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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ray Feb 02. 2022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일상 에세이

아이들은 방학과 동시에 핸드폰에 날개를 단 것처럼 그 사용이 자유로워진다. 학교를 가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학원을 다니지 않는 이상, 가정마다 핸드폰 사용 규칙이 없으면 아이들도 엄마도 혼란스러운 시기이다. 아이들은 끝없이 핸드폰을 사용하려고 하는 반면, 엄마는 아이들의 건강과 학업 등의 이유로 핸드폰 사용 시간과 내용, 핸드폰 사용 시 자세 등을 제한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집집마다 핸드폰을 가운데 놓고 밀고 당기는 소리가 그 옛날 트랜지스터 라디오 잡음처럼 방학 내내 우리의 생활 저음에 배경음으로 가득 깔리고 있지 않을까.


새로 스마트폰을 개설하게 된 아들 덕에 우리 가족은 아이들 스마트폰 사용 규칙을 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들은 이미 자신의 노트북에서 게임으로 방학을 지내고 있던 터라, 핸드폰을 주게 되면 게임기를 쥐어주는 모양새였다. 그래서 나는 고심 끝에 핸드폰을 주는 대신 협상 조건을 야심 차게 준비했다. 바로 핸드폰에서 게임 금지 조항이었다. 그러나 예상대로 극렬한 반발. 많은 논의 끝에 나는 핸드폰에 게임 앱 까는 것을 허락했고 아들은 게임 시간을 제한하는 것에 동의했다.


나는 우선 우리 가족 안에서 핸드폰 사용 규칙을 가져야 할 필요성과 목적을 다음과 같이 적었다. 건전한 핸드폰 사용으로 인한 가족 간의 평화, 핸드폰 사용 중의 영혼과 육체의 강건, 하루 24시간이라는 제한적인 시간의 특성상 삶의 효율성을 위하여 가족 간의 동일한 규칙이 요구된다고. 그리고 그동안 핸드폰 사용에 대한 이렇다 할 규칙이 없었던 첫째와 둘째와도 세부 사항을 정하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의 핸드폰 사용 장소, 핸드폰 사용 시 자세를 바르게 할 것과 충전 장소를 거실로 하는 데 대하여 결정해서 문서에 남겼다. 또 할 일의 우선순위에 대하여 나누고, 해야 할 일들을 더 집중하기 위해 과한 핸드폰을 사용을 제한했다. 그리하여 첫째와 둘째 둘 다 유튜브와 인스타를 3시간 이내로 절제해 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수면 시간 보호를 위해 모두 일정 시간이 되면 핸드폰을 거실에 둔 상자에 반납하기로 하고 눈을 보호하기 위해 불끈 상태로 핸드폰 사용은 불허로 정했다.


아이들은 이번 일로 방학 동안 스마트폰과 함께 보낸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 보았다. 엄마는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거의 위험 수준이라고 평하는 데 반해, 아이들은 자신들이 그리 심하게 사용하지 않았다는 입장 차이가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우리 가정 아이들이 자신들이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하여 내가 말하는 것에 맞추어 자신들을 돌아보며 자신들에게 제안된 '제한'을 받아들일 줄 아는 아이들임을 이번 기회로 알게 되었다.


가족이 함께 규칙을 정하는 일들은 에너지가 많이 든다. 이번 일처럼 자신들이 누리던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경우에는 서로 간의 불협화음도 존재한다.  그래도 아이들이 많이 커서 이러한 중대한 결정을   서로의 생각을 존중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이야기할  있게  것에 감사하다. 우리를 위한 규칙은 서로의 존중과 보호를 위하는 결정이란 것을 이미 학교에서 많이 경험해 보아서 그런지  결정할  있었다. 핸드폰 사용 규정을 이제 정했는데 방학이 끝나간다. 그래도 봄 방학이 남았으니 기대해볼 만하다. 여러 말이 오가는 동안 생각난 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나만 조심하면 우리 집 평화는 이미 시작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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