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이를 보내며 1

다람이 생각 9월 11일

by stream


한밤중에 잠이 깼다. 다람이 생각이 나서 속이 쓰렸다.

낭랑하던 목소리, 또렷하고 푸른 눈매는 어디 가고 메에에 가녀린 목소리.

고개도 똑바로 쳐들지 못하는 다람이.


다람이는 17년 전에 초등학생이던 딸이 공방 근처에서 만나 데리고 온 고양이다.

털 무늬가 다람쥐 닮았다고 동생이 다람이라고 이름 붙여주었다.

요 며칠 밥을 아예 안 먹더니 집을 나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다람이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강아지 토토가 집 앞에 산책 나갔다가 지나가는 차에 다쳐서 집안에 들여 돌보기 시작한 날부터 다람이는 며칠 동안 유리창 밖에서 집안만 들여다보았더랬다.

지난가을에는 다람이가 몹시 아파서 집안에서 몇 달 돌보았다. 그때 집 안에 있는 게 좋았던지 웬만큼 낫고 나서 밖에 내보냈더니 며칠 동안 계속 집 안에 들어오려 했다. 그래도 들여보내 주지 않자 급기야 방충망을 뚫고 들어왔다. 얼마나 들어오고 싶었을까 싶었지만 나는 매정하게 내보냈다. 몇 달 동안 집 안에서 똥오줌 치우고 수시로 냐옹 대며 밥 달라고 조르는 다람이 시중들기가 너무 힘들었던 것이다.


며칠 전에 다람이가 하도 안 먹어서 ’ 집에 너무 들어오고 싶어 그러나‘ 생각하고 들여놓아 보았다. 처음에는 만족스러운 듯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앉아 있었다. 좋은가 보다 생각하고 남편과 함께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잠시 그렇게 앉아 두리번거리더니 슬그머니 내 곁에 다가와서 또렷한 눈매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관심을 주지 않으니 발끝에 머리를 대고 비볐다. 나는 드라마에 빠져 ’응, 응‘ 하며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것만으로 응답해 주었다.

그때 손으로 다정하게 쓰다듬어줄 것을.

다람이는 무슨 말을 하려 했을까.


잠시 후 다람이는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렇게 들어오고 싶어 했는데,

문을 열어주니 주저 없이 나가 버렸다. 문밖에서 다람이 딸 봄이가 기다리다 다람이에게 코를 비볐다.


엊저녁에는 동생이 왔다가 집에 돌아가려고 할 때 다람이가 왔었다. 마지막 인사하러 온 건지 내가 저녁 운동하고 돌아왔을 때 다람이는 가고 없었다.

좀 더 다정하게 대해 주지 못한 게 후회되어 마음이 아팠다.

내가 좀 더 나를 내어놓을 수 있었다면 다람이가 귀찮은 식객이 아니라 적적한 시골 삶의 다정한 친구였다는 걸 알았을 텐데.


며칠 동안 먹지 않아 형편없이 야윈 다람이. 어렸을 때 앞발 하나를 다쳐 세 발로 걷는 다람이. 내가 역정을 내면 세 발로 황급히 겅중겅중 뛰어가 버리던 다람이.

고양이 엄마란 생각해 본 적 없는데, 가슴으로 낳는 자식이란 말이 떠오르는 건....... 내가 엄마였을까?

사랑해주지 못한 게 미안하다.


“엄마, 동물들 좀 귀여워해 줘.”

라고 부탁하던 딸의 말이 생각난다. 매끼 밥 주는 것만도 힘들다고 그랬는데, 그 말이 이제야 내게 들어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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