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단 Aug 08. 2024

냥집사 멍집사는 사양해도, 식집사는 괜찮아요.

부제: 나와의 거리







이 아이의 이름은 ‘아마그라스’ 원산지는 브라질. 꽃말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한다. 공기 정화 기능이 있다. 밝은 간접광을 좋아하고, 직사광선이 잎에 닿으면 잎이 타버린다. 습도가 낮으면 잎이 시들거나 말리는 현상이 있으며 습도 50~60%, 온도 15도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1년 반 동안 '아마그라스'를 사무실 내 책상 옆에서 키웠다. 번식력이 좋고, 줄기가 나와 돌돌 말린 잎이 펼쳐지며, 금세 풍성하게 잎을 가득 채운다. 찾아보니, 분촉을 해주어야 하는 것 같지만, 나는 처음 받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냥 한 화분에서 키우고 있다. 잎은 앞면과 달리 뒷면은 자주색을 띤다. 



물은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주고, 대신에 물뿌리개로 잎에 물을 수시로 뿌려준다. 한, 이틀만 물을 뿌려주지 않아도 잎이 바짝 말라있다. 매우 꼼꼼하게 모든 이파리를 들춰가며 하나하나 물을 뿌려줘야 한다. 습도 유지가 매우 중요한 아이라, 사실 건조한 사무실 환경에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일 년 반 가깝게 감사하게도 내 옆을 지켜주고 있는 아이다. 





식집사. 식물 집사. 반려 식물을 키운다는 뜻이다. 의지하고자 하는 대상이 동물을 넘어 식물로 확대된 것. 나는 ‘식집사는 괜찮아도, 냥집사, 멍집사까지는...’이다. 



실은 나는, 고양이나 강아지를 키우는 일에 대해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어렸을 때부터 난 동물을 무서워했다. 반가워서 달려들거나 짓는 강아지를 무서워했고, 저만치 떨어서 노려보다가 슬그머니 피하는 고양이도 마찬가지였다. 



10살 무렵. 동네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며 먹을 것을 찾고 있던 4-5마리의 개떼들 중 한 놈에게 추격을 당해본 뒤로, 강아지에 대한 공포는 극대화되었고, 그 이후로 골목길에 풀어진 강아지가 있으면 저 멀리 돌아다닐 정도로 강아지를 무서워해왔다.  



요즘은 예전만큼 길에 풀어져 있는 강아지가 없고, 또 귀여운 강아지들도 눈에 띄긴 한다. 작고 귀염성 있는 강아지들은 예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 예전만큼의 공포는 약간 사라진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집에서 키우는 동물을, ‘반려동물’이라 칭한다. 1인 가구가 많아진 요즘, 반려동물은 사람 대신 동물에 의지하며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들이 되었다. 



나의 동물에 대한 마음은, 아직 그 정도까지의 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에 의지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예전의 나를 알던 사람들이라면, 장족의 발전이라고 할 것이다. 



대신, 식집사는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명이 있는 '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깊은 애정을 쏟아야 하는 일이지만, 식물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적당한 거리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는 존재. 무언가 의지하고 싶을 때, 문득 생각나는 존재. 생명이 있는 이 아이가 내 옆에서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었지.라고 한 번씩 느낄 수 있는 존재. 




나에게 ‘반려’라는 이름이 붙은 생명체는, 그 정도의 거리가 딱 좋다는 생각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반려자’라는 존재를 어떻게 가지게 되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남편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아주 진지하고, 깊게 생각해 보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가능했을는지도. 




하지만, 어떻게 '생명체'인 '사람'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건지 가끔 생각해 보면 놀라울 때가 있다. 아마도 남편이 나와의 거리를 잘 지켜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도, 잠깐 생각해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