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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ray Jan 23. 2022

만두를 빚다.

일상 에세이

아이들 어릴 때는 집에서 만두를 자주 만들어 먹었었다. 그때만 해도 냉동만두가 그리 맛있다 여겨지지 않았었다. 아이들이 평소에 안 먹는 야채를 많이 넣어 만두를 만들어 먹일 때면 뭐라도 건강하게 먹였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굳이 내 손으로 만두를 만들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되었다.


양에 비해 가격이 좀 비싸서 그렇지, 끼니가 아닌 간식으로는 양도 그 정도면 되고 우리 입맛에 맞는 만두가 많이 생겼다. 내 일거리는 줄고 여가 시간이 늘어나는데 그 정도는 감수할만하다 생각해서 우리 가족은 냉동만두를 냉장고에 채워 두고 먹는 편이다. 아이들이 좀 자라서 만두가 먹고 싶다고 할 때 "엄마가 만들어 줄까?" 하면, 아이들은 엄마가 일을 벌이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담아 "아니요. 마트 가서 그냥 냉동만두 사요~~" 했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내가 만든 손만두가 먹고 싶어졌다. "오늘은 만두 빚어 먹을까?" 시장 보러 가는 길에 혹시 만두 재료를 사 올까 하고 별 호의적인 반응을 기대하지 않고 던진 말에 아이들의 의외의 반응. "네~~ 엄마!! 엄마가 만들어 주는 만두 먹고 싶어요~~^^" 오늘은 필히 만두를 만들어야 하는 날이었나 보다.


아이들이 먹고 싶다는데.. '소나 닭을 잡을 수는 없지만 만두쯤이야..' 하고 "너희~~ 엄마가 재료 사 오면 다 도와야 한다!!" 하고 시장에 가서 재료를 한가득 사 왔다. 마치 재료만 사 오면 다 만들어 줄 것 같던 아이들 표정이 시큰둥. 둘은 바빠서 안된다 하고 둘은 스케줄이 있어 나간단다. "그래. 젊음은 한 때고, 금방 지나간다. 젊을 때 놀아야지." 쿨하게 말하고, 어쩔 수 없이 남편과 내가 서로 의지하며 만두를 빚었다.


숙주를 데치고 부추를 썰고 고기를 양념에 재어 볶고 두부와 김치의 물기를 짜고 마늘을 다져 놓고 섞었다. 오늘 재료의 핵심은 돼지고기. 이전에는 돼지고기 안심으로 했었는데, 시어머님이 만두 만드실  보니 돼지고기 목살을 사서 칼로 일일이 썰어서 다지고 만두를 만드시는 것이었다. 나는 그게 하도 고생스러워 보여 돼지고기 간걸로 그냥 사서 만두 만들면  되냐고 여쭤 보았었다. 어머님은 그럼 맛이 없으시다고 하시며 손수 고기를 칼로 썰어서 만두를 빚곤 하셨다. 그래서 나는 돼지고기 목살을 골라 직접 다지진 못하고..고깃집 아저씨에게 다져 달라고 했다.


당면은 물에 불려 놓았는데 '물에 삶아서 넣었었나?' 기억이 가물가물. 그냥 해도 될 것 같아서 삶지 않은 채로 당면을 잘라서 만두 속을 만들었는데.. 당면이 삐죽삐죽 가시처럼 만두피를 뚫고 나왔다. '어째.. 기억력을 의지하면 안 되는데.. 하도 오랜만에 만드니 이런 일도 있구나' 했다. 만두를 빚는 내내 남편이 "그러게. 요즘 레시피도 잘 나오던데.. 잘 좀 보지.. "하며 구박한다.


그래도 기죽지 않는 나. 그리고 이것저것 부탁하는 일마다 척척 해주는 남편 덕에 만두가 모양과 형태를 갖춰갔다. 둘이서 만두를 만들고 또 만들어 왕만두피 3팩을 다 만들고 만두피가 모자라, 집 앞 마트에서 작은 만두피를 두 개 더 샀다. 작은 만두피에는 작은 새우를 넣어 새우만두를 만들 예정이다. 아직 만두피가 안 녹아 그 틈에 글을 쓰는 중.


만들어 놓고 찜기에 쪄서 먹어 보니 맛있었다. 저녁에 아이들이 집에 오면 먹일 것이 있다는 것처럼 엄마의 마음을 여유롭게 해 주는 것이 또 있을까? 오늘은 특히나 손만두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뿌듯 뿌듯. 만두를 식탁 가득 쌓아 놓고, 한없이 먹을 생각에 흐뭇하다. 얼른 애들이 오면 좋겠다. 전화 걸어 보니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중이란다. 오늘따라 시간이 왜 이리 느리게 가는지..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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