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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르니스트 Dec 24. 2023

매일 30분, 글쓰기 좋은 질문 642

(1) 자신의 외모와 성격을 3인칭 시점으로 묘사하라.

    그는 화장대 위의 탁상거울을 몇 번 위아래로 움직였다. 자기 얼굴이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는 각도를 찾으려는 노력이었다. 고개를 이리 저리 조금씩 돌려보기도 했다. 옆으로 살짝 얼굴을 돌린 채 턱을 약간 위로 치켜들고서 마침내 그는 거울과 고개 돌리기를 멈추었다. 딱히 만족스러운 표정은 아니었다. 몇 달 전에 퍼머를 한 듯 끄트머리가 삐죽삐죽 구불진 진갈색 머리카락, 한국 사람 누구나 가질법한 - 즉, 평범한 - 약간 짙은 살구색 낯빛, 윤기가 없이 푸석거리는 잔주름이 진 피부결 등, 그 나이대의 남성이 가질만한 외형이 그대로 드러나는 얼굴이었다. 비록 곧게 선 콧대와, 작다고 할 수 없는 눈에 진 적당한 두께의 쌍커풀 등, 그 나름대로의 매력 포인트라고 할만한 부분도 없지는 않다고 그는 자평했다. 하지만 약간 돌출된 턱과 치열이 매끄럽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계란형 얼굴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튀어나온 입이 그는 항상 영 못마땅했다. 조금이라도 입이 덜 튀어나오도록 입술을 앙다물어 보았지만 힘이 들어간 입 주변의 근육 때문에 팔자주름이 여럿 생겨 되려 보기 흉해졌다. 입에 힘을 빼니 입꼬리가 기력 없이 축 쳐졌다. 그는 양 검지로 입꼬리를 잡아 위로 올렸다. 영화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가 만들던 억지 웃음이 떠올랐다.


    사십 대 중반으로 치닫는 나이는 언제 어디서나 그로 하여금 자연스럽지 못하도록 채근했다. 오년 후면 오십 대라는 생각이 항상 뒷덜미를 잡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외견에 더욱 신경쓰고, 체중을 조절하는 한편 일할 때도 말끝을 날카롭게 벼리려고 노력했다. 그런 긴장을 잃는 순간 몸은 활력을 잃었고 정신은 나태해지기 일쑤였다. 그럴 나이였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어중간한 계절에 나뭇잎들은 너무 녹색이 짙어져 되려 생생함을 잃기 마련이었다. 봄에 돋아나는 새순의 빛깔과 비교하면 그것은 녹색이 아니라 검은색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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