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크리에이터스 스튜디오' 글쓰기 클래스에 참석하다
브런치가 글 안쓰는 게으른 이용자들을 더욱 닥달하려는지, 브런치 작가들을 한데 '글 써서 책 내신 분들 보고 좀 배우세요 !'라며 사람들을 한데 불러모았다. 바로 '크리에이터스 스튜디오'.
카카오 플랫폼에 컨텐츠를 공급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 대중의 응원과 지지를 얻어 '출판작가'의 이름을 얻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을 카카오가 마련해 주었다.
'설마 되겠어?'라며 신청했던 것이 덜컥 당첨되고 보니, 참 기대가 되었다. 이유인즉, '나이 오십에 은퇴해서 전업작가로 인세 받으며 노후를 준비할래!'라던 나의 습작노트인 브런치는 노 업뎃 빈사상태로 방치된지 벌써 일년이 지났기 때문.
그 동안 숭례문학당 백일 글쓰기도 해보고, 이런 저런 책도 읽으며 글쓰기 근육을 키워보겠다고 발버둥쳤던 지난 시간들이 떠올랐다. 계속된 야근과 얼마 전에 태어난 아들까지, 핑계거리야 찾으면 화수분처럼 꺼낼 수 있겠다만, 그건 그야말로 핑계 아니던가. 하다못해 출퇴근 시간에라도 끄적댔으면 뭐라도 남지 않았을까. 그저 게으른 탓이려니, 매일 되뇌이다가 이렇게 '글쓰기 클래스에 당첨되셨습니다!'라며 메시지를 받으니 새삼 가슴이 찌릿했다. 글 하나를 완성했을 때 뒷덜미를 타고 흐르는 그 전류가 잠깐 반짝였다. 아, 이 클래스는 게으름을 박멸하고 나의 오감에 다시 창작의 두근거림을 불어넣는 인공호흡이 될 수 있을까.
생업과 일상을 핑계삼아 덮어놓았던 '작가로써의 설렘' 한 구석을 슬쩍 들어올리며, 역삼동 아그레라운지로 향했다.
작지만 꽉 찬 느낌을 주려 했는지, 좁은 행사장 안에 카카오 사람들이 공들여 준비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게다가 공간 이곳 저곳에 카카오프렌즈들이 움척움척. 빔으로도 쏘고, 기념품으로도 주고. 심지어 간식거리 안에도 어피치가 갑툭튀. 하긴 카카오의 행사이니 얘네들이 안나오면 되려 이상할 일이다. 거의 매일 카톡 안에서 만나는 라이언과 어피치지만, 그래도 이렇게 현실세계에서 만나면 슬며시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는 사랑스러움 덕에 기분 좋게 행사장에 착석.
캐릭터라는 건 참 요망한 생명체다. 까놓고 보면 선과 면일 뿐인데, 어느 순간 생명을 얻어 마음 속을 헤집고 다니니, 저들을 만들어 낸 디자이너와 마케터들은 정말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창조주가 아닐런지.
오늘 강연하실 작가는 이승희 님. 솔직히 누구신지 잘 몰랐다. 참석 전 찾아보지도 않은 이 놈의 게으르니즘.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라는 책을 쓰셨단다. 그런데 사실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쉬는 시간엔 남이 마케팅이나 전략 영역에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별로 읽지 않는다. 내 일만으로도 지치는 일상이 끼치는 폐해 중 하나다. (눙물)

하여간 뉘신지는 잘 몰라도, 이승희 님은 나에게 오늘만큼은 직장생활 하면서 작가 타이틀을 획득한 선각자다. 취할 건 취하여 내 살로 삼으리라. 후후.
중간에 10분 정도 쉬는 것 말고는 2시간 내내 잠깐의 더듬거림도 없이 이야기를 쏟아낸 승희 님. 자기의 커리어를 쭉 읆으면서 털어놓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는 나의 그것과 참으로 비슷했다.
'나'를 남기고 싶다는 것.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왔다가 갔다는 걸, 내가 사라진 이후에라도 누군가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는 것. 그 단순하지만 잊고 살기 쉬운 인간다움을 많이 아프고 나서야 깨달았다는 승희 님의 이야기는, 가벼운 목소리 톤에 묵직히 녹아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You only live once는 현실을 즐기라는 말이 아니라, 한 번 뿐인 인생 소중히 살고 뭐라도 남겨야 한다는 말이라는 걸, 우린 잘 깨닫지 못하고 살아간다.
다행히 대부분의 인간은, 행여 그림 그리는 재주나 노래 잘하는 재주가 없더라도, 글을 쓰고 또 읽을 수 있다. 문제는 실제로 글을 쓰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배울 수 없다는 진리는 글쓰기에서도 여전히 진리이다. 수많은 글쓰기 클래스와 지침서도, '일단 써보라'는 것을 제 1의 조언으로 던진다. '자신의 글쓰기'가 시작되지 않으면, 자기 글이 좋은지 좋지 않은지조차 알 수 없지 않은가.
작가가 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바로 쓰기 시작했느냐 아니냐에서 비롯된다는 것. 승희 님도 그걸 깨달았을 때 바로 실행에 옮겼기에 더 많은 조력자와 기회가 다가왔다고 고백했다.
승희 님의 컨텐츠를 아직 직접 보지 않아서, 그녀의 실행이 완성형인지, 아니면 현재진행형인지는 모르겠다. (이 후기를 쓰자마자 검색해서 한 번 읽어볼 생각이다.) 하지만 현재진행형이라면 더 기대가 되고 궁금해 질 것이다. 나도 그 길을 걷기로 한 이상, 언젠가 길에서 만나 길동무가 될 수 있을테니까.
그리고 늦은 시간에도 사람들로 꽉 찬 공간을 보면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 길을 함께 고민하는 낮과, 밤과, 글이 완성된 어느 순간 느낄 전기처럼 짜릿한 희열들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있구나, 라는 생각 덕분에, 글을 써내려 가는 내일의 나의 손길이 외롭지는 않으리라 느꼈다.
오늘의 크리에이터스 스튜디오는, 그렇게 빈사상태로 밭은 숨을 몰아쉬던 나의 글쓰기 영혼에 슬쩍 인공호흡기를 붙이고 2회차를 기약하며 마무리되었다.
덧. IBM에서 잠깐 같이 일했던 손하빈 과장이 승희 님이 쓴 책의 공동저자였다. 세상 참 좁다는 생각과 함께, 지인의 오래간만에 소식에 반가우면서도, 같은 시간을 보낸 지인이 책을 냈다는 사실에 새삼 자극이 되었다.
덧2. 늦은 시간까지 운영진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클래스에서 뵐께요. 다만... 샌드위치는 한 조각 더 주세요. 덩치가 커서 배고파요. ㅜㅡㅜ
덧3. 아그레라운지라는 공간이 참 좋았다. 서가로 가득찬 까페라니.
덧4. 혹시 찍힌 사진 속에 얼굴이 나와 불편하신 분이 계시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브런치엔 사진 모자이크 기능이 없어서 아쉬워요.
투덜. 텀블러 가져오래서 애써 가져갔더니 머그컵 있었다 !!! 속였구나 카카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