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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로보 Nov 21. 2018

<공작>의 북한 장면 어디서 어떻게 찍었나?

(2018.8.28 작성)


북측에서 박석영의 방북을 환영하기 위해 연회를 연 초대소 장면은 충북 괴산에 위치한 중원대학교 캠퍼스에서 촬영하였다. 한국적인 양식이 가미된 회색조의 육중한 건물은 평양에 있는 금수산 태양궁전과 비슷하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할 정도로 북한 같은 느낌을 주는데, 2014년 방영된 드라마 <닥터 이방인> 역시 북한 배경의 장면을 이 곳에서 촬영한 바 있다. 2017년 <공작> 촬영 당시 미술 세팅의 일환으로 김일성 찬양 플래카드를 걸고 인민군복을 갖춰 입은 보조출연자들을 배치했다가 인근 주민들이 실제 상황으로 오인해 경찰에 신고를 해서 촬영이 중단되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한다.



박석영이 고구려 능을 발굴한다는 핑계로 방문한 영변 구룡강 장마당 역시 국내에서 촬영하였다. 동해시 동부메탈 부근에 위치한 한 탄광소 사택을 개조한 것인데 무려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오래된 건물이었다고 한다. 광장 인근에 약 50m 정도 향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나무를 뽑아낼 수 없어 고심 끝에 이를 가리기 위한 긴 구조물을 만들고 벽화와 선전문구 등을 그려 넣었다. 궁여지책으로 내린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고난의 행군’ 시기를 간신히 버티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참혹한 모습과 배경의 원색적인 프로파간다 이미지가 대비되어 당시의 북한 사회상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으로 완성되었다.



영화 후반부 긴장감 있는 장면이 연출되는 중요한 장소가 바로 김정일 별장이다. 높은 천장, 화려한 대리석 바닥에 육중한 기둥, 거대한 벽화 등 보는 이를 압도하는 공간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이는 안성에 위치한 세트장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만들어 낸 것이다. 세트 제작에만 50여일이 소요되었고 정중앙에 위치한 벽화는 약 4개월에 걸쳐 만들어낸 것이라고. 이러한 미술팀의 노력 덕에 북한 최고지도자의 부와 과장된 권위 등이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인상적인 공간으로 완성되었다.    



극중 박석영이 배를 타고 김정일 별장에 도착하는 장면은 경북 안동시 안동호 도목 선착장에서 찍었다. 수백명의 인민군 병사들이 열을 맞춰 대기하는 외진 선착장의 경관은 김정일 별장이라는 곳이 북한 내에서도 아무나 접근할 수 없는 얼마나 비밀스러운 장소인가 하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민군복을 입은 300여명의 보조출연자들의 각 잡힌 모습이 아무리 봐도 수상해 보였는지 이곳 역시 영화 촬영을 사전에 공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로부터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진 바람에 영화의 프로듀서가 주변 주택을 일일이 방문해 영화 내용에 대해 설명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고 한다.  



박석영이 평양에 처음 도착하는 부분에서 항공샷을 포함한 다양한 앵글로 평양 시내의 전경이 보여진다. 이 장면이 진짜처럼 보이는 이유는 실제 평양의 이미지가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전문적으로 북한의 풍경을 찍어서 판매하는 업체를 통해 영상 소스를 구입해온 것과 연변에서 드론을 날려 필요한 샷을 촬영한 것을 편집하여 만들어냈다고. 아쉽지만 옥의 티를 하나 꼽자면, 박석영이 평양 시내로 차를 타고 진입할 때 창 밖으로 보이는 류경호텔의 모습이다. 평양의 랜드마크 격인 105층 건물 류경호텔은 1987년 착공 후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되어 극중 시대배경인 90년대 후반에는 황량한 유령 건물 같은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던 것.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 공사가 재개되어 영화 속에 등장한 모습으로 완공되었다고 한다.  



(2018.8.28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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