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Daily Novel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게으르니스트 Jan 04. 2024

매일 30분, 글쓰기 좋은 질문 642

(9) 오래전에 연락이 끊긴 룸메이트

    열어본 적이 없는 모든 새로운 문은, 손잡이를 잡기 전 그 건너편에 무엇이 있을지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문은 지금과 그 이후를 나누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공간과 시간은 동격이다. 어떤 문이던 열어젖히고 일단 공간 안으로 들어가면 그 이전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다.


    부동산 업자는 나에게 방 키를 건네며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말했다.

    "제가 10분 뒤에 다른 손님이 오실 예정이어서 죄송하지만 혼자 한 번 가보셔야 할 거 같아요."

    나는 아, 그런가보다, 하며 그에게서 키를 받아들었다. 이번이 그가 소개하는 세 번째 방이었다. 앞서 들러본 두 방도 내 예산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선택을 앞두면 '셋'이라는 숫자에 구애되는 버릇 탓에, 나는 부동산 업자에게 세 번째 방을 소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그때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요청을 받아들였다.

    "당연히 세 개 정도는 매물을 보여 드려야죠. 그래야 저도 일을 한 것 같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그가 알려준 집의 번호는 707호였다. 7층으로 갔을 때 나는 복도에 흐르는 적막함이 무척이나 신경 쓰였다. 한 층에 여덟 호의 집이 있는 아파트였는데, 매물이 있는 7층에는 아직 한 집도 입주하지 않은 상태라고 부동산 업자가 말해주었다. 새로 지은 건물이어서 벽이며 바닥에 사람이 사는 흔적이 없었다. 공사가 완료된 후에 시공업체가 깔끔하게 내부 청소를 한 모양이었다. 복도 끝에 서서 집들을 바라보자니 마치 매끈하게 포장된 상자를 여는 기분이었다 - 단, 그 내용물이 나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조건이 붙어있는 포장.

    707호 문 앞에 섰다. 깔끔하게 하얀색으로 칠해진 문이었다. 업자에게 받은 열쇠를 꺼내들어 문고리에 꽃으려 손을 뻗었는데, 알 수 없는 이질감에 나는 멈칫거렸다.



* '오래전에 연락이 끊긴'이라는 문구에서, 이 글감은 미스터리나 스릴러 장르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했다.

* 룸메이트는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이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당사자와 룸메이트만이 안다. 그리고 기억은 각자가 나누어 가진다. 그 기억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쓰고 싶었다.

* 나중에 여러가지 장르에 익숙해 진다면 완결해보고 싶다.

* 대표이미지는 2013년 작품 '룸메이트'라는 일본 영화의 스틸샷이다. 연관성은 없고 해당 영화는 보지 못했다. 대표이미지가 필요해서 차용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 30분, 글쓰기 좋은 질문 64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