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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ray Nov 13. 2021

학교 가는 길

일상 에세이

여행은 일상에 활력을 준다.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는 아이들 어릴 때 여행을 참 많이 다녔었다. 그럴 때마다 우리 눈에 들어오는 물건이 있었으니. 루프 박스. 저것만 있으면 아이들 좀 더 편하게 오가련만.


그때부터 눈여겨보았던 루프 박스는 한달음에 사기엔 너무 비쌌다. 남편 말이 루프 박스 하나가 몇백만 원도 든다 했다. 그래서 그냥 어찌어찌 버티며 지냈다.


그동안 아이들과 어디라도 갈라치면 아이들은 발 밑이나 자기 자리 옆에 짐을 가득 안고 불편하게 오가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


아이들이 차에서 잠을 자야 했던 때는 그 짐들이 침대 같기도 하고, 베개 같기도 해 보여 오히려 편해 보이기도 했다.


아이들이 많이 컸다. 이제 아이들은 어른 한 사람 몫의 공간을 차지한다. 짐을 안고 이고 피난 가듯 다니던 아이들이 더 이상 자기 옆에 짐을 안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크니, 부모인 우리는 드디어 결단을 해야 했다. 루프 박스를 사자.


오랜 시간을 들여 중고를 알아보다가 드디어 남편은 당근을 통해 루프 박스를 구했다. 이제 우리가 안고 밟고 다니던 짐들은 저 박스에 넣어 이고 지고 다닐 수 있겠다 생각하니 한층 차 안이 여유로울 듯하여 내심 기뻤다.


청소를 해야 하니 집안에 놓고 며칠을 닦고 또 닦아 반짝반짝 윤을 내니 한결 고급스럽게 보였다. 차에 달려 비나 눈도 마다하지 않고 우리 가족의 짐을 다 져줄 박스, 장거리를 오갈 때 애들이 좀 편해지겠다 싶어 고마운 마음이 몰려왔다.


이제 우리는 루프 박스도 있으니 떠나기만 하면 된다!! 어디든 가자!! 그런데..


아이들이 너무 커서 여행  시간이 없어졌다. 커버리기 전에 샀어야 했던 건데.. 인생에 때늦은 후회가 밀려올  해야  일은 생각 바꾸기.


루프 박스를 꼭 여행 갈 때만 사용해야 하는 건가? 아이들은 여전히 갈 곳이 많다.


우리 어디 가요? 학교.

학교를 여행처럼 가는 거야~~ 좋지?

루프 박스 하나 달릴 뿐인데 일상이 여행으로 바뀐다. 생각을 바꾸니 일상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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