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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ray Jan 12. 2022

나이 먹으면 도전은 안 해도 되는 줄 알았다.

일상 에세이

나이 먹으면 도전은 안 해도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내게 부족한 것들이 있다. 그것은 시도하지 않으면 그냥 내가 못하는 분야로 남을 뿐이다. 내가 무엇을 못 한다고 그것도 못하냐고 누구도 내게 뭐라 하지 않는다. 그냥 '저는 그거 못하는데요.'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못하는 그것이 내게 꼭 필요한 순간이 온다면? 그때는 내가 그것을 못하는 것이 한없이 한스럽고 후회스럽다. 그런 때, 나는 '왜 미리 이것을 시도하고 도전해 보지 않았던가' 후회를 해도 이미 때가 늦었다. 인생에 미리 준비하지 않아서 후회스러운 일들은 참 많지만 그때마다 돌이킬 방법은 없었다.


때늦은 후회가 밀려올 때마다 내게 부족한 것들 중 하나씩 도전해 간다면 나중에는 때가 늦었다는 후회를 하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들로 인해 웃음 짓지 않겠나. 이런 생각을 하며 새해 목표를 세울 때 나는 내가 도전할 거리들을 찾아 하나씩 적어보았다.


  없어서 기회가  때마다 '저는 못하는데요' 연이어 말한  있는 것들로 목표를 삼아  종이를 채워 나가다 보니  페이지가 가득 찼다. 나는   있는 것보다 못하는 것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상관인가. 이제라도 하면 되지 않겠나.


그중 하나가 운전이다. 나는 운전을 못하는 것이 그다지 부끄럽거나 후회스럽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내가 굳이 운전을 하지 않아도 버스니 기차니 지하철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어디든 편히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운전을 하지 않았던 이유도 나름 있었다. 첫 고속도로 운전을 할 때 생겼던 트라우마 때문이었다. 화물 트럭 옆에 붙어 있던 에어탱크가 떨어져 1차로에 나동그라져 있었고, 1차로로 주행하던 나는 그것을 피할 수 없어 차 밑에 에어탱크를 끌고 연이은 터널 몇 개를 지나 겨우 터널과 터널 사이 갓길에 멈췄다.


그날 집에 돌아와 잠들었다가 깼는데 아직 어두운 새벽 3시. 터널 안, 핸들을 꽉 잡고 있었던 그 느낌이 그대로 느껴졌다. 등에 땀이 주룩주룩. 해가 빨리 뜨기만 바랬다. 그때 이후로 운전을 다시 하기까지 몇 달이 걸렸으며 고속도로 주행은 그때 이후로 시도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코로나가 시작되었다. 병환이 있으시던 엄마는 날로 병색이 더해졌지만 아이들과 함께 지내야 하는 내가 대중교통을 타고 지방에서 수도권에 계신 엄마를 보러 오가기가 꺼려졌다. 혹시라도 감염의 위험이 있을까 봐 엄마에게 가기도 조심스러웠다.


2020년 여름. 더위를 대비해 동생이 부모님 댁에 에어컨을 놓아 드렸다. 엄마는 집에 에어컨 있으니 와서 자고 가라고 하셨다. 나는 그때도 운전을 꺼려서 엄마에게 가지 못했다. 그리고 겨울. 엄마는 병색이 심해지셔서 작년 2월에 돌아가셨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후, 에어컨 있으니 집에 와서 자고 가라시던 엄마에게 가지 못한 것이 얼마나 후회가 되던지. 미리미리 운전을 연습해 놓았더라면.. 그것이 엄마를 볼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였는데 말이다. 하지만 때는 늦었고 후회는 소용없었다.


늦었지만 내가 도전해야 하는 이유가 아직 남아 있다. 아빠가 아직 살아계시다는 것. 언젠가 아빠를 뵈러 가야 할 때를 위해 나는 운전을 다시 시도하기로 했다. 홀로 되신 아빠를 만나러 가기 위해. 나이가 들어도 도전할 것이 많다는 것은 참 기쁘고 설레는 일이다. 그리고 그 도전이 나를 조금 더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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