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5 작성)
10월 5일 개봉작 <디시에르토>는 멕시코 출신 조나스 쿠아론 감독의 데뷔작이다. 쿠아론이라는이름이 어딘지 친숙하게 느껴진다면? 딩동댕! 조나스 쿠아론은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아들이다. 사회 여기저기에서 금수저 논란이 일고 있는 요즘, 명감독인 아버지의 뒤를 이어 2대째 감독이 된 아들, 딸들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디시에르토>로 장편 데뷔한 조나스 쿠아론은 세계적인 명감독 알폰소 쿠아론의 외아들이다. <그래비티>를 통해 영국 아카데미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바 있으며 이 영화의 스핀오프 단편인 <아닌강>을 연출해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그래비티>의 각본은 알폰소 쿠아론과 공동 집필한 결과물이었고 <아닌강> 역시 단편 자체의 완성도로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디시에르토> 역시 아버지가 제작했다는 점에서 금수저 의혹을 지울 수 없는 상황인데 심지어 영화에 대한 평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최근 영화 조로 시리즈의 리부트인 <Z>의 감독으로 내정 되었는데, 데뷔작과는 차원이 다른 4천만불 규모의 할리우드 영화를 맡아 쿠아론이라는 이름에 먹칠하지 않는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영화인 가문의 소공녀가 바로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다. 아버지가 <대부> 시리즈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고 사촌 오빠가 니콜라스 케이지로 1살 때 <대부> 1편에 세례 받는 아기 역할로 출연할 정도로 영화 현장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라났다. <대부> 3편에 출연했다가 발연기로 어마어마한 비난을 받은 뒤 연출로 전향하는데 1999년 <처녀자살소동>으로 장편 데뷔한 후, 2003년 두 번째 연출작인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손에 넣으며 감독으로서 인정받게 된다. 2010년에는 <섬웨어>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거머쥐기에 이른다. 작품마다 다소 평이 갈리기는 하지만 아버지와는 완전히 다른 독자적인 감수성과 세계관을 그려냈다는 점이 소피아 코폴라의 감독으로서의 행보를 긍정하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저패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이 바로 <게드전기>, <고쿠리코 언덕에서>의 감독 미야자키 고로이다. 아버지와 비교될 것이 뻔하다는 생각에 애초에 애니메이션은 꿈도 꾸지 않고 임업을 전공하고 공원 설계 일을 하는데 지브리 미술관 건축을 맡은 것을 계기로 결국 애니메이션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그러나 <게드전기>는 시사 도중 미야자키 하야오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는 후문이 돌 정도로 형편없는 작품으로 완성되었고, 이후 5년간의 절치부심 끝에 들고 나온 <고쿠리코 언덕에서> 역시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성공하지 못한다. 결국 후계자를 찾지 못한 지브리는 제작부문 해체를 선언했고, 미야자키 고로는 타 제작사에서 TV용 애니메이션 <산적의 딸 로냐>를 연출했지만 이 역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오는 19일 재개봉을 앞둔 로맨스 영화의 교본 <노트북>의 감독 닉 카사베츠 역시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2세 감독 중 한 명이다. <글로리아>로 베니스 영화제 금사자상을 수상하고 <사랑의 행로>로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한 미국 독립영화계의 선구자 존 카사베츠가 그의 아버지이다. 닉 카사베츠는 극단적인 클로즈업 숏을 즐겨 사용하고 다큐멘터리와 같은 사실적인 미쟝센을 추구했던 아버지와는 대조적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정석 극영화 문법에 충실한 영화들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대표작으로 <노트북> 외에도 <존 큐>, <알파독> <마이 시스터즈 키퍼> 등을 꼽을 수 있다. 각각 86년생과 88년생인 그의 딸 버지니아와 사샤 카사베츠 역시 단편영화를 연출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어 장차 존 카사베츠의 손녀들까지 감독으로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2016.10.5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