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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단 Aug 08. 2024

'아이고, 죽겠다'라는 말의 나비효과


아침에 눈을 떠 보니 05시 48분. 이미 해가 중천에 떠있었고, 남편이 식탁에 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 비스듬히 보이는 남편을 보면서 아무 의식 없이 내뱉는 말, 



‘아이고, 죽겠다.’



일주일에 두 번 가는 요가를 어제 다녀왔었다. 평소 안 하던 동작 위주의 수련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온몸 구석구석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물론, 이 아픔은 진짜 아픔은 아니다. 다들 느껴봤겠지만, 뿌듯한 느낌을 동반한 뻐근함이랄까.



Unsplashkike vega




남편이 내 말을 듣고 한소리를 했다.


‘죽겠다가 입에 붙었네, 맨날 죽겠대.’


음, 그랬다. 생각해 보니 요즘 '아이고, 죽겠다'라는 말을 참 자주 한다.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듣게 되시면 어떤 느낌일까. 젊은 게 뭐가 그리 죽겠다는 거냐 늙은 나도 있는데. 하고 생각하실 것 같다. 






아침마다 사무실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지하 2층에서 지상 3층까지 계단을 통해 걸어 올라간다.  사무실을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맨 처음 내뱉는 말도, 물론 혼자서 속삭이는 말이긴 하지만, ‘아이고, 죽겠다.’였던 것 같다. 



생각해 보니, 아침 댓바람부터 기분 좋게 인사하고 시작하지는 못할망정, 죽겠다며 시작하고 있었던 것. 혹여라도 그 말을 들었을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한 하루의 시작을 안겼던 것 같아 미안함이 몰려왔다. 



UnsplashHeidi Fin




내가 타인에게 애정을 가지고, 막 관심을 표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피해는 끼치지 말고 살자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사람으로서, 나의 생각과 행동 사이에 큰 괴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   






얼마 전, 큰 준비 없이 대모산 산행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정상까지 올라가면서 내가 얼마나 죽겠다는 말을 많이 했을지, 아무 의식 없이 내뱉는 말을 나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을 남편에게도 역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 몸을 관리하겠다고 요가를 하고, 계단을 오르는 나는, '아이고, 죽겠다.'를 그렇게 주변에 의식 없이 내뱉고 있었던 것이다.



그 말은 분명, 내 주변을 돌고 돌아 결국에 내게도 좋지 않은 영향으로 돌아오는 나비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었을 터. '몸을 관리하겠다고 열심히 했던 운동의 긍정적 효과가 있었을까.' 싶은 생각까지 들게 되었다. 



운동을 통한 힘듦과 아픔은 분명, 뿌듯한 뻐근함이다. 진정한 힘듦과 아픔이 아닌 것. 앞으로, 힘들다는 몸이 하는 말보다, 뿌듯하다는 마음이 하는 말을 밖으로 내뱉으려 노력해 봐야겠다. 그것은 아마도 긍정적인 언어가 아닐까. 오늘도, 잠깐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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