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지하철 안. 아이들은 언제 내릴지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막내는 손을 잡았지만 나머지는 내 손을 잡을 수 없었다. 밀리는 사람들 틈에 끼어 있는 아이들은 어른은 나밖에 보이지 않는 듯 내 근처에서 맴돌았다. 혹시 하나라도 없어질까 봐 아이 수를 세기를 몇십 번. 하나, 둘, 셋, 넷. 다 있다.
아이들은 나를, 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눈으로 이야기했다. 엄마, 언제 내려요? 몇 정거장만 가면 돼. 끝까지 가면 아빠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아이들과 서울 대공원에 나들이를 갔다 오는 길. 남편은 회사가 끝나자마자 아이들을 데리고 대공원에 갔다 오는 나를 맞으러 역에 와 있기로 했다.
그 날은 유난히 지하철에 사람이 많았다. 보통 낮 시간에는 아이들 앉힐 자리가 있었지만, 그 날은 서 있기도 힘들게 사람이 많았다. 그런 날, 그런 시간이 있다. 앞사람과 친밀하지도 않은 사이인데 숨 막히는 지하철 안에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끔찍하게 몸과 몸이 서로에게 밀착되는, 그런 날 말이다. 그 날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아이들은 하루 종일 대공원에서 뛰어다니느라 몸이 힘들었는지 눈에 졸음이 가득했다. 나도 아이들을 하나라도 잃어버릴까 봐 아이들 뒤를 따라다니며 뛰어다닌 터라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눈이 감기고 팔과 다리가 저려왔다. 아이들 옷가지며 물, 간식거리를 들고 다니느라 무거운 배낭을 메었던 어깨가 바스러질 듯 아팠다.
공원에서 아이 중 하나를 잃어버렸었다. 아이는 자신이 길을 잘 안다고 생각하고 내 핸드폰을 가지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나는 없어진 아이를 찾는 방송을 하려다 우선 내 전화를 들고 있으니 아이에게 전화를 하기로 했다. 대공원을 이리저리 헤매며 공중전화를 겨우 찾아 아이에게 전화를 했다.
잘 모르는 번호에게서 온 전화는 받지 말라고 한 내 이야기를 들어서일까. 전화를 안 받았다.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내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 아이에게 전화를 하라고 했다. 아이가 남편 번호는 아니까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자신이 있는 장소를 말해주었다. 아이는 너무 태연한 표정으로 나를 맞았다. 엄마가 그곳으로 올 줄 알고 거기 있었단다. 그때부터 이미 내 온몸에 힘은 다 빠져 버렸었다.
다음 역은 지하철 종점이다. 그리고 거기에 남편이 기다리고 있다. 그럼 아이들을 함께 데리고 집으로 가면 된다. 나는 그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그러면 집에서 편안히 잘 수 있겠지. 감기는 눈을 부릅뜨고 막내의 손을 꼭 잡고 버틴다.
드디어 종점. 아이 아빠가 지하철 창밖에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아이들은 아빠를 보고 달려 나가고 사람들도 모두 내렸다. 그런데 웬일인지 내 발은 지하철 안에 그대로 서 있다. 아이들이 모두 다 나가고 아빠 손을 잡을 때까지 나는 밖으로 나갈 줄 모르는 사람처럼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모두 다 지하철 밖으로 나갔다. 아이들도, 사람들도. 그리고 문이 닫히고 불이 꺼진다. 나는 빈 지하철 안, 의자 위에 눕는다. 편안하다. 눈은 감기고 잠을 청한다. 오늘은 피곤한 날이었다 생각하면서...
깨어보니 꿈이었다.
왁자지껄, 난리법석. 한 시도 조용할 일 없는 우리 집에서 살다 보니 그때 내겐 그런 공간이 필요했었나 보다.
어디까지가 꿈이었고 어디까지가 진짜였을까. 나와 아이들만 아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