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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로보 Dec 18. 2018

한국에서 음악영화는 무조건 흥한다?

(2018.11.20 작성)

<보헤미안 랩소디>가 개봉 21일만에 드디어 1위로 올라섰다. 유명 배우가 출연하지 않는 만큼 초반 흥행이 주춤했으며 영화적인 완성도 면에서는 아쉽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설적인 밴드 퀸의 음악이 주는 감동이 영화의 모든 약점을 덮고 관객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것이다. 11월 첫 주에 전세계 40개국 이상에서 동시 개봉해 거의 모든 국가에서 박스오피스 수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의 흥행 스코어가 특히 눈에 띈다. 현재 북미시장과 퀸의 모국인 영국을 제외하면 흥행 수익이 가장 높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한국시장에선 음악영화는 무조건 흥한다는설을 또 한번 증명한 셈이다. 그렇다면 음악영화 불패 신화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우선,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전세계적으로 잘된 음악영화는 한국에서도 반드시 흥행하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로 싱어롱 상영을 했던 영화 <맘마미아>의 경우, 국내에서 457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크게 흥행했고 이는 북미를 제외하고 세계 4위에 해당하는 결과였다. 1편 개봉 후 10년만에 제작된 속편은 전편에 못 미치는 229만명을 불러모았지만 이 역시 세계 3위 성적이었다.

싱어롱 상영이 본격화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어떨까? 전세계적으로 이 영화가 흥행을 거두지 못한 나라는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신드롬적인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다. 역시나 ‘떼창의 민족’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역대급 성적인 1,029만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이는 영국이나 중국, 독일 등 일반적으로 할리우드 영화들이 한국보다 잘 되는 국가들을 웃도는 수치였다.


당시 사회의 분위기와 맞아떨어진 측면도 있지만 음악의 힘이 흥행을 견인했던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 또한 한국시장에서 특히나 반응이 좋았던 작품이다. 2012년 개봉한 외화 가운데 5위에 해당하는 성적을 거두었는데, 이는 <호빗 : 뜻밖의 여정>이나 <브레이킹던 : part2>, <007 스카이폴> 등 웬만한 시리즈물을 모두 제친 것이었다.

음악감독인 저스틴 허위츠가 내한해 OST 콘서트를 개최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던 <라라랜드>를 빼놓을 수 없다. 최종적으로 극장관객 359만명을 기록했는데 2016년 12월 초 개봉 후 단 하루도 1위를 차지한 적 없지만 두 달여간 꾸준히 롱런해서 얻어낸 숫자라는 것이 이 영화의 대단한 점이다.

 지난 해 겨울 개봉했던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도 박스오피스 1위 기록 없이 흥행한 음악영화에 해당한다. 크리스마스 시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첫 주 3위로 출발했고 실존인물인 P. T 바넘에 대한 미화 논란도 불거졌지만 화려한 뮤지컬 장면에 대한 호평에 힘입어 한달 이상 꾸준히 10위권 안에 머물며 140만 관객을 모았다.


반면에 한국에서만 흥했다고 표현해도 무방한 음악영화들도 적지 않다. 12월 6일 재개봉을 앞둔 영화 <어거스트 러쉬>가 대표적이다. 미국 내 흥행수입이 3,166만불이었는데 이 영화의 순제작비가 2,500만불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결코 좋은 성적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개연성이 부족하고 억지 감동을 끌어낸다는 악평도 있었지만 기타와 첼로를 제대로 활용한 음악이 큰 반향을 일으키며 221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영화의 해외 수입 총액인 3,445만불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553만불을 한국에서 거두어 들인 셈이었다.  

<라라랜드>를 연출한 데미안 셔젤 감독의 데뷔작인 <위플래쉬>의 경우도 그렇다. 330만불의 저예산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미국에서는 개봉 규모도 작았고 최종 흥행 스코어 역시 저예산 영화치고는 잘 된 결과라 할 수 있는 1,300만불 수준이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개봉 9일차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뜻밖의 역주행을 기록하며 158만명이라는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이 영화의 해외 수입이 약 3,500만불인데 한국 수입이 1141만불로 약 1/3에 해당하는 지분을 차지한 것이다. 일본과 영국이 각각 248만, 244만불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숫자다.


존 카니 감독의 영화들도 빠뜨릴 수 없다. 1억원 남짓한 초저예산으로 제작된 아일랜드 영화로, 인지도 있는 배우가 출연하지도 않지만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음악과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의 힘으로 많은 이들의 인생영화로 등극한 작품이다. 국내에서 27만 관객을 동원하여 172만불의 흥행수입을 기록했는데, 이는 북미를 제외하고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결과다. 감독의 다음 작품인 <비긴 어게인>과 <싱 스트리트> 역시 한국에서 특히나 흥한 작품들이다. <비긴 어게인>의 경우, 국내에서 343만 관객을 동원하여 약 4,700만불인 월드와이드 수입 가운데 한국이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흥행을 거두었고, <싱 스트리트> 역시 56만 관객을 불러모으며 영국이나 일본시장의 두배 이상의 수치를 기록한 바 있다.



(2018.11.20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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