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를 읽고
그림 출처: Flowers on the windowsill
Carl Larsson 1894, Nationalmuseum, Stockholm, Sweden
칼 라르손. 그는 스웨덴에서 이케아에 영감을 준 화가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렇게 먼 나라에서 유명한 화가가 내게도 유명할 리 없다. 그림만 보고 작가가 여자인 줄 알았다. 아이들을 그리는 것은 여자의 몫이라는 편견이 내게 있었나 보다. 책을 보고 작가가 남자임을 알았다. 그의 그림을 처음 접한 날, 전혀 모르던 그의 그림은 내 마음속에 자리를 잡았다. 아이들만의 순수하고 익살스러운 표정이 그의 그림 곳곳에 보여 더 친근했던 것일까. 평범한 일상에서 겪은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묻어있는 장면을 맑은 수채화로 표현한 그의 그림은 보는 순간 마음을 뛰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가 그린 그림들에서는 이미 알고 있던 친구 같은 친근함이 느껴졌다.
멀리 북유럽 스웨덴 화가의 일상이 어쩌면 우리 아이들과 지냈던 평범하기 그지없던 일상과 이토록 닮아 있는 것일까. 신기하기도 하다. 다른 점은 그는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자신의 그림으로 남겼고 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는 것이다. 결이 살아있는 꽃과 나무, 옷, 표정, 가구들과 머리카락 등은 그의 섬세한 관찰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위의 그림은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청춘의 여신 '이둔 Idun'을 자신의 딸 브리타를 모델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둔의 이야기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청춘의 사과'이다. 아스가르드에 살던 북유럽 신들은 이둔이 가지고 있던 사과를 먹음으로써 늘 빛나는 젊음을 간직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인 디아지에게 그녀를 빼앗겨 신들이 모두 늙어버리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고, 신들은 그녀를 찾아내어 다시 청춘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둔의 사과는 젊음과 풍요의 상징이다.... 브리타의 손에는 이둔을 상징하는 사과 바구니가, 또 다른 손에는 양초에 대롱대롱 매달아 놓은 사과가 있다." -이소영,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p139
그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행복감과 달리 그의 어린 시절은 매우 우울했다고 한다. 아이에게 상처가 될 만한 말을 아무 여과 없이 쏟아냈던 그의 아버지 때문이다. 경제적으로도 많은 어려움을 겪은 그는 파리 유학 시절 그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다. 아이들에게 자신이 겪었던 어린 시절의 아픔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그는 더 행복하기로 결정했나 보다. 그림 어떤 곳에도 그가 겪었던 어두운 그림자가 없으니 말이다. 결국 내면을 가꾸는 것은 자기 자신이지 환경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