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Daily Novel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게으르니스트 Jan 05. 2024

매일 30분, 글쓰기 좋은 질문 642

(10) 파란색 물건을 가진 인물이 지금 하는 생각

    오늘 점심시간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단 한 가지만 빼면.

    구내식당에서 어제와 구성이 비슷한 - 밥에 국, 조미료 맛이 나는 반찬 세 가지 - 점심식사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대번에 그것을 발견했다. 얼핏 보면 눈에 띄지 않을 물건이었는데도 자리에 온 순간 그것부터 보였다. 매일의 맛, 매일의 냄새, 매일의 공간, 매일의 생각이 같기 때문에 그것이 더 한눈에 띄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평소라면 자세히 들여다보지도 않고 책상 위 물건들을 옆으로 불도저 밀듯 밀어버렸을텐데, 오늘은 책상 앞에 멀뚱히 서서 책상 위에 대뜸 올려진 그것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한 장의 스티커였다. 아주 파란색의. 아주 파란색의 스티커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것은 그냥 스티커였다.

    어찌보면 온갖 메모지와 문구지로 가득한 책상 위에서 그것이 그렇게 대뜸 눈에 들어온 것조차 신기한 일이기는 했다. 별 특징이 없는 스티커였으므로 서류와 이면지 사이에 섞여있었다면 절대 신경쓰지 않았을 그런 것이었다. 누가 이걸 올려놓은 건가 싶은 생각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팀 동료들은 아직 밥 먹으러 가서 돌아오지 않았거나, 외근이니 뭐니 해서 자리에 없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일순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 밥 먹으러 가기 전 했던 고민들이 순식간에 파도에 쓸려가버린 듯 사라졌다. 일상에 갑자기 끼어들어온 이 파란색 스티커 한 장 때문에.

    스티커를 집어 들었다. 정말 새파란 색이었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손바닥 절반만한 크기의 그 파란색이 점점 커져서 공간에 생긴 커다란 파란 구멍처럼 보이는 착각이 들 정도로 잡티 하나 없는 파란색이었다. 스티커를 뒤집어 보았다. 그리고 그때서야 나는 이 스티커가 왜 나의 의식을 이렇게 사로잡았는지 알게 되었다. 스티커 뒷면에는 작고 또박또박한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이 스티커에 당신이 원하는 것을 써서 그것을 원하는 대상에게 붙이면 당신이 원하는 대로 될 것입니다'



* '파란색 물건'이라는 단어에서부터 상상을 시작해야 했다. 파란색 물건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질량과 부피를 품은 상자 같은 물건을 떠올리기 쉽지만, 나는 그 생각을 거슬러 올라갔다. 얇고 작은 물건. 그런데 그것이 나의 주의를 모두 빨아들인다면 어떻게 될까. 일상에서 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의외로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는 글을 쓰기에 알맞은 글감이 될 것 같았다.

* 표지사진은 역시 AI 그리기 서비스로 만들었다. 꽤나 리얼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 30분, 글쓰기 좋은 질문 64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