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시간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단 한 가지만 빼면.
구내식당에서 어제와 구성이 비슷한 - 밥에 국, 조미료 맛이 나는 반찬 세 가지 - 점심식사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대번에 그것을 발견했다. 얼핏 보면 눈에 띄지 않을 물건이었는데도 자리에 온 순간 그것부터 보였다. 매일의 맛, 매일의 냄새, 매일의 공간, 매일의 생각이 같기 때문에 그것이 더 한눈에 띄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평소라면 자세히 들여다보지도 않고 책상 위 물건들을 옆으로 불도저 밀듯 밀어버렸을텐데, 오늘은 책상 앞에 멀뚱히 서서 책상 위에 대뜸 올려진 그것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한 장의 스티커였다. 아주 파란색의. 아주 파란색의 스티커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것은 그냥 스티커였다.
어찌보면 온갖 메모지와 문구지로 가득한 책상 위에서 그것이 그렇게 대뜸 눈에 들어온 것조차 신기한 일이기는 했다. 별 특징이 없는 스티커였으므로 서류와 이면지 사이에 섞여있었다면 절대 신경쓰지 않았을 그런 것이었다. 누가 이걸 올려놓은 건가 싶은 생각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팀 동료들은 아직 밥 먹으러 가서 돌아오지 않았거나, 외근이니 뭐니 해서 자리에 없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일순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 밥 먹으러 가기 전 했던 고민들이 순식간에 파도에 쓸려가버린 듯 사라졌다. 일상에 갑자기 끼어들어온 이 파란색 스티커 한 장 때문에.
스티커를 집어 들었다. 정말 새파란 색이었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손바닥 절반만한 크기의 그 파란색이 점점 커져서 공간에 생긴 커다란 파란 구멍처럼 보이는 착각이 들 정도로 잡티 하나 없는 파란색이었다. 스티커를 뒤집어 보았다. 그리고 그때서야 나는 이 스티커가 왜 나의 의식을 이렇게 사로잡았는지 알게 되었다. 스티커 뒷면에는 작고 또박또박한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이 스티커에 당신이 원하는 것을 써서 그것을 원하는 대상에게 붙이면 당신이 원하는 대로 될 것입니다'
* '파란색 물건'이라는 단어에서부터 상상을 시작해야 했다. 파란색 물건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질량과 부피를 품은 상자 같은 물건을 떠올리기 쉽지만, 나는 그 생각을 거슬러 올라갔다. 얇고 작은 물건. 그런데 그것이 나의 주의를 모두 빨아들인다면 어떻게 될까. 일상에서 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의외로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는 글을 쓰기에 알맞은 글감이 될 것 같았다.
* 표지사진은 역시 AI 그리기 서비스로 만들었다. 꽤나 리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