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ray Jan 06. 2022

붕어빵과 고등어

일상 에세이

어떤 날은 하루 종일 간식이니 끼니가 다채로운 날이 있다. 풀도 먹고 고기도 먹고 빵도 먹고 그런 날 말이다. 그런데 어떤 날은 집에 뭐 먹을 것 있나 눈을 씻고 찾아봐도 먹을 것이 없는 날이 있다. 그래도 대체로 시장 본 다음 날이면 먹을 것이 풍족하다. 어제 장을 보고 왔으니 오늘은 뭔가 있어야 하는 날이다. 그런데 오늘은 유달리 냉장고가 뭔가 텅 비어 보였다. 요즘 애들이 매일 집에 있으니 먹을 것이 빨리 동이 나서 그런가. 어제 사온 빵도 거의 다 먹어 봉지가 여유롭다.


아이들 어릴 적, 냉장고 안에 먹을 것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 셋째는 일어나면 냉장고 앞으로 기어가 문을 두드리곤 했다. 넷째는 간식이 집에 없는 날이면 간식을 사 내라고 뒤로 누웠다. 그때는 집에 먹을거리가 떨어지는 것이 무서웠다. 사춘기 아들 셋을 키우는 지인은 자기는 공룡을 키우는지 사람을 키우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니 아이들이 자라니, 아이들은 먹고 또 먹는다.


요즘은 먹을거리가 참 풍족하다. 그래도 건강한 끼니를 챙겨 먹으려면 엄마의 수고가 필요하다. 고등어 무조림을 하려면 고등어와 무를 깨끗이 씻어 자르고 파와 양파 껍질을 벗겨내고 썰어 양념을 만들고 재어 끓이는 일들이 라면을 끓이는 것처럼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방학이 되어 세 끼니를 모두 먹이려면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다행히 두 명은 늦게까지 자니 아침은 조용하다. 나는 아침에 된장찌개를 끓이고 반찬이 적다 싶어 고등어 무조림을 했다. 두 마리만 했는데도 아침으로 먹기엔 좀 많았다. 그 덕에 아침도 점심도 푸짐했다. 저녁에는 남은 고등어 국물에 두부 두모를 넣어 함께 끓였는데 아이들은 두부보다 고등어를 더 찾았다. 고등어는 부스러기만 남았는데도 어떻게든 고등어를 찾아 하얀 속살에 매콤하고 짭짤한 국물을 뿌려 먹는다.


남편은 퇴근길에 가끔 직장 앞에서 붕어빵을 사들고 온다. 그런 날은 남편 배가 많이 고팠던 날이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뭐라도 입에 물고 와야 하는 김에 아이들 것까지 몇 개 더 사 오는 것이다. 아들은 오늘 아빠가 붕어빵을 사 온다는 이야기를 전화로 듣고 "어묵까지 사 오지. 붕어빵보다 나는 어묵을 더 좋아하는데..." 한다. 남편이 어묵은 국물이 있어서 사 오기 힘들다 하니 그제야 붕어빵도 좋다고 한다.  


아이들의 끼니를 위한 엄마의 고등어나 허전한 배를 충족시켜 주는 아빠가  오는 간식 붕어빵. 오늘은 어째 끼니도 간식도 생선 일색이다.    뭐라도 먹여 아이들을 키우고자 하는 부모의 사랑인 것을.. 아이들이 알까. 몰라도 좋다.  부족하게 느껴질지라도  먹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작가의 이전글 아직은 천원도 먹히지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