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30분, 글쓰기 좋은 질문 642
(9) 오래전에 연락이 끊긴 룸메이트
열어본 적이 없는 모든 새로운 문은, 손잡이를 잡기 전 그 건너편에 무엇이 있을지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문은 지금과 그 이후를 나누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공간과 시간은 동격이다. 어떤 문이던 열어젖히고 일단 공간 안으로 들어가면 그 이전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다.
부동산 업자는 나에게 방 키를 건네며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말했다.
"제가 10분 뒤에 다른 손님이 오실 예정이어서 죄송하지만 혼자 한 번 가보셔야 할 거 같아요."
나는 아, 그런가보다, 하며 그에게서 키를 받아들었다. 이번이 그가 소개하는 세 번째 방이었다. 앞서 들러본 두 방도 내 예산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선택을 앞두면 '셋'이라는 숫자에 구애되는 버릇 탓에, 나는 부동산 업자에게 세 번째 방을 소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그때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요청을 받아들였다.
"당연히 세 개 정도는 매물을 보여 드려야죠. 그래야 저도 일을 한 것 같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그가 알려준 집의 번호는 707호였다. 7층으로 갔을 때 나는 복도에 흐르는 적막함이 무척이나 신경 쓰였다. 한 층에 여덟 호의 집이 있는 아파트였는데, 매물이 있는 7층에는 아직 한 집도 입주하지 않은 상태라고 부동산 업자가 말해주었다. 새로 지은 건물이어서 벽이며 바닥에 사람이 사는 흔적이 없었다. 공사가 완료된 후에 시공업체가 깔끔하게 내부 청소를 한 모양이었다. 복도 끝에 서서 집들을 바라보자니 마치 매끈하게 포장된 상자를 여는 기분이었다 - 단, 그 내용물이 나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조건이 붙어있는 포장.
707호 문 앞에 섰다. 깔끔하게 하얀색으로 칠해진 문이었다. 업자에게 받은 열쇠를 꺼내들어 문고리에 꽃으려 손을 뻗었는데, 알 수 없는 이질감에 나는 멈칫거렸다.
* '오래전에 연락이 끊긴'이라는 문구에서, 이 글감은 미스터리나 스릴러 장르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했다.
* 룸메이트는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이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당사자와 룸메이트만이 안다. 그리고 기억은 각자가 나누어 가진다. 그 기억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쓰고 싶었다.
* 나중에 여러가지 장르에 익숙해 진다면 완결해보고 싶다.
* 대표이미지는 2013년 작품 '룸메이트'라는 일본 영화의 스틸샷이다. 연관성은 없고 해당 영화는 보지 못했다. 대표이미지가 필요해서 차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