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집을 나섰다. 그리 추운 날이었던 줄 몰랐다.
집 나선 발걸음이 주춤.
돌아갈까.
망설이던 발걸음 그냥 내딛다.
좀만 가면 시린 손도 따스해지고
목덜미도 땀이 나겠지.
빌딩 숲 사이 돌고 돌아도
손은 그대로 시리고 등줄기는 여전히 서늘.
차디찬 바람. 그 품에 칼이라도 있는건지.
날카로운 기운. 바람 끝에 서렸다.
여름에 분다면 환호 속에 맞을,
가슴까지 시원할 차디찬 바람.
겨울 거리 쏘다니다 너를 만나다.
품에 넣으면 따스워질까.
아무리 품어도 옷 사이 몸을
차갑게 식히고 빠져나간다.
너는 내가 목적지가 아니었고
나는 너의 열매가 아니었구나.
네 가려던 그 곳.
어서 가서
세상 속에 너의 열매 맺을 때,
차가운 세상 어딘가
네가 맺을
열매 있었음을
나에게 말해 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