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아이의 백신을 맞추기 위해 아침부터 병원에 갔다. 아이가 백신을 맞는 사이 나는 밖에서 기다렸다. 백신 접종 후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반납하고자 도서관으로 갔다. 반납하는 김에 다른 책도 빌리려 어린이 도서관에서 이것저것 들춰보다가 10권을 골라 데스크로 갔다.
그런데 지갑을 여니 내가 평소에 도서관 대출 카드 두는 곳에 카드가 없었다. 가방과 지갑을 몇 번 다시 뒤졌으나 헛수고. 언제 그것이 빠졌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다행히 이전에 만들어 놓은 모바일 대출증이 있어서 책은 빌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일반 도서실로 가서 책을 빌리려는데 반납하고자 가져왔다고 생각했던 책이 없었다. 가방을 한참 이리저리 뒤졌는데도 책이 안보였다. '반납을 해야 빌릴 수 있을 텐데..' 하는 수 없이 한 권 덜 빌려야겠다 생각하고 데스크로 갔다.
우선 반납부터 해야 해서 책 3권을 기계 위에 올렸다. 그런데 한 권이 영 반납이 안 된다. 왜 그럴까? 도서관 사서분께 가져가서 기계에서 반납이 안 된다고 말하려고 하는 찰나. 다른 도서관에서 빌린 책임을 눈치채고 "죄송합니다. 이 책은 여기 것이 아니네요." 하며 얼른 들고 왔다.
도서관 카드는 어디로 간 걸까? 반납하려던 책은 집에 있을까? 다른 도서관 책은 무겁게 왜 가져왔던 걸까? 집에 와서 보니 일반 도서관에 반납하려 했던 책은 어린이 도서였기에 어린이실에 이미 반납을 하고 간 것이었고, 도서관 대출 카드는 이전에 둘째에게 책 빌려 오라고 주었던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
정신을 집에 두고 나왔는지 기억력을 솥에 삶아 먹었는지.. 차라리 안개처럼 가물거리면 좋으련만, 아무리 생각하려 해도 생각이 안 나는.. 머릿속이 텅 비고 백지장 같은 때가 오고 있다. 과거는 어차피 다 지나간 일. 어쩌겠나. 늙어가는 과정이겠지.
냉장고 문을 왜 열었는지 생각이 안 나 몇 번이나 열었다 닫았다 하거나, 핸드폰이 어디 있는지 몰라 남편 전화로 전화 걸어 찾기는 이제 일상. 그래도 난 아직 살아있고 머리는 계속 써야 하니, 꼭 기억해야 하는 일들은 기록으로 남겨 외장하드에 넣어 놓고 미래를 위해 뇌를 재부팅해야겠다.
이런 정신없던 일들은 그냥 잊어버리고 머릿속에 새로운 것들을 채워 넣어야지. 내 사랑하는 풍경들, 아름다운 이야기들, 맛있는 것들로.. 그리고 남편과 아이들 이름, 무엇보다 내 이름과 전화번호, 그리고 집 주소. 집에는 돌아와야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