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보통 사람의 하루 일과는 꼭 해야 할 일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들, 꼭 하지 않아도 되지만 하고 싶은 일들로 크게 나뉜다. 하루를 구분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의 즐거움>에서 '사람들의 보통 하루 일과를 생산과 유지, 여가로 나눌 수 있다'(p20)고 말한다. 그중에서 자신이 무엇을 할지는 개개인의 성향과 가치에 따른 우선순위 여부에 따라 선택하고 각자의 인생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은 하루에 150가지 이상의 선택을 한다고 한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으며 누구를 만날지, 또 그 사람과 약속시간을 정하고 목적지까지 갈 수단이나 그 외의 여러 가지 일들을 선택하며 살아가는 것이 각자의 인생이다. 결국 우리가 하는 매일의 선택이 인생을 만든다. 그렇다면 인생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는 이미 과거에 형성된 나의 개인적인 성향과 가치관에 따른 우선순위가 앞으로 펼쳐질 인생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게 한다.
내 인생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내게 달리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남은 인생 동안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과거를 돌이켜 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내가 잘했었고 좋아했던 것들은 앞으로도 잘하고 좋아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커스 버킹엄과 도널드 클리프턴의 <강점 혁명>에서는 "자신의 강점은 최대한 활용하고 약점은 관리하라"라고 조언한다. 그들의 조언처럼 자신의 약점을 무시하지 않고 관리하되, 강점을 알아내어 내가 쏟을 에너지를 인생의 나머지 부분에 집중하는 것은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사는 자의 지혜일 것이다.
나는 인생의 마지막을 향하여 가는 이 길 위에서 내 존재의 흔적을 글로 남기고 싶다. 굳이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라는 정현종 시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한 사람의 인생은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어우러진 이야기 그 자체이다. 내 삶의 이야기들 가운데 비록 작지만 깨달은 것들을 정리하고 나누다 보면 내가 죽은 뒤에라도 누군가에게 한 줄 희망이라도 줄 수 있지 않겠나. 그리하여 내 작은 생각들을 글로 적어 브런치라는 공간에 나누는 것이 올해의 목표이자 꿈인 것이다.
그러나 나의 글쓰기는 칙센트미하이가 나눈 하루의 활동 영역 중 생산이나 유지가 아닌 여가 생활 중 하나이다. 내 삶의 우선 순위상 여가 생활은 생산과 유지에 대부분을 보내며 하루를 지내는 내게는 과분하며 벅찬 활동이다. 아이들의 방학 기간 동안 나는 때로는 차로 아이들을 날라야 하며, 먹을 것을 챙기고 어질러진 집안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는 행위들로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해도 하루가 모자랄 정도다. 게다가 온 가족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에 나의 꿈이자 자아실현을 위해 글을 쓴다고 컴퓨터를 켜고 혼자만 따로 있을 수도 없다. 그래서 가족과 함께 할 모든 할 일을 마친 후, 조용한 시간을 택하여 자리를 잡고 글을 쓰게 된다.
그러다 보면 글쓰기라는 미션을 위해 남겨 놓은 하루의 끝자락 시간은 어느새 지나가고 피곤이 몰려온다. 하루 한 편의 글쓰기. 만약 내가 그 목표만을 위해 나의 모든 우선순위와 삶의 방향을 맞추어 나간다면 그 목표는 이룰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엄마는 가족의 필요를 채우며 그 구성원들 간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책임이 있다. 엄마인 내가 나의 자아실현을 위한 목표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정작 소중한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어쩌면 글쓰기는 나에게 가족을 돌보고 그들과의 추억을 위한 수단이지 목표는 아니다.
내가 집중할 것은 자아실현을 위해 내 삶의 목표를 정하고 달리는 것 이상으로 소중한 나의 가족이다. 그럼에도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고 글을 쓰는 것이 즐겁다. 내가 세운 목표에 매이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되 가족에게 집중하기가 지금 나의 상황 속 최선일 것이다. 즐기는 자 넘을 자 없다는 벨우드 선생님의 이야기를 되새기며.
'똑똑한 아이가 부지런한 아이를 못 이기고 부지런한 아이는 즐기는 아이를 넘어서지 못한다'
- 이상훈, 1만 시간의 법칙(p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