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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솔 Nov 23. 2022

계속 걸을 수 없으니, 멈춰서 신발끈을 묶어요

그동안 잠시 숨을 고릅시다

출발하기 전엔 늘

허리를 숙여

신발끈을 꽉 묶는다


별로 힘차게 걷지도 않았는데

바람이 매듭을 푼 것도 아닐 텐데


어느새 발 근처 무언가

이리저리 휘감친다면

신발끈이 풀렸다는 뜻


앞을 비추던 시선도

막을 내리고

곧게 뻗었던 마음도

이내 거두고


다시 또 쭈그려 앉아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무한히 묶는다


두 번을 묶어도

온 힘을 다해도

유난히 금세 끈이 풀리는

신발도 있어서


하필 그 신발이

가장 마음에 드는 난

마음도 그를 꼭 닮아서


다잡아야지,

풀리지 않게 꽉 묶어야지

그래도 금방 흐트러지고

발걸음을 또 멈춰 세운다


앉는다

다시 묶는다

고개를 들고

일어난다


그리고 다시

걷는다


그저 그런 반복이

전부다



신발끈을 묶는 순간은, 마음을 다독이는 순간과 참 닮았습니다. 잠시 멈췄다 다시 나아가야 하니까요. 번거롭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매력적인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그 짧은 순간 숨을 고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특히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신발끈을 묶는다면요. 한 사람은 기다리고, 한 사람은 묶습니다. 모두가 바쁘게 달려가는 고속도로 같은 세상에서, 멈춘 누군가 다시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 주는 일은 아름다워요.

보통 저는 신발끈이 풀리면 빠르게 대충 묶고 달려 나가는 스타일인데요. 오늘 드는 생각은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것입니다. 숨도 못 고르고 다시 튀어 나가니 빠르게 뛰지도 못하고, 옆 사람도 금세 또 기다릴 일을 만들더라고요.

이제 느리더라도 세 번은 묶고 일어나야겠어요. 내가 나를 기다려 주려고요. 또 다른 사람에게도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고 해야겠습니다. 부리나케 얼른 가자 하지도 말고, 성급히 미안해하지도 말고요.

누구에게나 멈춰야 하는 시간은 옵니다. 우리는 치타도, 자동차도 아닌 데다가 심지어 그들도 어느 시점엔 멈춰야 합니다. 신발끈이 풀리면 그 자리에 앉아서 단단하게 묶어 봅시다. 그 시간이 내 시간이든, 내 옆사람의 시간이든 찬찬히 기다려 보고 싶어요. 모든 걸 토해내듯 전속력으로 달리는 게 목표는 아니라는 걸 기억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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