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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ray May 18. 2022

입다

이민정, <옷장에서 나온 인문학> 중

사람 70억 명이 있으면 옷도 70억 벌이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 옷은 경제력이나 감각을 뽐내는 수단이며 어떤 사람들에게는 개성과 사상을 알려주는 도구이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억지로 입어야 하는 억압의 상징"이다.


옷을 입는다는 사실은 음식을 먹는 것만큼이나 우리의 일상이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며 창조 이래 타락 이후 가죽옷을 입고 난 뒤부터는 옷이라는 것을 입고 살아야 하는 당위성을 지니게 되었으니 말이다. 옷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끝없는 발전을 해왔다. 직조기술 발명 이후 인류의 옷은 지속적인 발전을 이뤄 현재에 이른다. 그런데 옷의 빛나는 발전은 역사상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기도 했다.



패스트 패션


먹는 것에 패스트푸드가 있다면 옷에는 패스트 패션이 있다. 이는 세계 4대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옷, 신발 , 가방 등의 새로운 디자인 중 유행 아이템으로 선정된 디자인을 빠른 시간 안에 제품으로 만들어 유통하여 소비자까지 전달되는 시간을 단축한 결과 생겨난 말이다.     


스페인 철도원 가정에서 태어난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이러한 패스트 패션의 선구자라 불린다. 그는 어린 나이에 가족의 생계를 위해 셔츠를 만들어 파는 가게에 취업하여 돈을 벌기 시작한다. 잔심부름과 제품 배달을 하며 익힌 의류업계의 경험은 나중에 자신의 사업에 중요한 자산이 된다.      


아만시오는 1975년에 '자라(ZARA)’라는 상호를 가지고 패션업을 시작, 그가 살던 라 코루냐라는 항구도시에 공장을 설립한다. 그는 바다로 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소일거리 하는 가난한 어부의 아내들에게 바느질을 맡겨 빠른 속도로 완제품을 만들었다. 그리하여 소비자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단축했다. 또한 직접 트럭을 몰고 원단을 구입함으로 불필요한 중간 유통의 단계를 줄여 제품의 단가를 낮췄다. 그 결과 그의 사업은 성장 가도를 달려 세계에 계열사까지 합쳐 2014년 당시, 6,058개의 매장을 가진 업체로 성장한다.


그의 사업방식을 본뜬 브랜드들도 생겨났다. 미국의 갭, 포에버트웬티원, 영국의 탑샵, 스웨덴의 에이치앤앰, 일본의 유니클로, 호주의 밸리걸 등이다. 이 업체들은 최신 유행 패션을 소비자들에게 빠르고 싸게 공급한다는 점에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밝은 곳이 있으면 어두운 곳도 있는 법. 카피품으로 인해 디자이너들은 창작의 노고를 빼앗기는 일들이 비일비재해졌다. 또 값싸고 빠르게 얻은 옷들을 더 많이 소비할수록 더 많은 옷이 버려짐으로 환경에 준 부담도 패스트 패션의 어두운 그림자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폐해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공장 노동자들의 인권 침해 문제이다.


원가를 줄이기 위해 인도나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인건비가 낮은 나라에 공장을 갖춰 패스트 패션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하청 업체 공장 노동자의 인권까지 돌보지 못한다는 데서 큰 문제가 빈번하게 생긴다. 2007년 인도의 '갭' 봉제 하청 공장에서는 열두 살 남짓의 아이들이 새벽부터 밤까지 최소 열여섯 시간 일을 하다 발각되었다. 공장 관리자들은 그들에게 월급도 주지 않았다고 한다.


2013년 4월 24일. 2,500명이 부상, 1,129명이 죽은 방글라데시 다카에 있던 라나플라자 붕괴사고도 이러한 공장 노동자 인권침해와 맥락을 같이 한다. 봉제 공장 다섯 업체가 입주해있던 이 건물은 안전검사에서 건물 전체에 금이 가 있다고 알려졌다. 은행과 상점의 직원들은 이 사실을 알고 출근하지 않았다. 그러나 봉제 공장 직원들은 일하러 나오지 않으면 한 달치 월급을 주지 않겠다는 협박에 출근 후 안타깝게 사고를 당했다.


옷에 몸을 맞추다  


과거 여성들의 경우, 코르셋 같은 몸매 보정용 기구들로 몸에 지나친 압박을 가해 폐에 무리가 가 종종 산소부족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도 했다. 또 현대 여성들은 스키니 진처럼 과도하게 몸에 달라붙는 옷으로 자신의 몸을 무리하게 조여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클로즈 투 유> <예스터데이 원스 모어> 등을 부른 1970년대 유명한 듀엣 '카펜터즈'의 여동생 카렌 카펜터는 그녀의 나이 서른둘에 인생을 마감한다. 그녀의 병명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우리에게 친숙한 다른 말로 '거식증'이라 불린다. 이는 "살을 빼려는 무리한 집착이 심리적으로 음식을 거부하게 만드는 병"이다. 카렌은 다이어트 약을 장기 복용 후 결국 거식증으로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했다.    


이사벨 카로라라는 모델도 카렌과 같은 병으로 2010년 결국 사망했다. 그녀는 2007년에 마른 몸매를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패션계에 자신의 마른 몸을 공개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여성 모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패션계의 관습은 사라져야 한다."        



 예시에는 저자가 이야기한 것들  역사상 어두운 부분만 살폈다. 결국 옷이 인권의 문제를 들춰냈고, 옷이 먼저인지 생명이 먼저인지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처럼 일상과 맞닿은 옷이라는 매개체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들과 맞닿아 있다.


 외에도 저자는 명품에 대한 고찰인 고가 브랜드 패션에 대하여 생각해 보도록 이끈다.  프랑스에서 시행된 부르카 금지법을 통해 옷의 상징성을 살핀다. 부르카 금지를 법으로 제정한 프랑스의 경우, 법으로 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옳은지  책을 읽는 독자들이 스스로 질문해 보도록 돕는다.  길에서 자신의 주장을 위해 옷을 벗었던 사람들이 옷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것을 살피며 이를 통해 옷이 가진 표현성에 관해서도 생각해 보도록 화두를 던진다. 또한 유니폼과 모피  사회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이슈가 되는 논쟁도 살핀다. 여기서 저자는 모피 논쟁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사용하는 폭력은 과연 정당한가를 독자들에게 질문하기도 한다. 이처럼  책은 옷과 관련한 폭넓은 이슈들에 대한 저자의 시각을 살펴볼  있다.


의, 식, 주 중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옷을 입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옷은 동물과 다른 인간만의 독특성을 부여해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저자에 따르면 옷은 보호, 정숙, 장식, 표현의 기능이 있다고 한다. 추운 겨울에 우리는 몸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겹의 옷을 입는다. 여름에는 뜨거움을 피하기 위해 옷을 입는다. 또한 부끄러움을 가리기 위한 용도로 정숙을 목적으로 옷을 입는다. 또한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장식의 용도로 옷을 입기도 한다. 거기에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용도로 옷을 입는다.


저자는 "그저 몸을 가리기 위해 옷을 입을 수 있겠지만, 가능하면 내게 어울리고 개성을 표현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옷을 골라 입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라는 속담을 바꾸어 '내가 입는 것이 바로 나'라고 정의한다. 과연 어떤 생각을 하며 옷을 입고 살아야 하는지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옷을 입기 위해 이 책을 한 번쯤 읽어 봄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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