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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ray Jan 11. 2022

거실에 온수매트를 깔았다.

일상 에세이

겨울이면 우리 집 거실 바닥은 차갑다. 온 집안에 보일러를 틀면 난방비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거실에는 웬만큼 추운 날이 아니면 보일러를 틀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이 온수매트가 하나 남는다고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냉큼 받았다. 온수매트긴 해도 카펫 대용으로 깔아만 놓았었다. 그런데 남편이 온수매트이니 물 넣어서 한 번 켜보자고 했다.


아이들이 매트가 따듯해지는지 시험해 보겠다고 하며 온 가족이 매트 위에 앉았다. 이 온수매트는 모터 식이 아니라 음압 방식으로 물을 넣으면 물이 따듯해지고 그 음압으로 물이 밀려서 돌아가는 방식이란다. 온수매트는 퀸사이즈 정도밖에 안 되는데 6명이 누우려니 자리가 모자랐다. 한 명은 다리가 삐져나오고 한 명은 머리가 튀어나온 상태로 다리에 다리를 겹쳐 놓고 그 위로 이불을 덮어놓고 따듯해지기를 바라며 기다리던 중 물 넣는 기구 앞에 앉은 첫째가 바닥이 따듯해진다고 했다.


다들 "어디 어디? 비켜봐" 하며 우르르 첫째 옆으로 몰려간다. 남편이 조금 있으면 다른 곳으로도 물이 갈 거니 그냥 자기 자리에 있으면 된다고 했다. 옛날 같으면 고구마나 밤 삶아 먹었을 텐데.. 이젠 몸이 천근만근. 나도 온수매트의 온기나 누려보자 하고 한량 신세로 아이들 다리를 베고 가만히 누웠다.


그 상태로 빠질 수 없는 것은 옛날이야기. 우리 아이들 어릴 적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 상황에 흥에 겨운지 한 아이가 갑자기 일어나 "엄마 아빠 때는 이런 노래를 불렀다지요?" 하며 "어젯밤에 난 네가 싫어졌어~~"를 부르며 춤을 춘다. 우리 시대 유명 아이돌 '소방차'의 노래였다. 그거 우리 어릴 때 유명했던 노래인데 네가 어떻게 아냐고 하자 "응답하라 1988"에 나왔다고. 어째 그때 노래도 아이들이 아는지 신기방기.


이제 보니 요즘 아이돌들과 비교할  안무가  촌스럽다만 그때는 그게 정말 최고였다고 했다. 아이들은  웃으며 요즘 시대 춤은 이렇다고 하며 현란한 몸놀림으로 춤을 춘다. 정말 안무가 많이 세련 되지긴 했다. 그래도 나랑 남편은 그때 당시엔  춤이 정말 인기였고 그거 말고도 마이클 잭슨이나 "현진영고 진영고" 춤도 정말 우리 시대 빼놓을  없는 춤이라며 막춤을 추고 놀았다.


그러는 사이 온수매트는 따듯해졌고 우리 사이에도 온기가 가득. 매트가 필요 없을 정도로 더웠다. 하루 해가 가는  시간. 옛날 연탄  아랫목에 모여 앉아 엄마 다리를 베고 누워 자기도 하고 고구마도 먹으며 겨울방학 숙제도 하고 이야기도 나눴던 그때가 생각나 많이 그리웠다. 그때는 연탄 방이었으나 지금은 온수매트로, 시대는 변하고 난방방법 변했다만  가족 모여 앉아 나누는 이야기와 웃음으로 데워지는 따스함은 그대로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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