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결혼 전 우리 집에서 치킨을 시키면 나는 닭다리를 주로 먹었었다. 가슴살은 퍽퍽하고 목살은 뜯어먹기 성가셨고 날개는 먹을 것이 없었다. 신혼시절이었다. 남편이랑 둘만 치킨을 시켜 먹으면 먹성 좋은 남편에게 다 주어도 아깝지 않았다. 게다가 난 원래 닭을 별로 안 좋아한다. 닭을 시키면 가슴살이나 날개를 뜯는 둥 마는 둥 해도 어느새 닭 한 마리 살점들은 사라지고 뼈다귀만 앙상했다. 그래도 별로 서운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 사랑이라 생각했다. 내 몫이라 생각되는 것을 양보해서 남편이 행복할 수 있다면...
그런데 그러기를 몇 년이 지나 아이가 크고 아이와 함께 시댁에 갔다. 치킨을 시켰는데 그날따라 배가 고팠다. 나도 맛 좀 보려 앉아 있는데 마침 어머님이 닭다리를 집어 내게 건네시려는 것이었다. 나는 이게 웬일이냐 하며 덥석 받으려 했다. 그런데 남편이 어머님 손을 막으며 한 마디. "어머니, 이 사람 닭다리 안 좋아해요. 여보, 여기 가슴살 있어." 그날따라 남편 말과 행동이 왜 그리 서운했는지. 엄마는 생선 머리만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아들이 있다는 말은 옛말이었다. 요즘은 아내는 가슴살만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남편이 있다.
그리고 오늘 남편은 동네 트럭에서 튀겨주는 옛날 통닭 두 마리를 간식으로 사 왔다. 막 튀긴 따끈한 치킨. 바삭바삭. 따끈따끈. 이 맛에 먹지. 아이 둘은 깨어 있어 함께 먹었지만 둘은 그 자리에 없었다. 두 마리라 해도 여섯 명이 먹기에는 양이 충분하지 않다. 못 먹은 아이 둘을 위해 적절히 속도조절을 하는 사이 닭 한 마리는 사라져 갔다. 그나마 목이 남아 있었다. 목이라도 뜯어먹자 하고 먹는 중에 나중에 올 아이를 위해 다른 또 하나의 목을 남길지 말지 의논하는 아이들에게 나는 "그때까지 남기면 뻣뻣해져서 못 먹으니 너희 먹으라"라고 했다. 남편은 내가 목이 먹고 싶어 그런 줄 알았나 보다. 목을 나에게 주며 "당신 목이야" 한다. 나는 내 몫의 고기를 나에게 넘겨준다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정말 목을... 옛날 생각이 났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좋아하는 것을 주고 싶어 하는 남편의 그 마음 알겠다.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진실된 마음이 있다는 것도. 남편은 정말 나를 사랑한다. "난 네가 기뻐하는 것이라면~~ "노래를 부른다. 문제는 나다. 할 말 못 하고 살았던 시절이 있으셨던 어르신들에 비해 그래도 나는 할 말 다 하고 사는 편인데 오늘따라 유독 치킨 다리살만은 양보하며 살았던 지나간 시절들이 오버랩된다.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말할 때다. 난 닭다리를 좋아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