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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ray Jan 14. 2022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것

일상 에세이

결혼 전 우리 집에서 치킨을 시키면 나는 닭다리를 주로 먹었었다. 가슴살은 퍽퍽하고 목살은 뜯어먹기 성가셨고 날개는 먹을 것이 없었다. 신혼시절이었다. 남편이랑 둘만 치킨을 시켜 먹으면 먹성 좋은 남편에게 다 주어도 아깝지 않았다. 게다가 난 원래 닭을 별로 안 좋아한다. 닭을 시키면 가슴살이나 날개를 뜯는 둥 마는 둥 해도 어느새 닭 한 마리 살점들은 사라지고 뼈다귀만 앙상했다. 그래도 별로 서운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 사랑이라 생각했다. 내 몫이라 생각되는 것을 양보해서 남편이 행복할 수 있다면...


그런데 그러기를 몇 년이 지나 아이가 크고 아이와 함께 시댁에 갔다. 치킨을 시켰는데 그날따라 배가 고팠다. 나도 맛 좀 보려 앉아 있는데 마침 어머님이 닭다리를 집어 내게 건네시려는 것이었다. 나는 이게 웬일이냐 하며 덥석 받으려 했다. 그런데 남편이 어머님 손을 막으며 한 마디. "어머니, 이 사람 닭다리 안 좋아해요. 여보, 여기 가슴살 있어." 그날따라 남편 말과 행동이 왜 그리 서운했는지. 엄마는 생선 머리만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아들이 있다는 말은 옛말이었다. 요즘은 아내는 가슴살만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남편이 있다.


그리고 오늘 남편은 동네 트럭에서 튀겨주는 옛날 통닭  마리를 간식으로  왔다.  튀긴 따끈한 치킨. 바삭바삭. 따끈따끈.  맛에 먹지. 아이 둘은 깨어 있어 함께 먹었지만 둘은  자리에 없었다.  마리라 해도 여섯 명이 먹기에는 양이 충분하지 않다.  먹은 아이 둘을 위해 적절히 속도조절을 하는 사이   마리는 사라져 갔다. 그나마 목이 남아 있었다. 목이라도 뜯어먹자 하고 먹는 중에 나중에  아이를 위해 다른  하나의 목을 남길지 말지 의논하는 아이들에게 나는 "그때까지 남기면 뻣뻣해져서  먹으니 너희 먹으라"라고 했다. 남편은 내가 목이 먹고 싶어 그런  알았나 보다. 목을 나에게 주며 "당신 목이야" 한다. 나는  몫의 고기를 나에게 겨준다는  알았다. 그런데 정말 목을... 옛날 생각이 났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좋아하는 것을 주고 싶어 하는 남편의 그 마음 알겠다.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진실된 마음이 있다는 것도. 남편은 정말 나를 사랑한다. "난 네가 기뻐하는 것이라면~~ "노래를 부른다. 문제는 나다. 할 말 못 하고 살았던 시절이 있으셨던 어르신들에 비해 그래도 나는 할 말 다 하고 사는 편인데 오늘따라 유독 치킨 다리살만은 양보하며 살았던 지나간 시절들이 오버랩된다.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말할 때다. 난 닭다리를 좋아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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