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행복

일상은 시가 되어

by stray

부엌에 켜진 환한 불빛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고


부지런한 엄마의 발소리

새벽 공기 가르는 도마 위 칼질 소리.


따끈한 밥에서

김이 모락모락


고소한 깨소금 참기름

밥과 함께 섞어


계란 부쳐 길게 썰고

햄도 길게 썰어 볶고

오이와 단무지도 길게 길게


김발에 김 놓고 밥 얹어

계란 햄 오이 단무지 김밥을 마시던 엄마.


그 김밥 속에는

계란처럼 노란 정성이

햄처럼 분홍빛 사랑이

김처럼 까만 깊이가

오이처럼 초록빛 신선함이

단무지처럼 노란 수고가 담겼던 거지.


김밥은 피라미드처럼

높이높이 쌓였고


다된 길쭉한 김밥

도마에 놓고 칼로 썰어

입에 넣어 주시면


고소하고 상큼하고 짭짤한 동그란 김밥이

입 속으로 굴러들어 올 때,

내 맘에도 동그란 행복이 솟아올랐지.


그때가 또 온다면 엄마에게

"행복은 김밥처럼 이렇게 동그랗게 생겼나 봐"

라고 말할 텐데.


그저 맘 속으로만 되뇌게 된다.

엄마가 싸준 김밥 먹었던 그때.

내 맘속엔 동그란 행복 솟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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