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이유
핑크색을 걸치며 깨달은 것들
다른 사람의 시선과 생각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믿었습니다.
친구들이 무채색옷을 입는 사이에서 늘 튀는 핑크색을 입고, '어떻게 그런 걸 입냐'는 말을 들어도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얼마든지 가볍게 냅다 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돌이켜보니 많이 신경 썼던 것 같아요.
그런 말에 앓아 잠들지 못한 적이 많았고, 수많은 핑크색 옷과 물건 중에서도 마음에 가장 드는 건 뒤로하고 조금 덜 튀는 것, 눈에 덜 띄는 걸 걸치고 나갔습니다.
남몰래 걱정했어요. 날 어떻게 생각할까. 누가 계속 쳐다보는 것만 같기도 했어요. 누군가에게 아무 말 듣지 않아도 어떤 눈빛으로,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만으로, ‘아 저 사람 나를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판단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그거, 사실은 내가 다른 사람의 모습이 되어 내게 하는 말들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살아온 시간 동안 누군가에게 들은 말들이 쌓이고, 나도 남들을 어떤 눈으로 보다 보니 나도 나를 그렇게 바라보고, 또 그런 내 눈치를 보게 된 거죠.
자꾸만 타인의 시선에 갇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그런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요.
나 지금 뭐가 갑갑하지, 뭐 때문에 내가 나를 그대로 못 드러내는 것 같지? 하고요.
누군가에겐 그게 외모가 될 수도, 목소리가 될 수도, 일이 될 수도, 그냥 나 자체가 될 수도 있을 거예요. 정말 타인이 자꾸만 내게 뭐라 하는걸 수도 있지만, 내가 나를 옭아매는 걸 수도 있어요.
자꾸만 풀어주세요. 계속 놓아주세요. 내가 자유롭도록.
누군가의 눈과 입은 가리지 못해도, 내 생각은 나만이 바꿀 수 있으니까, 저도 늘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