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남편은 막내가 만들어주는 간식을 기대한다며 생크림을 사 왔다. 생크림 하나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막내는 고민하다가 검색에 들어갔다. 자신이 먹고 싶은 것 중 만들 수 있는 만만한 메뉴를 골라야 만들다 지치지 않는다. 막내는 차가운 디저트, 투0플레이스에서 파는 오레오 아이스박스라는 메뉴를 유튜브에서 찾았다. 그런데 크림치즈와 오레오가 더 필요했다. 동네 마트에서 엄마에게 얻은 돈으로 재료를 사서 만들기 시작. 급히 만들면 저녁시간에 디저트로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만드는 과정은 어렵지 않다. 일단 오레오에서 가운데 있는 크림을 칼로 일일이 다 덜어내어 크림만 따로 모아둔다. 그리고 커다란 볼에 아이스팩을 깔고 그 위에 생크림을 담은 볼을 올려 차가운 온도를 유지하며 손으로 걸쭉하게 될 때까지 휘젓는다. 이때 기계를 쓰면 너무 단단하게 되어 안된단다. 손으로 열심히 저어 생크림을 찍어 위로 들어보았을 때, 줄줄 흘러내리지 않고 똑똑 떨어지는 정도면 된다. 물처럼 흐르지 않는 생크림을 크림치즈와 오레오에서 덜어낸 크림과 함께 섞어 그릇에 크림, 오레오, 크림, 오레오 순서로 켜켜이 쌓아 담아 냉장고에서는 4시간 또는 냉동고에서는 30분 정도 차갑게 식혀주고 맛있게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된다.
막내가 오레오에서 크림을 덜어내는 동안 첫째는 자신이 생크림을 저어주겠다고 나섰다. 오레오 쿠키가 좀 모자란 관계로 완성된 디저트 위에 오레오 쿠키가 수북하게 쌓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크림 사이사이에 들어간 걸로 만족. 마침내 완성. 첫째와 막내의 수고가 한 그릇에 담겼다. 이런 네모난 박스 또 하나가 있으니 다해서 두 그릇. 이것만 먹어도 배부르겠다 싶어 저녁을 안 먹으려 했으나 배가 고파 저녁도 먹고 디저트도 먹었다.
맛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맛있었다. 하얀 부분을 담당하는 크림 부분은 크림치즈와 생크림이 들어간 데다 오레오 쿠키 가운데 크림까지 섞여 들어갔으니 느끼함이 몇 배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담백했다. 게다가 사이사이 섞여 있는 오레오 쿠키가 습기와 함께 적당히 눅눅해져 빵같이 보송했다. 디저트 가게에서 사 먹는 맛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만 해도 훌륭하다. 오레오 쿠키가 2개에 2400원, 크림치즈 한 통에 4500원, 생크림은 할인해서 4800원. 생크림은 쓰고 남았다. 이 가격에 작은 락앤락 크기 두 통이면 가격도 괜찮다. 만드는 과정이 수고스러운 게 흠이라면 흠이다.
어린이날 전야제가 아이들 덕분에 풍성해졌다. 밥처럼 맨날 먹는 것은 아니니 아이들의 경우엔 너무 칼로리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어른들은 조금씩만 먹는다면 ok. 밥만 먹다 가끔 이런 디저트도 먹으면 새로운 힘이 나는 듯.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먹는 재미있는 체험으로 추천한다. 아이들과 만들 때는 그냥 기계로 생크림 저으면 만드는 과정이 더 수월하겠다. 내일은 어린이날. 난 아이도 아닌데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듯 왜 이리 설레고 기분이 좋을까. 내일만은 우리나라 아이들이 정말 기쁘고 행복하게 지내면 좋겠다. 부모들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