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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르니스트 Jul 24. 2016

Healing, Feeling, 타이루거

대만 여행 4일차: 화롄, 타이루거, 대만 기차 예매법

우리 부부의 대만 여행이 드디어 중간 반환점을 돌았다.

총 5박 6일의 일정 중 후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4일 차의 아침.


배신과 고난의 3일 차를 겪어낸 후, 오늘 우리 부부가 가기로 한 곳은 타이루거. (太魯閣, Taroko, 태노각)

꽃보다 할배에서 등장한, 깎아지른 절벽과 우거진 녹음이 만들어 내는 장관이 펼쳐진 협곡이다.


Strider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고 날씨를 확인했다. 오늘 일정은 하루 종일 협곡 안을 돌아다녀야 했기에, 어제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그쳐있기를 바라며...


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완전히 개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비가 내리는 어둑한 하늘도 아니었다. 과연 대만 여행의 신 (같은 게 있었으면 어제 그렇게 비가 왔겠냐 ㅡ_ㅡ) 은 우리를 완전히 버리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숙소 창문에서 내려다본 대만의 아침은, 분명 대도시의 그것이면서도 묘한 이국적 분위기. 첩첩이 쌓인 낡은 건물과 거리 뒤로 보이는 고층 빌딩은, 마치 80년대 홍콩영화의 배경 같은 느낌이다. 왠지 성냥개비로 이빨을 쑤시고 있는 주윤발이나 2:8 가르마의 장국영이 골목에서 튀어나올 듯한 이 풍경...


... 뭐, 꼭 간간히 보이는 한자 간판 때문은 아니고... ㅡ_ㅡ;;


하늘이 흐리긴 했지만 다행히 빗방울이 떨어지지는 않으니, 어서 길을 서둘러야겠다. 타이루거가 있는 화롄 (花蓮, Hualian, 화련) 에 가려면, 아침 일찍 타이베이 역에서 기차를 타고 화롄 역으로 가야 한다. 타이베이에서 화롄은 특급 기차로도 두 시간 반 정도 되는 거리라서, 가까운 거리는 아니므로 기차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런데 지금은 성수기가 아니라서 기차표를 구매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지만, 내가 여행했을 때는 성수기 of 성수기였던 관계로, 기차표 구하는 것도 전쟁. 해당 일의 기차표는 정확히 2주일(14일) 전 자정에 오픈되므로, 만약 본인이 여행 스케줄상 꼬옥 그 날 그 시간에 기차를 타야겠다 싶으면 반드시 예매를 해야 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 안심하고 대만 기차여행을 할 수 있는, 갑툭튀 친절 블로거 Strider의 대만 기차표 예매하기! 정말 아무데서나 갑툭튀네 이제... 스스로 지쳐가는 친절 블로거 ㅡ_ㅡ;;



[ 대만 철도청에서 기차표 예매하기 ]


사이트 주소: http://www.railway.gov.tw/en/


1. 위의 사이트로 들어가면, 아래와 같은 화면이 뜬다.


사이트를 보면, 한가운데에 왠지 강렬하게 클릭질을 요구하는 듯한 'Train times & tickets'라는 부분이 있는데, 사이트가 원하는 대로 고분고분 ㅡ_ㅡ;; 출발지, 목적지, 출발시간 등을 여기다 집어넣자.  


만약 '나는야 인터넷 신동' 하면서 '호오라, 여기 맨 위 메뉴에 Ticket이라고 쓰여있으니 여기로 들어가서 하면 되겠지' 어쩌고 하면서 예약하다간 내가 원하는 시간에 표를 예약할 수 없는 대략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게 될 것이므로,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말고 여기다가 아래의 정보들을 넣고 'Go' 버튼을 클릭하자.


- 출발역 입력: 'From'의 'Area/Subline'에서 'Taipei'를 선택한다. (오른쪽의 'Station'에 'Taipei'가 뜬 것을 확인하자. 타이베이 메인역을 의미하고, 만약 송산 역에서 기차를 타고자 한다면 'Songshan'을 선택하자.)


- 도착역 입력: 'To'의 'Area/Subline'에서 'Hualien'을 선택한다. (오른쪽의 'Station'에 'Huarien'이 뜬 것을 확인하자. 화롄역을 의미한다. 오늘의 목적지이다.)


- 날짜 입력: 'When'에서 본인이 타이루거에 가고 싶은 날을 선택한다. 아직 자기가 원하는 날짜가 안 떴다면, 뜰 때까지 매일 들어와보자. ㅡ_ㅡ; (실제로 매일 들어올 필요는 없고, 현재 날짜에서 비는 날만큼 계산해서 해당 날짜에 들어가 보면 됨.)


시간은 그냥 00시부터 23시 59분까지 세팅해 놓고, 'Go' 버튼을 누르는 순간 당신에게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 ㅡ_ㅡ; 해당 날짜의 열차 시간표가 쭉 뜬다. 이 중에서 자기가 원하는 출발 시간의 기차를 찾아서, 맨 오른쪽의 'Booking'이라고 된 열의 번개 마크를 클릭하면 예약 가능 페이지로 넘어간다.



본인이 선택한 기차의 시간표 중간에 'Origin - Dest'라고 되어 있는 곳을 보면 'Taipei - Hualien'이 아니라 'Shulin - Jhihben'이라고 쓰여 있어서 당황할 수도 있는데, 그 열차가 출발하는 역과 최종 종착역을 표시한 것이므로 당황하지 말자. 그냥 그다음 열에 'Departure Taipei' (타이베이에서 탑승 시각) / 'Arrival Hualien' (화롄에 도착 시각) 만 보고 기차를 고르면 된다.


두 번째 열의 'Train Code' (열차번호) 는 나중에 플랫폼에서 실제 탑승할 때를 대비해서 꼭 기억해 두자. 뒤에서 두 번째 열의 'Fare'는 해당 기차의 편도 요금이다.



2. 예약정보를 집어넣는다.


위의 사진에서 번개 마크를 클릭하면 아래의 예약 페이지로 넘어간다.


여기서는 자기가 선택한 날짜와, 탈 열차의 번호가 제대로 선택되어 있는지 확인한 후, 탑승할 사람의 수를 고르고, 역에서 표를 받을 때 본인임을 증명할 여권번호를 집어넣으면 된다.


맨 아래 보안 ? 목적의 번호까지 넣고 오른쪽에 있는 'Start to order'를 클릭하면 예약 완료 번호가 나온다. 여기서 '날 바라봐요 ~' 하는 듯한 빨간 글씨로 'Booking code'가 나와 있는데, 요것도 같이 기억해 두자.



모든 정보가 맞는지 확인하고 밑에 있는 'Online payment'를 누르면, 돈 내놓으라는 ㅡ_ㅡ 대만 철도청의 요구가 이어진다.



3. 결제를 하자.


결제 단계는 아주아주 길고 짜증 나지만 난 친절 블로거니까 ㅡ_ㅡ 끝까지 친절하게...

여기까지 따라온 자여, 두려워하지 말지어다. 거의 다 왔다.



할인 어쩌고 하는 메시지가 뜨지만 화롄을 가는 우리에겐 해당사항 없으니 빛의 속도로 닫으면, 갖은 경고 메시지가 떠 있다. 하지만 엄청 걱정스럽고 뭔가 불공정 계약 같아도 어차피 이 사이트에서 사야 되잖아? ㅡ_ㅡ; 크게 신경 쓸 필요 없이 체크박스에 체크한 후 'Start buying a ticket' 버튼을 누르자.



그러면 뭐가 또 튀어나오는데, 다 쓸모없고, 가운데쯤에 '만약 니가 외국인이면 여기다 체크해라'라고 명령조 ㅡ_ㅡ;; 로 이야기하는 대만 관광청에게 얌전히 굴복하고 체크.

그리고 여권번호와, 앞에서 확인했던 예약번호가 맞으면 아래쪽에 'Submit'을 누른다.


그럼 또 최종적으로 여권번호, 예약번호, 기차 번호, 기차 이름, 탑승시간 등등 꼼꼼하게 확인하시라고 한 번 싹 정리해서 뜨게 된다. 하아... 대만 사람들 참으로 집요하구먼. 모든 정보를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Confirm' 버튼을 누르면...



드디어 등장한 결제 페이지. 페이지에 넣어야 할 내용들은 위의 사진을 참조해서 알아서 넣자.


하악하악... 번호까지 붙여가면서 삥 뜯기는 방법을 기록한 Strider의 하드코어한 격정의 포스트. 아직 타이루거는 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기가 쫙 빨리는 느낌이다.


이 친절함을 팔아 당신의 댓글과 공감을 구걸한다는 건 너와 나의 연결고리... ♡

... 이제 이렇게 가볍게 정신줄 놓는 건 기본.


참, 만약 영어로 된 웹사이트만 보면 속이 메스꺼우면서 경끼 ㅡ_ㅡ;; 들린다 하시는 분들은, 첫 페이지 오른쪽 상단에 강하게 번역기 냄새를 풍기고 있는 '한국의' 라는 메뉴를 클릭하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어차피 결제 페이지에서부터는 다시 영어 페이지를 만나게 된다는 것은 함정.


자, 이제 나의 마지막 친절을 받아라 !!! 타이베이 메인 스테이션에서 예매한 표 찾는 곳 !!!



딴 거 없고 그냥 타이베이 메인 역에서 'TRA/TRS ticketing'이라고 되어 있는 곳을 찾으면 된다. 이 티켓팅 카운터는 타이베이 메인 스테이션 안에서 'TRA'라고 쓰여 있는 안내판을 따라가다가 보면 발견할 수 있으니, 열심히 찾아 헤매길 바란다. ㅡ_ㅡ 내가 안 친절해서 그런 게 아니라 MRT에서 TRA로 가는 길은 곳곳에 표지판이 나와 있어서 금방 찾을 수 있다.


헉헉... 자... 이제... 표까지 구했으니... 진짜 여행을 떠나보자... 헉헉...


안 그래도 늙고 비루한 육신이 쓸데없이 표 구하는 법까지 질질대느라 완전 방전 상태지만... 그래도 우리는 타이루거를 가야 한다... 혹시 이 몹쓸 친절병에 특효약 아시는 분... ? ㅠㅠ



보통 많은 관광객들이, 짧게 다녀오는 5시간짜리 코스와 그것보다 조금 더 깊게 다녀오는 7시간짜리 코스로 타이루거를 즐긴다. 그중 우리 부부는 7시간짜리 코스를 선택했는데, 아무래도 다음번에 대만에 올 기회가 있더라도 타이루거를 또 올 것 같지는 않아서, 이번 기회에 충분히 타이루거를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타이베이 메인역에서 화롄역까지는 급행열차로 2시간 5분 거리.

올 때도 같은 시간이 걸린다고 가정하면 왕복 4시간 반 정도는 기차를 타고 내리는 데 써야 했다. 타이베이에는 늦어도 8시 ~ 9시 사이에는 돌아오고 싶었기 때문에, 아침 7시 20분에 기차를 타서 9시 30분에 화롄에 도착하는 기차를 선택했다.


예약 당시에 우리가 예약한 기차는 Puyoma 206번 열차였는데, 지금 예약사이트에서 뜨는 기차는 Tze-chang Limited Express 열차다. 기차 이름이야 어찌 됐건 07:20분에 타이베이 역을 출발해서 09:25분에 화롄에 도착하는 기차를 선택하면 된다. 돌아오는 기차는 18:20분에 화롄을 출발해서 20:32분에 타이베이에 도착하는 Tarko 285번 열차를 선택했다.


기차 출발이 너무 이른 시간이라, 아침은 편의점에서 산 김밥과 샐러드, 빵으로 대충 ~

편의점 퀄리티야 뭐 당연히 다음의 공식으로 논리적 검증이 가능하다. GS25 = 미니스톱 = 세븐일레븐 = MSG(미원/다시다). ㅡ_ㅡ;;



화롄역에서 타이루거 입구까지 30분 정도 걸려 도착해서 기념사진 한 컷 !


우리 부부가 화롄 역에 내려서 이 택시 저 택시 열심히 간을 보면서 가격을 저울질하고 있을 때, 갑자기 옆에서 훅 ~ 들어오신 어떤 한국인 부부가 택시비 셰어 급제안을 해오셨다. 여행경비가 세이브되면 우리야 땡큐지 캬캬.


비용이 잘 기억은 안 나지만, 7시간 코스에 대략 3,000 NTD (한화 105,000원) 정도였으니, 두 부부가 나눠서 1,500 NTD 에 7시간 동안 택시를 대절한 것 !

게다가 남편 되시는 분께서 택시기사님과 농담 따먹기 하실 정도로 오지게 중국어를 잘하셔서, 중간 중간 기사님과 커뮤니케이션하는데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때땡큐 !!


만약 대만으로 출발 전에 까페 등에서 동행을 구하지 못했다면, 화롄 역 앞에 택시 승강장에서 꼭 동행을 구하자. 지갑에 돈 굳는 소리가 들리는 신기한 경험 ! 꼭 한국 여행자가 아니더라도, 일단 손발을 휘저어서 의사소통이 된다면 ㅡ_ㅡ; 아무나 붙잡고 들이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미리 동행 찾을 정도로 알뜰한 궁상이 몸에 밴 한국 여행자들보다, 되려 외국 여행자들이 더 때땡큐 할지도 모른다.


쿨내 풍기는 척 슬그머니 다가서서 'Share ?' 한 마디면 다들 뭔 말인지 이해할 것이다. 괜히 '우쥬 플리즈... 음... 어...' 하다가 '...아윔 쏘 쏘리'로 끝내지 말자. 뭐, 붙임성 좋고 외국어도 자신이 있다면 이 참에 여친남친도 사귀어 보고 ? ...그렇다고 혼자 맘대로 그린라이트는 켜지 말자... ㅡ_ㅡ;



색다르고 웅장한 경관을 기대하며 드디어 들어선 타이루거 !! 녹음으로 뒤덮인 우뚝 솟은 산 아래 펼쳐진 협곡 사이로, 마치 용 한 마리가 용트림을 하듯 우렁차게 흐르는 푸른 강물이.......  


... 없다 ? ㅠㅠㅠㅠㅠㅠ 어디 간 거야 강물 ㅠㅠㅠㅠ

타이완이 근래 한참 가물었었는지, 협곡 아래로 흐르고 있었어야 할 강물은 온 데 간데 없이 거의 바싹 말라 있었다.


하지만 어쨌든, 대도시에서 기어 나와서 자연 한가운데로 들어온 바람에 상쾌한 기분만큼이 울컥 넘쳐나는 우리 부부 ! 푸른 나무로 뒤덮인 산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노트북과 스마트폰에 피로해진 우리의 눈과 두뇌를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오래간만에 대자연의 숲을 만나자 동족 의식에 마음의 안정을 찾은 우리 식물 부부.. ㅡ_ㅡ;;;



타이루거 안에서 처음 만나는 곳은 장춘사. (長春祠, Changchunci, Eternal Spring Shrine)

'사'가 붙었다고 여기가 사찰이겠거니 생각한다면 당신은 최소 85년 이후 출생자. ㅡ_ㅡ;; 한문 교육을 면제받은 그대는 축복받은 사람;;


저 '사'자는 절 사(寺)가 아니라 사당 사(祠)이다. 바로 이 타이루거 공사에 동원되었다가 사고로 사망한 230여 명의 인부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사당.


원래 이 타이루거 협곡은 사람이 다니기 어려운 험준한 협곡이었지만, 장개석이 중국 공산당에게 쫓겨 대만으로 넘어올 때, 대륙에서 가져온 수많은 보물을 옮기기 위해 이 길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때, 산세가 험하고 석회암으로 된 약한 지반 때문에 공사 도중 수시로 사고가 발생했고, 그때 약 200여 명의 사망자와 7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장춘사는 바로 이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사당.


택시에서 내려서 빨간 트러스가 눈길을 끄는 '장춘교'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사람이 걸을 수 있는 터널길이 나있다. 이 길을 따라 한 5분 정도를 걸으면 장춘사에 다다를 수 있는데, 택시기사 아저씨가 몇 분 안에 돌아오라고 언질을 주시니, 그 안에 돌아오면 된다.



장춘사 안쪽에는 인부들의 사당과 함께, 흐르는 강물 위로 누각을 세워놓은 운치 있는 풍경이 있다.

하얗게 피어오르는 물거품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누각 밑으로 거침없이 흐르는 강물이 세상사에 복잡한 머릿속을 깨끗이 씻어내리는 느낌이다.


... 사실 원래 머릿속에 든 게 많지 않은 건 당신과 나만 아는 우리 만의 비밀이야.

1998년 수능시험 이후 수차례 퇴폐와 향락의 쓰나미가 훑고 지나간 내 머릿속엔 남은 게 없다. 훗...


50여 년 전, 무너져 내리는 돌무더기 속에서 스러져간 그 200여 명 인부들의 이야기.

오늘의 우리에게 이런 멋진 관광명소를 남기고 이제 역사책 속의 한 페이지가 된 그들. 멋진 경치 속에서 과거의 그 순간을 잠시 되새기며 바라다본 강 건너편의 장춘교와 타이루거 협곡에서는 이제 시원한 물소리 말고는 딱히 들려오는 다른 말이 없다.



다시 택시를 타고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 들어가다가 보면, 택시기사님이 잠시 차를 세우고 작은 사무소 같은 곳에서 파란 헬멧을 갖다가 나눠주며 중국어로 이렇게 이야기하실 것이다.


택시기사님: 양꼬치엔 칭다오 ~ (이 헬멧을 받게나.)

Strider: 저는 중국어를 몰라요 기사님... ㅡ_ㅡ^

동행하신 남편님: 아, 그 헬멧을 받으라는 얘기예요.

택시기사님: 쬐까이따 택시하차 본 하이바 냅따착용 ~ 니맘대로 불착용시 갑작짱똘 마빡타격 ~ 멘붕왕래 눈깔회전 ~ (내가 조금 있다가 길에다 내려주면 이 헬멧을 쓰고 걸어와. 가끔 머리 위에서 돌이 떨어질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야.)

Strider: 아니 그러니까 저는 중국어를 모른다니깐요 기사님... ㅡ_ㅡ^^^


미생 중국판 따라 해 봤는데 영 안되네;; 역시 미생 일본판이 대끼리데쓰네... ㅡ_ㅡb 스트라이더노 바까 ! 데헷 !


ㅡ_ㅡ;;;.. 여러분... 미... 미안...

하여간 !! 갑자기 길에서 낙석이 떨어질 때를 대비한 헬멧이니 소중하게 머리에 착용하면 된다. 이 귀여운 파란 헬멧을 쓰고 우리는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난 길을 따라 가벼운 산책을 시작했다.


여러분의 안구 호강을 위해 이번에는 사진에 많은 노력을 들여 보았으니, Strider의 허접한 ㅡ_ㅡ;; 포스팅은 잠시 접어두고 타이루거의 절경을 즐겨보자. 물론, 당신은 앞으로 약 10여 분간 스크롤의 하드코어한 압박에 압사당할 것이다. 절대 내가 글 쓰기가 귀찮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타이루거의 절경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 미... 미안... 어디서 거짓부렁을;;; 그냥 요즘 야근이 좀 많아서 조금 귀찮았을 따름이야...



워낙에 눈 앞에 펼쳐진 모습이 넓어서, 가지고 간 렌즈의 최대 광각으로 사진을 찍어도 한 프레임에 모든 풍경이 들어오질 않는다. 결국 여러 컷의 사진을 찍어 파노라마로 사진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아니 니깟 녀석이 무슨 사진작가쯤 되는 줄 알고 파노라마로 사진을 찍어 ?' 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저 길을 걷고 있노라면 내 눈 안에 들어오는 풍경이 사진기 안에 한 번에 안 들어오는 것이 그렇게 한스러울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여러 컷을 찍어서 이어 붙이는 수밖에.


그래도 누더기로 덕지덕지 붙인 사진 치고는 제법 괜찮은 사진이라고 생각하는 나는야 내 사진 성애자.

오글거림과 자뻑과 설레발의 삼중주는 오늘도 아름답게 울려 퍼지는구나.



타이루거 협곡이 얼마나 깊은지 여러분들께 알려야겠다는 굳은 사명감으로 마눌님을 동원했다. ㅡ_ㅡ;

협곡 위의 도로에서 샤방한 하트를 날리며 빼꼼하게 서 있는 마눌님을 협곡 건너편에서 찍어보았는데, 꽤나 깊은 타이루거 협곡 때문에 안 그래도 깜찍한 마눌님 ^^ 이 더욱 조그맣게 보인다...


천 길 낭떠러지.. 까지는 아니지만 충분히 까마득해 보이는 협곡 아래로는 이 지대에 풍부한 석회질이 녹아 뿌옇게 보이는 강물이 협곡을 따라 굽이굽이 흐르고 있다. 인간이 세상에 나타나기 한참 전부터 저 강물은 쉴 새 없이 흐르며 이 깊은 협곡을 만들어 낸 거겠지 ? 내 인생 길어야 80 안팎일 텐데 몇 억년을 흐르는 저 강물을 바라보자니 오늘 하루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고 아등바등 사는 ...


... 어디서 어울리지 않게 개똥철학을 나불대는 것인가 나는. ㅡ_ㅡ 텅텅 빈 지갑과 잔고 제로인 통장에게 한 점 죄의식을 좀 느꼈으면 좋겠다 나는. ㅡ_ㅜ



자, 한참 돌아다녔으니 이제 빈 배를 채워야 될 텐데... 아마 타이루거를 갔다 오신 모든 분들이 갔던 식당이나, 내가 갔던 식당이나 아마 같은 곳일 것이다. ㅡ_ㅡ; 그렇다.. 타이루거 안에는 딱히 끼니를 때울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 함정.


많은 분들이 여행 전 수많은 블로깅을 통해, 타이루거 안에는 식사를 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정보를 알고 가셨을 테니, 나는 그냥 거기에 가뿐하게 숟가락을 얹겠다. ㅡ_ㅡ 괜히 여기서도 친절병이 도지면 이 포스팅은 도저히 끝나지 않을 것 같다...


그냥, 타이루거 안의 이 식당에 가면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만 알고 가시면 되겠다. 다른 여느 대만 식당처럼 주문표에 체크를 해서 점원에게 건네주면서 계산을 하게 되는데, 체크한 것이 어떤 메뉴로 튀어나오는지 당신의 운을 시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걸 ?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


..... 미... 미안...

그냥 우리는 같이 택시 셰어 하셨던 남편분의 어마 무시한 중국어 실력 덕택에 그저 굶지는 않았다고 말씀드리고 싶었다. 후후후... 뭔가 계속 "양꼬치엔 칭다오 양꼬치엔 칭다오"하셨지만 나는 알아들을 수 없었으니까 자세한 안내는 생략한다.


사실 메뉴가 실제 식탁 위에 올라왔을 때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살짝 당황... ㅡ_ㅡ;;

뭔가 욕쟁이 할머니가 "기냥 만들어 주는 대로 대충 X먹어라잉 ?" 한 듯한 비주얼은 위의 사진으로 충분히 확인하셨을 테고... 어쨌든 원숭이 뇌 요리나 백 년 묵은 지네발 요리는 아니었으니까... 행복했어 !!! (자기 최면 중)


먹는 것에 민감하신 분들은 편의점 도시락을 싸가시면 좋을 것 같다.



식사 후 다시 택시를 타고 높은 협곡을 지나서, 택시기사님은 어느 산책로 입구에 우리를 떨궈주셨다. 우리를 내려 주시면서 또 뭐라고 이야기를 하셨는데, 산책로를 따라서 끝까지 오면 거기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하신 거란다. 친절하시기도 하셔라.


산책을 시작할 때쯤 하늘에서 가볍게 빗방울을 뿌리기 시작했지만, 우산을 쓰고 가볍게 걸을 수 있을 정도의 비였고, 산책로도 험하거나 하지 않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천천히 걷기 좋은 길이었다.

아스팔트의 단단한 바닥에 발바닥이 비명을 지를 때쯤 만난, 빗방울에 젖은 부드러운 산책로. 군대에 있을 땐 딱딱한 군화 속에서 각종 곰팡이들과 뒹굴었던 불쌍한 내 발바닥. 오늘은 평생 처음으로 호강하는구나 ~


오늘은 비 내릴 때 나는 흙냄새조차도 상큼 쌉쌀한 것이, 싫지 않다. 너란 냄새.

... 왠지 저거, 냄새라는 단어랑 붙이니까 참 변태 작렬한다. '싫지 않다, 너란 냄새.'


킁킁킁... 킁킁킁... 흐음 ~ ㅡ_ㅡ;;


한참 걷다 보면 웬 터널이 나오는데, 이 터널은 길이가 30M 정도인데 안쪽에는 빛이 한 줄기도 들어오지 않는 암흑 천지이다. 조금 걷다 보면 금방 출구가 나오긴 하지만, 대략 30초 ? 정도는 정말 암흑 속을 걷게 된다. 뭐랄까, 약간 시각장애인 체험 ? 빛이 있는 생활이 익숙해진 눈이 어두운 터널 속을 헤매기는 쉽지 않으니까, 핸드폰 플래시를 켜면 된다.



터널을 벗어나면 절벽을 따라 좁은 산책길이 다시 나타나는데, 그 길에 서서 협곡 아래를 굽어본다.


쨍하게 개이지 않고, 비가 온 덕분에 오히려 협곡과 구름과 숲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 풍경.

첩첩이 쌓인 산등성이를 뽀얗게 신비롭게 에워싼 구름, 그 흐릿한 풍경 아래로 대비되는 선명한 빨갛고 노란 원색의 아스팔트 찻길이 굽이치는 강물과 함께 협곡 아래를 향해 달려간다.


저 찻길을 따라 드라이브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겠지만, 이렇게 천천히 걸으면서 자연을 음미하는 편이 더욱 풍성하게 타이루거를 만끽할 수 있다.


자박자박 내리는 비가 공기를 깨끗하게 씻어내고 있는 지금 이 곳, 콧 속에 상쾌한 공기 좀 집어넣어 주니 어제 단수이에서 당했던 처절한 능욕이 조금은 보상받는 느낌이다.


그래, 이런 게 진정 휴식의 의미를 가진 여행 아니겠어 ?
힐링, 힐링, 힐링.



산 밑자락에서 빛없는 터널을 지나 절벽을 따라 난 길을 거쳐 산 밑의 주차장에 이르는 이 산책로의 이름은 루쉬 트레일(綠水步道, 녹수보도). 2km 남짓되는 이 산책로를 걷는 데는 느릿한 걸음으로도 대략 25분 ~ 30분 내외의 짧은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만약 녹음이 우거진 타이루거의 경치를 만끽하고 싶다면, 이 길을 꼭 걸어보기를 권한다.


이제 이 루쉬 트레일까지 들어온 것으로, 타이루거 국립공원의 대략 1/3 정도 안쪽까지 들어온 것이자, 7시간의 관광 중 가장 타이루거 깊숙한 곳까지 들어온 셈. 앞으로는 이 주변을 조금 더 둘러보고 다시 타이루거 입구 쪽으로 돌아가게 된다.


우리 부부는 내려가기 전 산책로에 서서 가슴속 깊숙한 곳까지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켜 보았다.


대만 여행의 반환점에서 만난 타이루거는, 계곡 바깥세상의 번잡한 일들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편안하고 상쾌한 샤워 같은 시간을 선물해 주었다. 손을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오래간만에 힐링 데이트를 즐긴 우리 부부는 다시 차도로 내려와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던 택시기사님과 합류하여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11편 예고)


머리 위에서 별이 쏟아진다던 친싱탄은 비록 우리 머리에 빗물을 뿌려댔지만,

타이루거에서 한껏 힐링된 마음으로 만난 전설의 화롄 명물 찹쌀떡 쩡지마수는 빗속을 뚫고 먹을만한 가치가 있었다.


비 오는 시먼딩을 헤매고 헤매다가 결국 들어간 곳은 일식집.

대만까지 와서 일식집에 들어간 우리 부부를 받아준 것은 결국 김치.


찹쌀떡에 김치. 결국 버리지 못한 한국산 토종 입맛으로 나이를 증명하는 30대 중반 부부의 계속되는 대만 여행 4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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