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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ka Oct 03. 2020

나의 바다, 나의 크루즈

25. 친절한 단비씨

퍼스에서 가져온 짐을 풀던 나는 작은 돌멩이 하나를 발견했다. “이모~ 이모~” 하는 소리가 귓가에 아른아른 들리는 듯 했다.

태준이는 나를 이모라 불렀다.

그리고 그렇게 아끼던 돌멩이를 내가 떠나는 길에 내 손에 꼬옥 쥐어 주었다.

태준이는 우리 교회의 간판 집사님 댁 막내 아들로, 애교가 철철 넘치는 아이이었다. 울산 귀요미즈가 나은이와 건후라면 퍼스에는 태윤이와 태준이 남매가 있다.

두 살 반 배기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언어 구사력과 절대 음감을 가지고 있었다. 쇼팽을 연주하고 성가대를 리드 하시는 엄마 아빠 아래서 태어나서 그런지 그 또래에 비해 아주 감정이 풍부한 아이였다.

단비 집사님은 태준이의 엄마인데, 현모양처의 표본을 고스란히 보여 주신 분이다.

친해지고 나니 그 분은 집사님이 아닌 언니로 불리우길 늘 바라셨지만,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는 존경심이, 퍼스를 떠날 때까지 절대 언니라고는 못 불렀다.

끝까지 나는 ‘님’ 을 강조 해서 꼭 집사님 이라고 불렀다.

퍼참.
퍼스에사는 한인들이 교류하는 사이트인 ‘퍼스, 참을 수 없는 그리움’ 을 줄여 퍼참이라고 부른다. 장시간 퍼스에 사셨던 분이 한국으로 귀국하신 후 꾸민 카페라고 한다. 사막에 가까운 그 도시가 그토록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그리워 지게 만드는 치명적인 매력은 무엇일까.

일단 호주의 모든 도시들이 그렇듯이, 숨쉬고 살겠다 싶을 정도의 여유로운 토지 환경과 (호주는 남한 70 배의 땅덩이에 우리나라 수도권 정도의 인구만이 살고 있다),

어딜 가도 쉽게 볼 수 있는 초록색 풍부한 넓디 넓은 공원. 그리고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맑은 남태평양 바다.

서울의 아파트에서 빌딩 숲만 보며 어린 시절을 보내는 것과 호주의 벌판에서 하늘을 가득 메우는 별들을 보고 어린 시절을 보낸 것에는 굉장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아무래도 뻥 뚫린 자연을 눈 앞에 마주하고 자란 아이들이 사물을 판단함에 있어서 좀 더 너그럽고 여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캥거루와 코알라가 호주의 상징이 되어버렸지만, 그 정도로 정말 흔하다. 퍼스 도심에서 삼십분만 차를 달려 외곽으로 나가도 길가에 캥거루는 쉽게 볼 수 있다.

동물들과 친화되어 맑은 공기를 마시며 지내는 동안 바쁜 서울의 스트레스도 버거운 책임감도 다 잊어 버렸다.

단비 집사님은 두 아이를 다 호주에서 출산 하셨다.

호주 청정 공기를 마시며 자란 두 아이들은 분명 잘 클 것임에 틀림 없다.

단비 집사님은 결혼 하신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애틋함과 두근거림이 절절 묻어나는 손 편지에 도시락을 챙겨 남편을 출근 시키신다.

저스틴 집사님은 그 편지들을 다 코팅해서 간직 하고 계실 정도로 서로 존경과 사랑을 넘치도록 보여주시는 두 분의 완벽한 가정이 너무 예뻤다.

그런 사랑을 받고 자란 태윤이와 태준이라 애정을 표현하는데 아낌이 없다. 이모가 됐으면 아이들을 가르쳐 줘야  하는데 내가 오히려 아이들에게 많이 배우고 왔다.

집사님들, 너무 부럽고 존경합니다,

오래오래 행복 하세요.

꼬마 피아니스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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