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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ray Feb 02. 2022

칼바람

일상 에세이

집을 나섰다. 그리 추운 날이었던 줄 몰랐다. 

집 나선 발걸음이 주춤. 

돌아갈까. 


망설이던 발걸음 그냥 내딛다. 

좀만 가면 시린 손도 따스해지고 

목덜미도 땀이 나겠지. 


빌딩 숲 사이 돌고 돌아도 

손은 그대로 시리고 등줄기는 여전히 서늘. 


차디찬 바람. 그 품에 칼이라도 있는건지. 

날카로운 기운. 바람 끝에 서렸다. 


여름에 분다면 환호 속에 맞을, 

가슴까지 시원할 차디찬 바람. 

겨울 거리 쏘다니다 너를 만나다. 


품에 넣으면 따스워질까. 

아무리 품어도 옷 사이 몸을

차갑게 식히고 빠져나간다.


너는 내가 목적지가 아니었고 

나는 너의 열매가 아니었구나.


네 가려던 그 곳.

어서 가서 

세상 속에 너의 열매 맺을 때,


차가운 세상 어딘가 

네가 맺을 

열매 있었음을 

나에게 말해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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