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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로보 Nov 21. 2018

영화 <써니> 일본 리메이크 어디가 어떻게 달라졌나?

(2018.8.30 작성)

2011년 5월 개봉해 700만이 넘는 스코어를 기록했던 영화 <써니>. 지난 3월 베트남 리메이크 버전이 개봉하여 역대 5위라는 기록을 세우며 흥행을 거둔데 이어 오는 8월 31일에는 일본 리메이크 버전이 개봉한다. 영화의 배경과 정서를 현지화를 하는 과정에서 과연 어디가 어떻게 바뀌었을까?



<써니>의 폭발적인 흥행을 끌어낸 원동력은 바로 심은경의 신들린 연기력 아니었을까. 첫사랑에 어쩔 줄 모르는 사랑스러운 모습부터 당이 떨어지면 폭발하는 욕신(神) 빙의 연기까지 팔색조 같은 매력을 보여주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일본 버전에서 주인공 나미 역할을 맡은 것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봉준호 등 명감독들로부터 연기력을 극찬 받은 배우 히로세 스즈다. 95년 발생한 고베대지진 때문에 진앙지 인근 아와지섬에서 전학을 왔다는 설정으로 한국판의 걸쭉한 전남 사투리에 필적하는 강렬한 간사이 사투리를 기대해볼만 하겠다. 유호정이 맡았던 성인 나미 역할은 <언페어>, <아네고> 등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배우 시노하라 료코가 맡았다.


나미를 포함한 써니 멤버들이 한국영화에선 총 7명이었다면, 일본 리메이크에서는 6명으로 줄었다는 점도 다르다. 남보라 & 이연경 배우가 맡았던 금옥 캐릭터가 삭제된 것. 성인 캐릭터로 코이케 에이코, 와타나베 나오미, 토모사카 리에 등 한국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배우들이 출연하는데 영화 막판에 깜짝 등장하는 수지 캐릭터의 성인 배역을 일본판 써니에서는 과연 누가 맡았을까 하는 점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한국영화 <써니>가 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반해 일본 리메이크 버전은 시대 설정을 90년대 중반으로 가져왔다. 나미를 써니의 멤버로 들이기로 결정하는 공간이 바로 노래방(가라오케)이고 멤버들의 추억을 남기기 위한 아이템으로는 스티커 사진(프리쿠라)이 등장한다. 써니 멤버들의 패션 또한 짧은 치마에 루즈삭스, 가는 눈썹에 까맣게 태닝한 피부 등 당시 최전성기를 구가했던 가수 아무로 나미에 스타일을 의식한 것이다.


극 중에서 주인공 나미가 짝사랑하는 DJ 역할을 맡은 미우라 하루마의 헤어 스타일 또한 1996년 드라마 <롱베케이션>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기무라 타쿠야 머리를 따라한 것이다.


학생운동에 몰두해 있던 나미의 대학생 오빠도 일본 리메이크 버전에선 에반게리온 등 TV 애니메이션에 빠져 있고 종말론을 믿는 히키코모리 오빠로 바뀌었다. 90년대 중반이 지하철 사린가스 살포사건을 일으킨 옴진리교를 비롯한 사이비종교들이 한참 사회 문제로 떠오르던 시기였다는 점을 충실히 반영한 설정이라 하겠다.  


음악감독 고무로 테츠야와 주조연 배우들

오리지널 <써니>는 보니 엠의 <Sunny>, 리처드 샌더슨의 <Reality>, 나미의 <빙글빙글> 등 80년대 유행했던 음악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더욱 사랑을 받았던 영화이다. 일본 리메이크 역시 ‘음악’의 중요성을 놓치지 않았다. 감독으로 <모테키>에서 뮤지컬 장면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연출을 선보인 바 있는 오오네 히토시가 선임되었으며 무엇보다 90년대 J-POP의 황제라 해도 과언이 아닐 프로듀서 고무로 테츠야가 음악감독을 맡았다는 점이 기대를 불러온다.


그런 만큼 당시의 인기곡들이 다수 삽입되었는데 그 면면을 보면 예고편에도 흘러나온 아무로 나미에의 <Sweet 19 Blues>를 비롯해 드라마 <롱베케이션>의 주제가였던 <LA LA LA Love Song>, Puffy의 <これが私の生きる道(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법)>, JUDY AND MARY의 <そばかす(주근깨)> 등이 있다. 영화의 부제로 사용된 <강한 마음 강한 사랑>이라는 문구 역시 삽입곡 제목에서 차용한 것인데 당시 유행했던 시부야계 음악의 선구자격인 아티스트 오자와 켄지의 <強い気持ち・強い愛(강한 마음 강한 사랑)>이 바로 그 원곡이다.


영화의 시대배경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뮤지션 아무로 나미에가 1년 전 은퇴를 선언하고 오는 9월 16일 마지막 공연을 기점으로 무대에서 영원히 내려오기로 한데다 음악감독인 고무로 테츠야 또한 올해 초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에 영화 <써니>의 음악작업이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 이목을 끌고 있기도 하다.



(2018.8.30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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