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에 중독되다
한 가지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다 보면 그 길로 깊이 빠져들지만, 다른 쪽에서는 정신적. 신체적인 손상이 일어나곤 한다.
한 달 남짓, 우리는 밤마다 ‘왕좌의 게임’을 보았다, 몇 년 전 이미 완주던 드라마지만, 오랜만에 다시 보니 거의 처음 보는 듯 새로웠다.
가슴 졸이고 흥분하고 설레고 진저리 쳤던 그 시간은 무엇이었을까?
1.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드라마 속 캐릭터들과 세계관에 몰입해 오락적인 쾌감을 얻었다.
2. 남편과 함께 보며 우리 삶에 견주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 공감을 나누며 더 친밀해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3.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 루틴이 되어 주었다.
4. 그러나 문제도 있었다. 보통 11시면 잠자리에 드는데, 1시간이 넘는 드라마를 두세 편씩 이어 보다 보면 자정이 훌쩍 넘어가곤 했다. 아침이면 피곤에 절어 머리도 무겁고 눈도 침침했다.
5. 그만 볼까 고민했지만, 시작한 이상 멈출 수 없었다. 끝까지 달릴 수밖에 없는 드라마의 마력. 우리는 그것을 ‘중독’이라고 불렀다. 사실 인생에는 이렇게 몰두할 무언가도 필요한 법이다.
6.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가상 세계의 잔상이 머릿속을 흔들었다. 그 순간 창밖에서 새소리가 들려왔다. ‘현실은 여기에 있는데’라는 생각이 스쳤다. 현실은 내가 먼 눈 바라보는 사이, 현실은 만져보기도 전에 나를 버리고 저 멀리 달아나 버릴지 모른다. 지금 여기의 하늘과 산, 바람과 공기, 사람들, 그리고 우리의 건강이 더없이 소중하다.
7. 드라마를 보는 동안 저녁 시간의 자기 정리, 글쓰기는 거의 하지 못했다. 밥 먹고 나면 자리 잡고 앉아 드라마를 보고는 지쳐 쓰러져 자기 일쑤였다.
드라마는 끝났고, 이제 다시 살아있는 나의 일상에 중독되어야겠다.
다만, 그 몰입의 시간은 공허한 낭비가 아니다. 간접 경험을 통해 내 일상을 더 깊게 만드는 또 하나의 결이 되어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