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겨울이면 우리 집 거실 바닥은 차갑다. 온 집안에 보일러를 틀면 난방비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거실에는 웬만큼 추운 날이 아니면 보일러를 틀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이 온수매트가 하나 남는다고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냉큼 받았다. 온수매트긴 해도 카펫 대용으로 깔아만 놓았었다. 그런데 남편이 온수매트이니 물 넣어서 한 번 켜보자고 했다.
아이들이 매트가 따듯해지는지 시험해 보겠다고 하며 온 가족이 매트 위에 앉았다. 이 온수매트는 모터 식이 아니라 음압 방식으로 물을 넣으면 물이 따듯해지고 그 음압으로 물이 밀려서 돌아가는 방식이란다. 온수매트는 퀸사이즈 정도밖에 안 되는데 6명이 누우려니 자리가 모자랐다. 한 명은 다리가 삐져나오고 한 명은 머리가 튀어나온 상태로 다리에 다리를 겹쳐 놓고 그 위로 이불을 덮어놓고 따듯해지기를 바라며 기다리던 중 물 넣는 기구 앞에 앉은 첫째가 바닥이 따듯해진다고 했다.
다들 "어디 어디? 비켜봐" 하며 우르르 첫째 옆으로 몰려간다. 남편이 조금 있으면 다른 곳으로도 물이 갈 거니 그냥 자기 자리에 있으면 된다고 했다. 옛날 같으면 고구마나 밤 삶아 먹었을 텐데.. 이젠 몸이 천근만근. 나도 온수매트의 온기나 누려보자 하고 한량 신세로 아이들 다리를 베고 가만히 누웠다.
그 상태로 빠질 수 없는 것은 옛날이야기. 우리 아이들 어릴 적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 상황에 흥에 겨운지 한 아이가 갑자기 일어나 "엄마 아빠 때는 이런 노래를 불렀다지요?" 하며 "어젯밤에 난 네가 싫어졌어~~"를 부르며 춤을 춘다. 우리 시대 유명 아이돌 '소방차'의 노래였다. 그거 우리 어릴 때 유명했던 노래인데 네가 어떻게 아냐고 하자 "응답하라 1988"에 나왔다고. 어째 그때 노래도 아이들이 아는지 신기방기.
이제 보니 요즘 아이돌들과 비교할 때 안무가 영 촌스럽다만 그때는 그게 정말 최고였다고 했다. 아이들은 막 웃으며 요즘 시대 춤은 이렇다고 하며 현란한 몸놀림으로 춤을 춘다. 정말 안무가 많이 세련 되지긴 했다. 그래도 나랑 남편은 그때 당시엔 그 춤이 정말 인기였고 그거 말고도 마이클 잭슨이나 "현진영고 진영고" 춤도 정말 우리 시대 빼놓을 수 없는 춤이라며 막춤을 추고 놀았다.
그러는 사이 온수매트는 따듯해졌고 우리 사이에도 온기가 가득. 매트가 필요 없을 정도로 더웠다. 하루 해가 가는 밤 시간. 옛날 연탄 방 아랫목에 모여 앉아 엄마 다리를 베고 누워 자기도 하고 고구마도 먹으며 겨울방학 숙제도 하고 이야기도 나눴던 그때가 생각나 많이 그리웠다. 그때는 연탄 방이었으나 지금은 온수매트로, 시대는 변하고 난방방법도 변했다만 온 가족 모여 앉아 나누는 이야기와 웃음으로 데워지는 따스함은 그대로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