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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ray Jan 02. 2022

살아갈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일상 에세이

새 달력을 받았다. 나이를 세어 보니 내가 살아온 날들보다 앞으로 살 날이 더 적을 듯하다. 

라틴어 메멘토 모리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를 뜻하는 라틴어 낱말로 로마가 원정을 갔다가 승리를 하고 나면 개선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너는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며, 오늘은 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을 것이니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것을 기억하도록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 소리로 외치게 했다고 한다.
 - 출처: 위키백과사전

시한부 인생을 사는 환자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남은 시간의 중요성을 안다. 자신의 인생의 끝을 아는 자는 지혜롭다. 그들은 남겨진 시간을 의미 있게 마무리하고자 계획하곤 한다. 그들은 시간을 조금도 헛되이 흘려보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나무나 풀 한 포기까지 세상을 다 아름답다 여기며 남겨진 시간 동안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집중해서 하게 된다. 


인생의 끝이 있음을 절감하며 살아가는 또 다른 경우는 사형수이다. 

사형집행인이 마지막 5분의 시간을 통보했다. '2분 동안은 내 삶을 반추하자. 2분 동안은 사랑했던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려보자. 1분 동안은 다시는 볼 수 없을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내 두 눈에 담고 죽자.'
-박세니, 초집중의 힘(p206)

위의 글은 러시아 정부를 비난하는 글을 써 사형을 선고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려던 찰나, 말발굽 소리와 함께 조건부 석방 명령으로 결국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러시아 대 문호 도스토옙스키의 형장에서의 사색이다.


그러고 보면 자신의 죽음을 염두에 두고 겸손히 살았을 로마의 개선장군들은 마치 시한부 인생을 사는 환자들처럼, 또는 형장의 사형수처럼 "메멘토 모리"라는 단어와 함께 자신에게도 올 죽음의 그림자를 의식하며 겸손히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인생의 황금기는 두 번 오지 아니하고, 지나간 하루해는 다시 뜨기 어렵다.
배움의 때에 임해 부지런히 힘쓸지니,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느니라.(盛年不重來一日難再晨 及時當勉勵 歲月不待人)" 


중국 육조시대 유명 시인 도연명(365-427)은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흘러가는 세월을 잡을 수 없고 젊음은 빨리 지나가는 법이다. 


언젠가 죽을 인생. 젊음의 시절이 영원할 듯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물쓰듯한다면 후회가 물밀듯 밀려올 것을 예견할 수 있다. 또한 인생길을 가는 동안 내가 처음에 목표로 설정했던 곳을 생각하며,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잘 살피지 않으면 다른 곳에 다다르게 된 그 결과를 보며 후회만 남을 뿐이다. 

나는 내가 얼마나 살 지, 언제 죽을지 모른다. 그저 주어진 하루, 오늘만큼의 길을 걸을 뿐. 아직 노인이라 여겨지기엔 이른 나이만큼의 젊음을 가지고, 그 시간들을 가치 있고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오늘이란 시간을 가꾸어 가며, 내가 이르고자 하는 목표점을 바라보며 주위를 둘러보지만 다른 길로 빠지지 않으며, 내 주어진 길에서 방향성을 가지고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을 뿐이다. 그 언젠가 다다를 인생의 끝을 준비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작심 2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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