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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ray Dec 08. 2021

중딩 딸 앞머리

일상 에세이

중학생 시절은 외모에 관심이 많아지는 시기이다. 그때 나는 거울을 보며 내 광대뼈는 왜 이렇게 튀어나왔고 입술은 왜 이리 두꺼우며 얼굴에 주근깨는 왜 이리 많은지 항상 불만에 가득 찼던 생각이 난다. 게다가 눈썹은 진하고 이마는 좁고 머리카락은 까맣고 숱이 많아 내 얼굴이 누구보다 못나 보였던 것 같다. 


지금은 내 얼굴이나 다른 사람 얼굴이나 다 거기서 거기고 얼굴에 눈, 코, 입 있으면 된다 생각되지만 그때는 거울 볼 때마다 마음이 참 어려웠었다. 앞머리도 자르고 구르프도 말며 색종이 자르는 가위로 앞머리 만들겠다고 머리카락을 잡고 그냥 일자로 잘랐던 것을 보면 난 참 용감했다. 


엄마에게 물었다. 나는 왜 얼굴에 주근깨가 이렇게 많은지, 그리고 팔에도 남보다 털이 많은지. 엄마는 내가 물을 때마다 그게 매력이라고 대답해 주셨다. 남들은 널 부러워한다고. 너 예쁘다고. 난 초등학교(그때 당시 국민학교) 때까지 그 말이 진짜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중학생이 되니 엄마가 나에게 돈 들이기 싫으니 말로 얼버무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집 중딩 딸내미가 갑자기 앞머리가 자르고 싶다고 하며 동영상 검색을 하더니 드디어 앞머리를 잘랐다. 숭덩 잘려나간 머리카락 뭉텅이 밑으로 드러난 앞이마가 좁다. 인터넷에서 앞이마가 좁은 사람은 앞머리가 안 어울린다고 했다나. 금세 울상. 그러더니 이제 옆머리도 잘라야 한다고 가위 들고 옆머리도 숭덩. 과연 어떤 모습을 기대했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만. 나 집에서 머리카락 잘랐음.이라고 가위로 머리에 글씨 쓴 듯 부자연스럽기 그지없다. 


머리카락을 자르기 전과 후에 거울에 붙어서 끝없는 나르시시즘을 보이던 중딩 딸내미는 옛날 내가 엄마에게 물었던 것을 이제 내게 묻는다. 엄마 나 어때요? 나는 예전에 들었던 대로 대답한다. 너 예뻐. 매력 있어. 나의 엄마가 나를 진짜 예뻐서 예쁘다고 했는지 대충 얼버무리려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냥 우리 딸이 예쁘다. 당분간 우리 집 중딩 딸내미를 클레오파트라라고 불러야겠다. 나름 닮은 듯도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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