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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르니스트 Jul 16. 2016

치즈별에서 온 감자 왕자

대만 여행 3일차: 대왕오징어튀김, 스린야시장, 왕자치즈감자

위엔탕을 처묵한 후 잠시 스타벅스에서 노닥대고 있었던 우리 부부.

창밖을 바라보니, 잠시 후 몹시 어이없게도, 해가 지면서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한 비가, 결국에는 저녁 즈음에는 그치고 말았다.


헐. 단수이로부터 선사받은 이 빅엿 어이할꼬. 먹지도 못할 이 놈의 빅엿...

우리 부부에게 이제 단수이로부터 기대할만한 것은 강 건너 빠리 (八里, 팔리) 에 있는 할머니 대왕오징어 튀김.


사실 대왕오징어 튀김은 대만 스트리트 푸드 중 가장 대표적인 메뉴라서, 단수이 뿐만이 아니라 타이페이 시내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대왕오징어 튀김이 시작된 원조집이 바로 빠리에 있는 '할머니 대왕오징어 튀김'집이라고 하니, 뼛 속 뿐만 아니라 혈중 적혈구까지 속속들이 원조에 대한 갈망이 녹아있는 ㅡ_ㅡ;; 원조집 집착쇠 Strider에게, 원조집 순례를 위해 배 타고 강 한 번 건너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다.


알흠다운 원조 대왕오징어 튀김을 영접하려면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해야 한다. 카스테라를 원료로 분변을 대량생산하여 ㅡ_ㅡ; 뱃속을 정결히 하는 데 위생적인 변기를 협찬해 준 단수이 스타벅스와 아쉬운 작별을 고한 뒤, 거룩한 순례자의 마음가짐으로 빠리행 페리를 탔다.



빠리로 건너가는 페리라고 쓰고 어선이라고 읽는다. ㅡ_ㅡ;;

배는 참으로 작은 편이고, 객실 내부로 들어가면 버스같은 느낌. 대만 현지인들은 빠리에서 단수이로 왔다갔다 할 때 실제 버스처럼 애용하는 교통수단인 듯 했다. 왕복 티켓 요금은 45 NTD (한화 1,700원) 인데, 이지카드로도 계산할 수 있으므로 그냥 간편하게 태그.


단, 이지카드로 계산할 때는 왕복 티켓으로 살 수 없고, 그냥 편도로 찍고 타는 것이니 유의할 것. (이지카드로 편도 요금은 23 NTD로, 왕복 티켓을 살 때와 1 NTD 차이가 난다.)



배 위에서 하나 둘씩 가로등이 들어오기 시작한 단수이를 바라보았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단수이 강변의 모습이 고즈넉하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내 마음 속은 절망과 피곤과 허기의 삼중주가 아름다운 칸타빌레.


그렇게 카스테라 계란냄새에 질리도록 카스텔라를 처묵대고, 또 다시 대왕오징어튀김을 탐하는 내 위장의 소신있는 소화활동 ㅡ_ㅡ 이 정녕 경이롭구나.


그렇게 15분 정도 걸려서 강 건너편 빠리에 도착했다.

돌아가는 배편은 따로 정해져 있는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고 10분 ~ 15분 내외의 간격으로 계속 배가 있으므로, 적당히 빠리 마을을 구경하다가 단수이행 배를 다시 타면 된다.



빠리 선착장에서 내려서 앞으로 바로 보이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해산물과 과일 등을 파는 가게들을 만날 수 있는데, 이 중 골목길을 들어가자마자 바로 왼편에 '보 할머니 대왕오징어튀김' (보내내 화지소, 寶奶奶 花枝燒) 집이 있다. 대만에서 팔리는 수많은 대왕오징어튀김이 바로 이 집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할머니를 비롯해서 무려 삼대가 이 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함.


역시 인생 올인, 우물도 한 우물, 팰 때도 한 놈만... 음 ?

... 하, 하여간 뭐라도 하나 진득하니 하면 원조집 팻말 달 수 있는거.


가게 이름대로 백발이 성성하신 할머니께서 장사를 하고 계실 줄 알았더니, 검은 머리 아주머니께서 불쑥 튀어나오신다. 대략 가게 주인인 '보 할머니'의 며느님이나 따님 정도 되시는 분이겠거니... 하면서 가게로 스스슥 다가가는데, 무방비 상태인 Strider에게 대뜸 아주머니의 선빵이 날아온다.


"여기요 ! 이리 오세요 ! 반반 ! 100원 !"


서... 설마 내가 대만여행 3일만에 중국어를 알아들은 건 아니겠지 !!!

그럼 그럼... 내가 영어를 15년 넘게 공부했는데 아직도 말을 제대로 못하잖아 ? 아닐꺼야... 아마... 뭔가 애잔하게 슬퍼져온다... ( ;_;)


이 보 할머니집 며느님 ? 혹은 따님 ? 되시는 분은, 이곳을 성지순례하듯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들을 응대하기 위해 이미 한국어 호객행위를 기본 스킬로 장착하고 계셨다...



이 집에는 대왕오징어 튀김만 파는 게 아니라 각종 해산물 튀김을 쭉 늘어놓고 팔고 있다.

오홋... 노란 튀김옷을 입고 늘어서 있는 자태가 참으로 곱구나. 탱글탱글하고 하얀 오징어살을 숨겨놓은 주제에, 식욕을 자극하는 저 고운 황금빛이라니...


... 노... 노란색... ?


뭐지... 카스테라라는 이름을 가진 빵의 색깔도 노란색이었던 것 같은 아련한 기억이 불현듯 떠오르는 건 왜지 !!! ㅡ_ㅡ;; 뭔가 계란냄새 나는 트라우마가 나의 위장 깊숙한 곳에 숙변 ㅡ_ㅡ; 으로 남아있는 듯 해 !!!


카스테라와 한바탕 전쟁을 치뤄놓고 또 뭔가 먹겠다고 달려드는 불나방같은 이 죽일 놈의 식탐. 나란 남자, 이제 안쓰럽기까지 하다. 위장아, 미안해 !!!


대왕 오징어튀김은 작은 그릇이 100 NTD (한화 3,700원), 큰 그릇이 150 NTD였다.

당연하게도, 오징어 수준의 기억력 ㅡ_ㅡ; 을 가진 Strider는 카스테라 대참사는 이미 기억 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라서, 150 NTD짜리 큰 그릇을 사자고 마눌님께 반짝이 눈망울 공격을 해 보았다.


하지만 현고단고 카스테라에서 이미 한 번 써먹은 방법은 더 이상 먹히지 않았고 ㅡ_ㅡ;; 게다가 마눌님은 이제 대만의 큰 사이즈 음식에 대해서는 일단 의심스킬 먼저 시전 중. 결국 작은 그릇을 사는 것으로 극적 타결. (이라기 보다는 강압적 불평등 조약;;;)



이 대왕 오징어튀김에는 네 가지 정도의 소스?? 를 뿌려서 먹을 수 있는데, 대만 스트리트 푸드에 역시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매운 맛 다시다'를 포함하여, 가쓰오부시나 마요네즈 같은 '타꼬야끼'스러운 것도 있고, 오징어가 혹여 비릴까 배려심 깊게 준비된 와사비도 있다.


우리 부부는 몸통과 다리를 반반 섞었고, 느끼함을 피하기 위해 와사비와 가쓰오부시 정도만 뿌렸다.


드디어 Strider의 손에 대령한 대왕 오징어튀김. 마치 클럽에라도 납신 듯 하늘하늘 바운스 튕기시고 ㅡ_ㅡ;; 계시는 가쓰오부시가 참으로 식욕을 자극한다. 으흐흐흐흐흐... 드디어 단수이의 마지막 희망, 대왕 오징어튀김에 모든 걸 걸었다.


어디, 한 입 먹어볼까... 냠.

.. ^0^

...!! ~.^

.....? ㅡ0ㅡ


.. M. (다)

.. S. (시)

.. G. (다)


마치 무당 입에서 신내림 방언 튀어나오듯 저절로 그 튀어나온 그 이름 MSG (학명 조미료목 다시다과 ㅡ_ㅡ;) 소싯적 고향의 맛을 외치던 김혜자 선생님이 저기 단수이 선착장 근처에서 빙그레 웃고 계시는 듯한 모습이 잠깐 망막에 스쳐지나갔다.


... 그리고 짜다...

입 안에 다시다의 염전이 펼쳐지는 새로운 환각증상. ㅡ_ㅡ;;

고향의 맛이 다시다라면 내 고향은 이 곳 다시다 염전인가. 그냥 짜고 텁텁한 감칠맛 때문에 오징어의 쫄깃함 같은 거는 그냥 뒷전으로 밀려났다.


결국 마눌님과 나는 몇 조각 집어먹다가 세계인의 소화제 가구가락 ㅡ_ㅡ;; (코카콜라)를 하나 구입하여 벌컥벌컥 들이켰다. 어떤 블로거들은 '맥주랑 드시면 딱 좋을 듯한 맥주안주예요 !'라고 써 놓으셨던데, 평소에 그렇게 짜게 드시면 고혈압을 비롯한 각종 심혈관계 질환에 걸리실 수 있슴다. ㅡ_ㅡ



[ 빠리 보 할머니 대왕 오징어 튀김 ]

맛: ★★☆☆☆

가격: ★★★☆☆

양: ★★★★☆


- 짜고 느끼하다. 느끼함을 없애기 위해 와사비를 담뿍 뿌려서 먹으면 코가 뻥 뚫리는 느낌이 들면서 시원하게 ㅡ_ㅡ? 튀김을 먹을 수 있다. 신종 홍어삼합인가 ? ㅡ_ㅡ;; 하지만 비록 눈물이 나더라도 와사비로 MSG 맛을 지워버리길 추천한다.

- 맥주가 필요한 이유도, 오로지 짭짤하기 때문. 맥주 좋아하시는 분들은 근처 편의점에서 대만 특산 과일맥주 사가시면 좋을 듯.



배신의 아이콘은 더 이상 삼국지의 여포나 런닝맨의 이광수가 아니었다.

배신하면 그냥 단수이가 왔담다. ( ^0^)=b


로맨틱한 석양과, 폭신하고 달콤한 대왕 카스테라와, 쫄깃하고 부드러운 대왕 오징어튀김은 대체 어느 나라의 이야기이던가. 나는 이곳에서 끝끝내 그들을 만나보지 못하였네. 단수이가 날린 뒷통수 3연타는 안그래도 부드럽고 나약한 ㅡ_ㅡ; 순두부 같은 Strider의 멘탈을 박살내버렸다.


피곤에 쩔어 울상인 마눌님의 손을 꼬옥 잡고, 나라 잃은 표정으로 ㅡ_ㅡ; 터덜터덜 걷던 Strider.

문득 눈을 들어 빠리의 강변과, 강 건너 단수이를 바라보니, 빌딩과 상가의 조명이 어둠이 내린 양쪽의 강변에 밤하늘에 별처럼 반짝반짝 박혀 있었다.


..... 아오, 어쩌라고오오 !! 니네가 이쁘면 어쩔껀데 !! ㅠㅠ


마눌님아, 얼릉 저 강을 건너가자. 단수이 일정의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우리를 아멸차게 배신한 이 빠리를 버리고 !!


근데도 이쁘니까 일단 사진은 박고 보는, 이 죽일 놈의 야경 헌터의 슬픈 본능. ㅡ_ㅡ;;; 빠리에서 본 단수이 야경이 꽤 이쁘니까, 만약 비가 안온다면 위런마터우에서 석양을 본 후 빠리로 대왕 오징어튀김을 먹으러 가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맛은 내가 책임지지 않는다. ㅡ_ㅡ 대왕 오징어튀김 먹기 전에 꼬옥 대만 특산 과일맥주 들고 갈 것.


우리 부부는 울적한 마음을 단수이에 남기고,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그렇게 다음 행선지인 스린 야시장으로 향했다...



스린 야시장 (士林夜時, 사림야시) 은 타이페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야시장.


근처에 학교가 많아 대학생들이 넘쳐나는 스린 야시장은, 당연히 주머니 사정이 항상 가벼운 학생들을 타겟으로 한 먹거리와 쇼핑거리가 넘쳐나는 곳이다. 우리 부부가 스린 야시장을 가기 위해 MRT '지엔탄' 역에 내린 시간은 저녁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흔히들 사람에 떠밀려서 다닌다고 하던데, 뭐 그정도 까지는 아니지만 이미 어마무시한 인파가 우리처럼 역에서 나와 야시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스린 야시장을 가려면, MRT 2호선을 타고 '지엔탄 (劍潭, 검담)' 역에서 내려야 된다. 스린 야시장이라고 해서 '스린(士林)' 역에서 내리면 당신은 새로운 '행군지옥'을 만나게 될 것이다. ㅡ_ㅡ 지엔탄 역에서 내려서 스린 야시장 가는 법 ! 이 미친 친절함 언제쯤 사라질꼬.



우리 부부가 이 곳에 스케쥴을 잡은 이유야 당연히 처묵처묵이었다.


이미 호주까지 진출한 탈아시아급 거물 닭튀김인 '핫스타 지파이'가 태어난 곳이자, 그 이름만으로도 허기로 손발이 떨리게 만드는 '큐브 스테이크'와 '왕자 치즈감자', 그리고 가이드북조차 '기다려서 먹어야 한다'고 소개한 고기 넣은 전병인 호초병(후자오삥, 胡椒餠)의 고향, 스린 야시장.


그냥 이 거리를 한 번 돌고만 나와도 5kg은 살이 찔 것 같은 저 튼실한 맛집 스쿼드에, 여행 스케쥴 짜는 내내 얼마나 가슴 떨려 했던가.


하지만 단수이에서 철저히 능욕 ㅡ_ㅡ; 당한 우리 부부의 식욕은 이미 너덜너덜 걸레가 되어 있었다. 그저 타이페이에 왔으니, 그 유명한 스린 야시장을 가지 않을 수 없다는 의무감에 이루어진 영혼 없는 방문...



우리의 쓸쓸한 발걸음과는 달리, 이곳은 밤새 갈 곳을 잃고 헤메이는 젊디 젊은 식욕들의 해방구...

어디를 둘러봐도 노점에서 스트리트 푸드 하나씩 사 들고 밤새 처묵댈 기세로 거리를 쓸고 다니는 사람들의 홍수 속에서, 우리 부부는 넋나간 얼굴을 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여기는 어디 ? 우리는 누구 ?


                                     


이젠 대놓고 MSG라고 쓴 간판까지 등장했다. ㅡ_ㅡ;;

물론 저 MSG가 진짜 그 MSG는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음식은 기름에 튀기거나, 조미료를 가미한 느끼한 음식들. 대만 사람들은 그저 우리가 맛있게 먹으라는 친절한 일념 하나로 MSG를 듬뿍 뿌려줬는지 모르겠지만 치즈 카스테라와 대왕 오징어튀김으로 초토화된 우리 부부의 위장은 이들의 푸짐한 조미료 인심 ㅡ_ㅡ;; 이 결코 반가울 수만은 없었다.


그래도 배가 너무너무 고팠다. 30대 중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가공할만한 신진대사 능력을 저주하며 우리 부부는 끼니거리를 찾아 스린 야시장의 인파를 어기적 어기적 헤쳐나갔다. 그 때 우리의 눈 앞에 나타난 노란 간판... 아... 또 다시 노란색 ??



느끼함으로 치면 최고위층일 것 같은, 이름마저 느끼고귀한 ㅡ_ㅡ;; 로열패밀리인 왕자치즈감자 (왕자 기사마령서, 王子 起士馬鈴薯, 왕즈 치스마링수). 그 왕자님께서 드디어 우리 부부 앞에 납시었다.


찐 감자의 텁텁한 식감 만으로도 이미 배가 부를 것 같은데, 거기에 질펀하게 ㅡ_ㅡ; 노란 치즈국물까지 부어준다는 왕자치즈감자. 짠 맛과 느끼한 맛의 끝판왕일 것 같은 이 녀석을 과연 먹어야할지에 대해서 우리 부부는 정말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가게 앞을 10분 정도 서성이며 고민했다.


노란 치즈국물에 느긋하게 온천욕을 즐기고 있는 찐 감자를 카운터에서 받아 나오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 이걸 정말 먹을 수 있을까... ? 과연 이걸 먹고도 제 발로 숙소로 걸어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하지만 너덜너덜해진 위장이 죽겠다고 외치는 비명 따위는 이미 무시한지 오래된 이놈의 혓바닥. 그리고 그 혓바닥이 시키는 대로, 마치 좀비처럼 스스슥 줄 맨 뒤에 몸을 맡기고 만 Strider와 그 마눌님.


혀의 즐거움을 위해 희생한 위장을 위해 눈물의 건배. ㅠㅠ



10여분의 기다림이 끝나고 드디어 생애 처음으로 치즈국 ㅡ_ㅡ; 을 맞이한 우리 부부.


'손님은 왕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삶은 감자를 비롯하여 데친 브로콜리, 삶은 계란, 옥수수, 베이컨칩 등, 먹는 이의 건강까지 생각한 고단백 고영양 건더기가 풍부하게 들어있는 이 치즈국은 대만 사람들 특유의 친절함이 듬뿍 담긴 음식으로써..........


그 친절함, 지금은 잠시 다시 호주머니 속에 넣어둘 수 없겠소... ?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양손엔 금쪽같은 현금과 교환한 샛노란 치즈국 한 사발이 얹어져 있었다.


하아. 이것은 운명인가봉가.

그래, 어차피 혀의 뜻이건, 맛집에의 집착이건 이미 내 손에 납신 치즈감자의 왕자님. 오늘은 그냥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이 고단백 영양식을 입에 쑤셔넣자.


감자에 옥수수, 브로콜리, 그리고 치즈국물까지 듬뿍 담은 한 스푼.

눈을 질끈 감고, 자아 느끼왕자 납시오 ~~~ 냠 !


음...

... 으음 ?

이거... 의외로... 담백하고... 상큼... 하다 ???


일단 치즈소스 자체가, 우리가 평소에 영화관에서 나초랑 먹던 뭉근한 치즈디핑 소스보다는 훨씬 부드럽고, 그렇게 짜지도 않았다. 게다가 토핑으로 올라가 있는 브로콜리나 옥수수, 그리고 중간중간 섞여있는 파인애플 조각이 텁텁할 수 있는 삶은 감자의 식감을 훌륭하게 보완해 주고 있었다.


풍부한 체다치즈의 맛에 감자의 담백한 맛, 그리고 야채/과일 토핑의 상큼함이 한데 어우러진 의외로 놀라운 맛에, 우리 부부는 금새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흐음... 빠리의 오징어 대왕은 폭군이었지만, 스린의 왕자님은 성군의 자격을 갖추시었구나... 치즈감자 왕자님, 어서 맛집의 보위에 올라 만세 만세 만만세 하시옵소서 ~



[ 스린야시장 왕자 치즈감자 ]

맛: ★★★★☆

가격: ★★★★★

양: ★★★★☆


- 왕자종합치즈 70 NTD (한화 2,450원)

- 가판대 뒤의 줄에 서 있으면, 스웨거 충만해 보이는 ㅡ_ㅡ; 점원이 껄렁껄렁 다가와 메뉴판을 내민다. 왼쪽 맨 위의 'Club & Cheese'가 모든 토핑이 다 올라간 '왕자종합치즈'로써, 가장 추천할만한 메뉴. 여기에 참지통조림 추가 또는 치즈 추가를 하면 10 NTD가 추가된다.



하지만 역시 왕자님은 고단백 고열량.

왕자치즈감자를 넉넉히 집어넣어 든든해진 뱃속 덕분에, 후자오삥이나 큐브 스테이크 같이 그 다음에 늘어선 유명 맛집들은 더 이상 눈에 들어올래야 들어올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 맛집들 앞에는, 오늘 밤을 칼로리로 가득 채우겠다는 본능 하나만으로 눈을 번쩍이는 맛집 좀비 ㅡ_ㅡ; 들의 행렬이 이미 길게 늘어서 있었고, 비를 맞으며 하루 왠종일 단수이와 스린야시장을 헤메인, 36년 묵은 두 다리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꽥꽥대고 있었다.


내일 아침 7시에 기차를 타고 화롄으로 떠나야 하는 이른 일정을 고려하여, 우리 부부는 맛집을 두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재촉하며 눈물을 머금고 스린야시장을 떠나 숙소로 복귀했다.


아아, 야속하여라... 단수이 테러의 장본인들인 대왕 카스테라와 대왕 오징어튀김이여 !! 대왕의 왕권을 이제 그만 내 놓으시지 !! ㅠㅠㅠㅠ


스린야시장의 스트리트 맛집들은 아쉽지만 위의 사진들로 대충 참조 !!

희유... 이렇게 가까스로 불친절한 블로거가 되었군;;;



참, 그동안 너무 느끼한 음식들만 먹어대서 야시장을 나오다가 과일을 좀 샀는데, 이 때 과일가게에 붙어있는 가격표를 보고 '오 ! 진짜 싸다 ~' 하면서 섣부르게 구매하다간 과일요금 폭탄 ㅡ_ㅡ? 을 맞을 수 있으니 조심하자.


즉, '100g에 30 NTD' 이런 식으로 가격이 표시되어 있는데, 이 100g이라는 게 과일 얼마만큼의 양인지 도무지 가늠이 안가기 때문에, 반드시 '사과 100g에 얼마만큼이나 되는거냐 ?' 라고 물어보고 사자.


'사과 세 개, 파인애플 한 개요' 이렇게 달라고 하면 절대 아니아니 아니되오. 그랬다간 밥값은 5천원을 내고 과일값은 1만원을 내는 '과일된장족' ㅡ_ㅡ;; 의 새로운 경험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중국어가 안되는 분은 살짝 걱정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100g of 애플, 하우 머치 ?' 이렇게 입에서 막무가내로 튀어나오는 영어로 물어봐도, 손발 휘저으며 이야기하면 결국 다 통하게 되어있다...


물론 결코 내 영어가 저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저거보다 더 못함 ㅋ


흐음. 결국 마지막은 또 이렇게 친절한 블로거로 훈훈하게 마치는 것인가... 난방에도 못쓸 이 훈훈함 왜 자꾸 나오는 것인지...



(10편 예고)


타이루거를 촉촉하게 적신 빗방울.

고요한 산길을 걸으며 만끽한 짙은 자연의 향기에 한껏 힐링된 마음.

그리고 말랑말랑한 찹쌀떡과 김치로 뱃속까지 또한 힐링.


격정과 고난의 3일차 뒤에 찾아온 평온한 대만여행 4일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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