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여행은 일상에 활력을 준다.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는 아이들 어릴 때 여행을 참 많이 다녔었다. 그럴 때마다 우리 눈에 들어오는 물건이 있었으니. 루프 박스. 저것만 있으면 아이들 좀 더 편하게 오가련만.
그때부터 눈여겨보았던 루프 박스는 한달음에 사기엔 너무 비쌌다. 남편 말이 루프 박스 하나가 몇백만 원도 든다 했다. 그래서 그냥 어찌어찌 버티며 지냈다.
그동안 아이들과 어디라도 갈라치면 아이들은 발 밑이나 자기 자리 옆에 짐을 가득 안고 불편하게 오가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
아이들이 차에서 잠을 자야 했던 때는 그 짐들이 침대 같기도 하고, 베개 같기도 해 보여 오히려 편해 보이기도 했다.
아이들이 많이 컸다. 이제 아이들은 어른 한 사람 몫의 공간을 차지한다. 짐을 안고 이고 피난 가듯 다니던 아이들이 더 이상 자기 옆에 짐을 안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크니, 부모인 우리는 드디어 결단을 해야 했다. 루프 박스를 사자.
오랜 시간을 들여 중고를 알아보다가 드디어 남편은 당근을 통해 루프 박스를 구했다. 이제 우리가 안고 밟고 다니던 짐들은 저 박스에 넣어 이고 지고 다닐 수 있겠다 생각하니 한층 차 안이 여유로울 듯하여 내심 기뻤다.
청소를 해야 하니 집안에 놓고 며칠을 닦고 또 닦아 반짝반짝 윤을 내니 한결 고급스럽게 보였다. 차에 달려 비나 눈도 마다하지 않고 우리 가족의 짐을 다 져줄 박스, 장거리를 오갈 때 애들이 좀 편해지겠다 싶어 고마운 마음이 몰려왔다.
이제 우리는 루프 박스도 있으니 떠나기만 하면 된다!! 어디든 가자!! 그런데..
아이들이 너무 커서 여행 갈 시간이 없어졌다. 커버리기 전에 샀어야 했던 건데.. 인생에 때늦은 후회가 밀려올 때 해야 할 일은 생각 바꾸기.
루프 박스를 꼭 여행 갈 때만 사용해야 하는 건가? 아이들은 여전히 갈 곳이 많다.
우리 어디 가요? 학교.
학교를 여행처럼 가는 거야~~ 좋지?
루프 박스 하나 달릴 뿐인데 일상이 여행으로 바뀐다. 생각을 바꾸니 일상이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