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일상 에세이

by stray

오늘은 우리 남은 인생의 첫날이다.

- 김창옥 씨 강연 중

하고 싶은 일도 없고, 해서 뭐하나 하는 무기력과 싸우는 중년의 인생은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곤 한다. 뭐라도 시작해 보고자 하는 순간 '그 나이에 무슨 시작? 한다고 뭐가 되겠니? 사람들이 알아주기는 할 것 같아? 돈도 못 버는 일을 해 봤자 소용없지 않을까?' 이런 말들이 마음 깊은 곳에서 소리칠 때면 자신도 모르게 그 말들에 수긍할 때가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무턱대고 시작할 수 있는 용기나 에너지가 없는 상황에서라면 이러한 마음속 부르짖음들은 무언가 시작하기를 더 머뭇거리게 만든다. 또한 자신의 능력의 가능성을 점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취미나 호기심을 위한 투자는 무모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마음속 말이 진짜일까? 그것을 진짜라고 여기는 한 그것은 진짜이다. 하지만 질문에 답을 달아보면 그것은 그저 기우에 지나지 않을 뿐임이 드러난다. 어떤 일을 시작하는 데 나이가 중요한가? 무슨 일을 한다고 뭔가 대단한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사람들의 인정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돈이 따라올지 안 올지를 가늠하고 일을 시작할 수는 없다. 우선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면 돈도 따라온다. 어쩌면 돈이 안 따라올 수도 있다. 하지만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 않을까. 자아성취가 있고 돈이 있는 것이지 돈을 위해 자아가 있는 것이 아니니 일단 시작할 일이 있으면 걸음을 떼는 것이 중요하다.


어쩌면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들은 이미 인생 어느 시점에서 해오고 있었던 일들이었던 것들일 경우가 많다. 꾸준히 하던 것은 아니라 해도 이미 시작했던 일들 중에 인생 남은 기간 다시 해 보고 싶은 것들일 수 있다. 아예 해 오지 않던 것들 중에 하고 싶은 일은 드물다. 물론 아예 해 보지 않던 일들을 호기심 가득한 마음에 시도해 보고 싶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수많은 버킷리스트들 중 남은 인생 동안 해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중년은 그러한 일들을 시도하기에 참 좋은 시기이다.


그런데 시작한 일들을 하다 보면 그것을 계속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걷기를 하기로 마음먹고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산책이 내 인생에 어떤 의미이며 그것을 통해 내가 얻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던 적이 있었다. 사람들이 돈을 위해 직장으로 출근하던 시간에 내가 운동을 위해 공원을 걸어 다니는 것이 참 무의미해 보였다. 직장이라도 다녀야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현재의 운동이 만들어 준 근육은 미래에 할머니가 되었을 때 걸을 수 있는 힘을 줄 것이고 아파서 병원에 누워있지 않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지 않을까에 생각이 미치자 현재의 운동이 가치 있어 보이고 지속적으로 계속할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되었다.


좋아하는 일들을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는 없다. 시작의 적절한 시기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또한 어떤 일을 시작해 보면 그것이 얼마나 나에게 맞는 일인지 또 계속해야 할 일인지 멈춰야 할 일인지도 알게 된다. 결국 걸음을 떼고 한 걸음을 걷기 시작한 자들만이 다음 길에 펼쳐지는 광대한 풍경을 마음에 담을 수 있다. 자아실현과 성취감 가득한 오늘은 주춤하며 멈춰서 머뭇거리던 내 인생의 한걸음으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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