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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로보 May 17. 2019

나는 왜 명상을 배워보려 했나

프롤로그

유물론자인 내가 전북 진안에 위치한 모 명상센터에서 열흘동안 명상수련을 받고 돌아왔다. 스스로를 유물론자라 참칭한 것은 전부터 기본적으로 신도 내세도 신비주의도 믿지 않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과학과 논리와 이성과 합리 만세!!! 대충 이런 스탠스랄까. 헤겔도 마르크스도 제대로 읽어본 적 없지만 아무튼.


명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유는 비정한 신자유주의 시대에 혐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실리적인 멘탈 관리 수단으로서 유용하지 않을까 하는 차원에서 였는데 이렇게 막연하게 흥미만 품고 있던 내 등을 결정적으로 떠민 것은 유발 하라리였다. 그렇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의 저자 말이다. 대학교수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저자이자 오래 사귄 (동성) 연인과 함께 살고 있는 생활인으로서 강의하랴 책 쓰랴 인터뷰하랴 연애하랴 누구 못지 않게 바쁠 텐데 아침저녁으로 한 시간씩, 그러니까 하루에 두시간을 할애해서 매일매일 명상을 한다는 거다. 도대체 명상이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유용하길래 그럴까 하는 일차원적인 생각이 나를 추동했다. 이제 더 이상 퇴사자라는 라벨을 붙이기에도 민망한 소속 없는 프리랜서라 (… 실질적 백수란 말이죠) 시간은 많고 돈은 없는 형편인데 해당 명상센터가 자율기부제라 큰 부담을 안 가지고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 또한 나를 이끌었다.


고작 열흘 간의 명상수련을 통해서 완전히 다른 내가 될 거라는 기대나 나 자신이 훌쩍 성장해서 돌아올 거란 생각으로 참가를 결정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영적이고 종교적인 것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내가 명상을 배워본다면? 육식을 포기하는 삶을 상상도 해본 적 없는 내가 비건 채식을 해본다면? 중증도 스마트폰 중독자인 내가 스마트폰 없는 열흘을 보낸다면? 과연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컸던 것 같다.

국민학교 시절 (네 국민학교 졸업생입니다……) 매주 한 번씩 있었던 ‘명상의 시간’ 이후로 단 한번도 명상이란 걸 시도해본 적 없는 나는 그렇게 진안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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