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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예 Dec 05. 2021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지금이 바로 그 10년 전은 아닐까


동짓날이 되기까지 밤은 깊어만 가고, 나는 두툼한 이불 속에서 — 너무 낭만적으로 쓴 감이 있는데 — 유튜브를 본다. 허허.


뭐. 유튜브 아니면 넷플릭스가 제격이지. 고럼, 고럼!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을 타고 무한히 팽창하는 유튜브의 세계 속에 풍덩 나를 담근다.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게 이런 걸까, 미처 체감하기도 전에 이미 영상을 클릭, 클릭하는 그런 것. 어쩌다 당도한 영상은 당돌한 물음을 던지는 클립이었는데 — 라임을 맞추려고 당돌한이라는 표현은 썼다만, 실상 그렇게 당돌하지만은 않은 — 그 물음이란 바로 이것.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뭘 하실 건가요?”


뭐라고요? 김샌다고요? 여기저기서 조금 김빠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군요. 변명하자면 싱거운 음식이 몸에 좋듯이 싱거운 문장이 정신 건강에도 이롭습니다. 궤변은 이쯤 늘어놓는 것으로 하고...


좌우간 당신이라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영상 속의 인물의 답을 공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전 재산을 비트코인에 몰빵하겠습니다.


어떤가? 예상했던 대로인가? 아마 100이면 99는 이 대답에 반박하지 않으리라. 지난 10년 동안 가장 급격한 변혁의 물살을 꼽자면 비트코인만 한 것이 없으니. 고개를 끄덕인다. 꼭 비트코인이 아니더라도 그렇다. 10년 전이라는 과거로 돌아가겠다는 질문 속엔 인간의 욕망이 들끓는다. 하지만 타임머신이 개발되지도 않은 상황 속에서 이러한 물음은 그저 망상에 그칠 뿐. 하여 껄무새 — ~할 껄! — 가 되는 것으로 씁쓸한 마무리를 한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10년 후의 내가 불쑥 지금의 내게 말을 걸어온다. 미래의 내가 어엿한 인간으로 우뚝 자리매김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할 껄’만을 되뇌는 앵무새가 될 것인지는 선택의 몫이란다. 징— 하고 두개골 내에 묵직한 진동이 이는 기분이다. 뭘 의심하고 불안해하고 있는 거지, 나는?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지금의 내가 10년 전으로 돌아가 가계의 전 재산을 탈탈 털어 비트코인을 산다고 치자. 비트코인은 어떤 날은 값비싸졌다가, 어느 날은 폭락을 거듭하리라. 그런다고 내 마음이 요동칠까? 아닐 것이다. 2021년 어느 시점에는 어떤 가격이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강한 확신은 그런 변동성에 별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다.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아니 덕분에 나는 느긋한 마음으로 관람하리라. 시장의 극단적인 춤사위를.


10년 후의 나라는 것도 그렇다. 인생은 새옹지마이며,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것이라 오르락내리락이 디폴트 값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이 실로 나쁜가? 심장이 멈추면 심전도는 직선을 그린다. 마찬가지로 생은 진부함이라는 일직선을 그릴 때 생기를 잃는 것은 아닐는지.

참 아이러니하지. 주워듣기론 pax romana에서 정작 문화는 다른 시대보다도 꽃 피지 못했다던데. 그러니 적절한 파고는 어쩌면 필요에 의한 것인지도 모른다. 더 아름다운 삶을 피워내기 위한 양분인 셈이다.


그러나 집채만 한 시련이 닥쳐오는 때는 어쩌면 좋을까. 목전에 놓인 불안은 좀처럼 잠들지 않는다. 뒤척이는 밤이 길어진다. 그럴 때 10년 후의 내 목소리를 꺼내 듣는다. 뭘 의심해? 그녀는 가타부타 말이 없다. 핀잔 같기도 하다. 뭘 의심해? 다 잘 될 텐데. 미래인의 짧고도 시큰둥한 대답에는 당연한 사실만이 있을 뿐.


비트코인이 오르건 말건 결국엔 오르리라는 확신이 있으니 전 재산을 붓겠다는 답변과 같은 맥락이다. 하물며 나라는 존재는 비트코인처럼 외부 요인만으로 좌지우지되는 것도 아니다. 내면을 다지고 외부를 가꾸는 것은 어쨌든 내가 개척할 수 있는 영역이잖은가? 비트코인에 몰빵할 게 아니라 내게 몰빵하는 편이 훨씬 수익률이 높으리라. 10년 후의 내 메시지는 그런 것이었다.


쫄지 마! 어차피 잘 될 건데.


그래, 그러니 행동하는 낙관주의자가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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