 '나는 여행가'라고 말해도 되지 않나요? 누구를 음해하거나 누구를 괴롭히는 것도 아니 스스로 여행가라며 내 멋대로 즐겁게 사는 거죠. 항상 여행을 가슴에 품고 말입니다. 


돌아보면 나는 벼랑의 끝에서 늘 여행을 떠났던 것 같아요. 베이징도 그랬고, 유럽도 그랬습니다. 대학시절 혼자 떠나지는 못했지만 함께 떠났던 국토종주여행도 그랬어요.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며 나는 여행을 꿈꿨습니다. 아니 여행을 떠나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나'를 만났습니다. 호기심 많고, 자유롭게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천방지축인 제멋대로의 '나'를 만났습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에 숨이 막혀 죽기 직전의 나를 만났습니다. 아직 '나'는 살아 숨 쉬고 있었고, 아직 '나'는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그리 많았습니다.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인 '또 다른 나'는 그리 내 안에서 꼭꼭 숨어 숨죽이고 있었던 겁니다. 내가 그를 찾아 주기만을 기다리면서 말입니다. 그를 만나고 비로소 나는 '진정한 나'로 돌아올 수 있었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늘 돌아온 것 같습니다. 


어쩌면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도,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도 모두 같았던 것 같아요. 여행을 갈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으면 나는 그림을 그렸고,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림도 글쓰기도 모두 '여행'이라고 바꾸어 말해도 좋겠네요. 진짜 그랬습니다. 코로나 19로 네 평 남짓 방안을 뱅글뱅글 돌면서 나는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산소도 충분하고, 먹을 양식도 충분했지만 그것 만으로는 부족했어요. 나는 나를 찾고 싶었습니다. 매일 새벽 기상인증을 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하여 나도 기상인증을 했고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냥 10분을 써 내려가는 겁니다. 타이머를 켜고 썼어요. 그냥은 단 한 줄도 못썼어요. 타이머를 켜고 쓰면 어느새 한 페이지가 가득 찼습니다. 부끄러운 글이기에 서로이웃공개 혹은 비공개로 글을 블로그에 발행했습니다. 그게 나의 2020년의 글쓰기의 시작입니다. 그전에 나는 글을 쓴 적이 없었어요. 


요즘 나는 서울교대채색화연구회 활동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사향교정을 지나 벚꽃과 하늘이 보이는 큰 창문이 있는 2층 채색화작업실에서 10명 내외의 회원들과 함께 그림을 그립니다. 끄적끄적 글을 쓸 때처럼, 쓰윽쓰윽 붓 칠을 할 때면, 나는 내가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만족하고 충만하고 게다가 행복해하는 것을 느낍니다. 그렇게 나는 내 안의 또 다른 나, '내면아이'를 어루만지고 있었어요. 


여행의 끝에서, 글을 쓰며, 그림을 그리며 결국 만나는 것은 '내면아이'입니다. 누군가의 엄마로, 아내로, 선생님으로 그리고 그 무엇으로 나는 늘 '해야 할' 의무에 숨이 막혀 있었던 것 같아요. 나뿐 아니라 그 누군들 벗어날 수 있을까요? 해야 할 일들을 즐겁게 해 나가다가도 사람인지라 늘 막다른 골목을 만납니다. 출구가 보이지 않을 때 그때 누구나 탈출구 하나는 갖고 있어야 해요. 그것이 여행이나 글쓰기, 그림 그리기가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쇼핑이어도 좋고, 필라테스여도 좋고 라인댄스여도 좋고 끊임없는 친구와의 대화여도 좋습니다. 나만의 탈출구가 있어야 해요. 나이 들면서 말도 어디 가서 함부로 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혼자 하는 글쓰기나 혼자 하는 그림 그리기, 혼자 하는 여행이 더 와닿는 것 같네요. 


행복하게 노년을 살아가는 법에 관한 유튜브는 정말 많은데, 그중 하나가 혼자 하는 취미생활을 가지라는 겁니다. 어딜 가서 춤추고, 어딜 가서 그림 그리고, 어딜 가서 함께 자전거 타기도 좋지만, 결국 혼자만의 시간을 채워야 하는 것이 숙명이라는 의미겠죠? 여행을 그리 사랑하지만 점점 힘도 빠지고 용기도 쪼그라드는 것을 느낍니다. 글쓰기도 그림 그리기도 재미있지만 점점 더 온라인 커뮤니티도 큰 힘이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입에 풀 붙이고 교실문을 꼭꼭 닫은 요즘 동학년 분위기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더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옛 추억에 자꾸만 동료교사를 기웃거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데 그러지 않으려 합니다. 나도 핸드폰 보며 실금실금 웃으며 생활하기로 하죠 뭐! 왜 웃냐고요?


'온라인 커뮤티니 함께 활동하는 어느 회원분이 기쁜 일이 있다며 선착순 선물하기를 쏘셨는데, 세상에 내가 선착순에 당첨되어 아아한잔을 받았네요.'


감사합니다.


#내면아이

#여행사랑

#행복한노년

#온라인커뮤니티


작가의 이전글 결국 하늘이 보여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