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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미술 일상

에바 알머슨

전시회를 다녀와서

by stray

서울에 볼 일이 생겼다. 서울 오는 김에 전시회에 가볼까 해서 전시회 검색을 해 보았다.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에바 알머슨”의 전시 중이었다. 스페인 출신의 에바 알머슨은 따듯한 그림 일러스트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솔직히 에바 알머슨이라는 작가와 전시 공간이 잘 매치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전시 장소는 전쟁기념관 내 특별 전시실. 무거운 구름을 집에서부터 이고 덜컹거리며 도착해서 가는 곳이 전쟁기념관이라니, 비가 올 듯 말듯한 짙은 구름이 잔뜩 낀 날씨에 뭔가 으스스한 분위기를 더하게 했다. 그래도 역에서 가까운 곳이라는 것은 내 눈에는 큰 장점으로 보였다. 지방서 올라와 또 다른 곳으로 움직여야 하는 사람에게 적당한 동선이었다.


집에서 출발할 때 배낭을 가볍게 하고자 우산은 생략했다. 혹시나 서울엔 비가 올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비가 지나간 건지 내가 역을 나올 때 비는 내리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바람이 적당히 불어 시원했다.


용산역에서 남영역으로 이동하여 전쟁기념관까지 걸어가는 중에 본 거리 시위 장면이 전시회로 향하는 내 발걸음에 무게를 더했다. 일렬로 도로변을 따라 행진하는 시위대를 지켜보는 자들 중에는 일반인도 있었지만 경찰들도 많이 보였다. 두 집단 사이에 흐르던 묘한 긴장감은 tv에서 보던 장면들을 자연스레 연상시켰다. 혹시 무슨 일이 나는 건 아닐까 불안 불안했다. 내가 시위를 본 시간은 다행히 시위를 다 마치고 해산할 즈음이었다. 줄이 긴 시위대와 지켜보던 경찰들 사이에 아무 일도 없어 한숨 돌리고 전시장으로 향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계단 아래로 보이는 그림.

이 그림 이후에는 포토존 이외의 전시실 촬영이 금지다.

불안하던 마음은 작가의 그림을 볼 때 잊혔다. 멀리 여행을 떠나는 여인과 함께 시작된 에바 알머슨의 전시는 행복감 가득한 여인들이 많이 그려져 있는 곳이었다.

포토존과 전시를 나와서 찍은 사진

그림책 일러스트 작가답게 그녀의 그림과 글은 따듯함이 넘친다. 여인의 꿈꾸듯 미소 짓는 얼굴, 꽃으로 장식된 드레스와 머리는 여인들을 더 아름다워 보이게 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코로나 시기에 자가 격리자들의 사진을 이메일로 전송받아 그들의 초상화를 그려 주었다는 내용과 그림 100 여점이 모자이크처럼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것이었다. 처음 4점으로 시작해 100여 점이 될 때까지 초상화를 그려주었다고 한다. 정성이 대단했다.


이제 앞으로 며칠간 날씨는 우중충함이 대세일듯하다. 위에 올린 몇 장의 사진 속에서라도 작가가 전해주는 밝고 화사한 이미지 속에서 조금이나마 작가의 따듯한 위로를 함께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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