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짓다
안경을 장난으로 코 끝에 걸쳐 본 적은 있지만 눈이 나빠서 진짜 써 본 적이 없습니다. 글씨가 흐릿하게 보이는 것은 날이 어두워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이제 눈이 침침하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려면 낮에도 불을 켜야 더 잘 보이곤 했습니다.
아는 언니가 준 돋보기가 생각났습니다. 처음으로 돋보기를 써 보았습니다. 책의 글씨가 환하고 또렷하게 보이는 것이 놀랍습니다. 돋보기 하나로 세상을 얻은 것 같습니다. 본다는 것의 경이감을 새롭게 느낍니다. 그동안 눈 핑계로 못 읽던 책들을 다시 읽고 싶어 집니다.
정약용 선생의 유배지 강진에서 본 다산의 안경 낀 사진도 떠오릅니다. 그때만 해도 안경이 흔하던 시절이 아니었을 텐데 다산 선생도 저와 같은 심정으로 책을 다시 대했을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