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예 Oct 04. 2023

만일 미성년자도 담배를 피워도 된다면

노담 하세요…

도서관에 갈 때마다 도서관 앞 길가에서 담배를 피우는 여학생을 마주친다. 사복을 입었다지만 앳된 얼굴로 미루어 짐작할 때, 아무리 많이 쳐 줘도 고등학생이다. 마주칠 때마다 그녀는 담배를 피우고 있다. 뜯지 않은 나무젓가락 틈새로 담배를 야무지게 꽂아두고 담배를 피우다 내가 지나가면 등 뒤로 슬그머니 뒷짐을 진다. 담배를 피우는 걸 숨기려는 모양이다. 그럴 거면 길가에서 피우지나 말지. 좀 더 안 보이게 숨기든지.


도서관이 산과 붙어 있고 큰 길가에 덩그러니 놓여 있어서 인적이 드문 곳이라고는 하나 대로변은 대로변이다. 담배를 몰래 피울 생각이라면 좀 더 으슥한 공간은 얼마든지 있는데도 번번이 도서관 코 앞에서 담배를 피운다. 내가 도서관을 자주 가는 것도 아닌데 공교롭게도 갈 때마다 마주쳤으니 아마 그 대로변이 그 아이에게는 담배를 피우는 공간인가 보다. 도서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그러나 결코 도서관 안은 아닌.


외양으로 공부를 열심히 하는 친구인지 아닌지 따지는 건 썩 의미가 없겠으나, 번번이 도서관 앞에 있다는 건 추리에 나름 신빙성을 더한다. 공부는 해야 하니 도서관에 나오긴 나오는데 이유야 몰라도 담배는 피운다. 살펴보면 제법 모범생의, 말간 학생의 얼굴을 하고 있다.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목격하지 않았다면 흡연을 하리라곤 아무래도 상상하기 어려웠을 외양이다. 차라리 뻔뻔하기라도 하면, 그랬다면 지나가는 행인인 나를 ‘굳이’ 의식해 맛깔나게 말아 올리던 담배를 숨기지 않았을 텐데. 일말의 양심 때문인지 번번이 뒷짐을 진다. 당당했더라면 나는 무신경히 지나갔을 것이다.


어쩌면 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착실하고 촉망받는 학생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일탈이 필요해서, 금기된 무엇을 해야만 해서, 그 수단으로, 하필 담배를 택했을까?


한 마디 할까 말까 하다가 만다. 훈계는 들을 사람이 준비가 되어 있을 때나 훈계가 될 테니까. 한 소리 듣는대도 더 으슥한 곳으로 들어가서 피우면 그만일 테고. 결국은 자기 자신이 흡연의 불필요성을 느끼게 될 때까지는 어떻게든 피우리라. 흡연이 미성년자에게 금기가 아니었다면 담배를 피우지 않았을까? 그 대신 금기된 다른 무엇을 하기 위해 용을 썼을까? 잘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 어련히 할 수 있게 되는 것을. 하라고 해도 안 하고 싶은 무엇이 될지도 모르는데. 몸에도 안 좋은데. 담배는 그야말로 최악인데…


이런 말은 자기가 체감하기 전까지는 영 받아들이지를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수는 아니지만 목 관리는 해야겠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