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Daily Novel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게으르니스트 Dec 25. 2023

매일 30분, 글쓰기 좋은 질문 642

(2) 시카고에 사는 53세 여자가 되어 산타클로스에게 편지를 써라

    안녕, 산타클로스.

    벌써 사십 오년이 지났군요. 조막만한 손으로 한 글자씩 꾹꾹 눌러서 당신에게 쓴 카드를 트리 밑에 조심스레 내려놓던 그 크리스마스 이브로부터. 카드에는 내가 한 해동안 착한 아이로 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었는지를 구구절절히 써두었지요. 설명이 부족하다 싶은 부분엔 말풍선 스티커까지 붙였으니까요.

    그 때 나의 마음은 절반은 간절함이, 절반은 의구심이 차지했어요. 정말 갖고 싶었던 빨간 부츠가 있었는데, 그 부츠를 파는 잡화점이 어디있는지를 당신이 꼭 알아주었으면 했죠. 하지만 당신이 단 하룻밤에 세상 모든 어린이들을 챙겨야 한다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과연 당신과 빨간코 사슴이 잡화점에 들러 그 부츠를 가져다 줄 수 있을지 확신할 수가 없었어요. 당신의 썰매가 아무리 빨리 달린다고 해도 늦은 밤 시간에 도착한다면 잡화점이 문을 닫아버려서 헛걸음을 하게 될테니까요.

    그래서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을 먹은 후 나는 조바심을 내며 잡화점으로 달려갔어요. 그즈음 몇년 간은 크리스마스에 눈이 오지 않았었는데, 그날 밤은 별사탕처럼 반짝이는 눈송이가 하염없이 쏟아지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였어요. 모든 세상이 두터운 하얀 옷을 입었었어요. 눈이 시리게 빛나던 그날의 잭슨 스트리트 73번가를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답니다.

    그때는 이미 저녁 여덟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었어요. 잡화점 문을 열고 들어가니 털이 풍성한 모직 스웨터를 입은 중년 부인이 가게를 정리하고 있었지요. 부인은 나에게 다가와서 놀란 눈으로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냐고 물었어요. 나는 되물었어요.

    "가게를 몇 시에 닫으세요?"

    부인은 내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거울을 좀 보라고 이야기했어요. 옆에 세워진 전신거울을 바라보니 추위 때문인지, 아니면 다급함 때문이었는지 내 볼은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죠. 부인이 다가와서 두 손바닥으로 내 볼을 부드럽게 감싸며 말했어요. 손바닥을 통해 전해진 따뜻한 온기가 내 얼굴로 스며드는 걸 느낄 수 있었죠.

    "꼬마 아가씨,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잖니. 어서 집에 가서 일찍 잠들어야 산타클로즈가 네 선물을 가져다 줄 수 있단다. 착한 어린이는 일찍 잠들어야 하잖아." 부인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날 달래듯이 이야기했어요.

    "하지만, 제가 갖고 싶은 빨간 부츠는 이 잡화점에서만 팔고 있는걸요. 잡화점이 일찍 문을 닫아 버리면, 밤 늦게 다니는 산타 할아버지는 그 부츠를 저에게 가져다 줄 수 없을 거예요!"

    "빨간 부츠? 아, 그 부츠라면 벌써 어제 팔려 버렸는데."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라는 걸 난생 처음 느껴본 것이 바로 그 때였어요. 





※ 30분 쓰기를 하니 절단신공이 되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매일 30분씩만 쓰기로 하였으므로...

위의 편지는 시카고의 53세 여성이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크리스마스 이브에 쓰는 편지이다.


※ 표지 그림은 스토리를 기반으로 AI 사이트에서 생성한 그림이다. 결과물이 엄청난 고퀄은 아니지만 맥락에 맞는 간단한 그림이 필요할 때는 좋은 솔루션.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 30분, 글쓰기 좋은 질문 64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