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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로보 Dec 11. 2018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으로 떠나는 싱가포르 여행

(2018.11.2 작성)

눈깜짝할 사이에 한파가 들이닥쳤다. 몸과 함께 마음도 움츠러드는 때, 잠깐이라도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보며 즐거움이 넘치는 남국의 도시 싱가포르로 떠나보면 어떨까?  



호커센터

영화에서 싱가포르에 도착한 주인공 레이첼과 남자친구 닉은 그들을 반갑게 맞이한 친구 콜린, 아라민타 커플을 만나 호커센터로 향한다. 호커센터란 공용 테이블을 두고 다양한 음식들을 파는 노점들이 모인 야외 푸드코트를 말한다. 누구나 저렴하고 맛있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장소인 것이다. 싱가포르에 처음 온 레이첼을 데려간 곳이 이렇게 서민적인 공간이라는 점은 극중에서 어마어마한 부잣집 자식이지만 소탈한 남자친구 닉의 성격을 잘 드러내 준다.

싱가포르에는 호커센터가 여럿 있는데 그 중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촬영한 곳은 한국인 관광객에게도 유명한 ‘뉴튼 푸드센터’이다. 영화 촬영을 위해 푸드센터 전체를 전세 내다시피 했는데 평소처럼 붐비는 장면을 만들어 내기 위해 천명 이상의 엑스트라를 동원했고 이들이 요리하고 먹고 마시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칠리크랩과 사테이, 캐롯케이크 등 노점에서 파는 음식도 전부 실제로 준비했다고 한다.    



래플스 호텔

영화에서 닉은 레이첼만 호텔로 보내고 집에 와서 머무르라는 어머니 엘레노어의 말을 거역하고 레이첼과 함께 묵기로 한다. 이들이 머무는 곳이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5성급 호텔 중 하나인 ‘래플스 호텔’이다. 1887년 개관하여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이기도 한데, 역사와 전통 외에 이 곳을 특별히 유명하게 만든 것이 있으니 바로 ‘싱가포르 슬링’이라는 이름의 칵테일이다. ‘달과 6펜스’의 작가 서머셋 모옴이 마시고 ‘이국적인 동양의 신비’와 같은 맛이라고 찬탄했다는 이 칵테일의 발상지가 래플스 호텔의 롱바(Long Bar)인 것. 현재 2019년 중반 재개장을 목표로 리노베이션 중이라 숙박은 어렵지만 싱가포르 슬링을 맛볼 수 있는 팝업 매장이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차임스

영화가 클라이막스로 접어들면서, 닉의 친구인 콜린은 약혼녀 아라민타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 엘레노어의 반대와 주위의 시기 질투에도 굴하지 않고 맞서기로 결심한 레이첼은 최고로 아름답게 꾸미고 당당히 참석해 둘의 결혼을 축복한다.

영화에서 꽃과 풀과 나무가 가득한 아름다운 결혼식장으로 등장한 이 곳은 싱가포르 올드시티에 위치한 ‘차임스’라는 이름의 복합공간이다. 19세기 중엽 프랑스 선교사들에 의해 지어져 수도원, 가톨릭 여학교 등으로 사용되어 왔는데 지금은 각국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과 바 등이 입점해 있다. 영화에 주로 등장한 프렌치 고딕 양식의 예배당 건물은 실제로 많은 커플들이 결혼식을 올리는 공간으로 사용되는데 아쉽게도 평소에는 허가없이 들어가볼 수 없다고 한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

결혼식이 끝나고, 호화로운 피로연이 이어진다. 서로의 변치 않는 마음을 확인한 레이첼과 닉은 달콤한 시간을 보내는데 갑자기 닉의 할머니가 이들을 호출하고 상황은 복잡해진다. 이 장면에서 화려한 피로연이 열린 야외공간은 싱가포르의 관광명소 중 하나인 ‘가든스 바이 더 베이’다.

마리나베이 매립지 위에 세워진 인공정원으로 플라워 돔, 클라우드 포레스트 돔 등의 인공온실과 거대한 인공나무가 설치된 슈퍼트리 그로브로 구성되어 있다. 오후에 방문해 온실을 둘러보고 저녁이 되면 슈퍼트리 그로브에서 펼쳐지는 라이트쇼를 감상하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인데 영화 촬영 당시에도 쇼를 중단할 수는 없다고 해서 해가 저물고 쇼가 시작할 시간이 되면 피로연 하객으로 동원된 500여명의 엑스트라를 포함해서 모든 스태프들이 일손을 놓고 강제 휴식을 취할 수 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머라이언 파크

영화가 결말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관계가 틀어진 레이첼과 닉이 다시 만나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가 바로 싱가포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머라이언 동상이 있는 곳, 머라이언 파크다. 머라이언(Merlion)이란 인어(Mermaid)와 사자(Lion)을 합쳐서 만든 조어로 상반신은 사자, 하반신은 물고기 모습을 한 가상의 동물을 가리킨다. 사자는 싱가포르의 어원인 산스크리트어 싱아푸라(사자의 도시)에서 유래하고, 물고기는 역시 싱가포르를 자바어로 트마섹(바닷가 마을)이라 칭한 데서 따온 것이다.

싱가포르에 다녀왔다는 인증샷을 남기기에 최적의 장소인 만큼 언제나 관광객들로 붐비는데 머라이언 동상이 물을 뿜는 모습을 활용해 재미난 사진을 찍고자 애쓰는 모습들을 구경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장소이기도 한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의 전경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기 때문에 호텔의 야경과 매일 밤 열리는 레이저쇼를 감상하려면 머라이언 파크를 찾기를 권한다.  



(2018.11.2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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