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갈 만한 박물관 1
브런치 북인 아이와 함께 한 런던 박물관 유람에 실린 글을 쓸 당시에는 박물관을 제대로 소개하기보다는 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을 기록해 두는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다 보니 사진이 아예 없는 글도 있을 정도로 어정쩡한 체험기에 그치고 말았다.
한국에 돌아와서 서울에 살기 시작한 이후에도 아이와 함께 여러 군데의 박물관을 찾아다녔다. 코로나19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긴 하지만 박물관은 상대적으로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편인 것 같다. 대부분의 박물관은 사전 예약을 해야 입장할 수 있는데, 보통 그 제한인원이 충분한 정도의 거리두기를 담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정해지기 때문에 예약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평소보다 인원이 적은 상황에서 쾌적하게 관람을 할 수 있다. 단, 예약 경쟁이 아주 치열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예약이 언제 풀리는지를 미리 알아둘 필요는 있다.
박물관에 대한 기초 정보를 얻고 아이를 유혹할 만한 포인트를 잡기 위해 블로그를 검색할 때마다 느꼈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저렇게 자세하게, 정성 들여 쓰지는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따라서 이 글과 후속 글에서는 아이를 데리고 가기에 좋은 이런 박물관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정도의 역할만 하고자 한다. 우선 이 글에서는 과학 분야의 박물관을 몇 군데 소개한다.
1. 국립 항공박물관
작년 7월에 문을 열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편이다. 이 글의 표지 사진에 나온 박물관이기도 하다. 김포공항 근처에 있으며, 주 전시 테마는 우리나라의 항공 역사, 항공 산업, 공항에서 하는 일 등이다. 1층 항공 역사 관에서는 공중에 매달려 있거나 전시관에 설치되어 있는 온갖 종류의 비행기 모형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예약을 하면 조종 관제, 기내 훈련, VR 체험 등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 내 아들은 이제 다섯 살이라 나이 제한 때문에 어린이 공항체험만 경험해 봤는데 상당히 만족하는 눈치였다.
2. 서대문 자연사박물관
https://namu.sdm.go.kr/site/main/home
어떤 사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국가가 아닌 서대문구에서 직접 운영하는 자연사박물관이다. 주말에 갈 예정이라면 온라인 예약 시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오전 10시에 다음 달의 예약이 한꺼번에 풀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규모가 아주 크지는 않지만 보통 자연사박물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우주, 지구, 공룡, 동식물 등을 테마로 한 전시가 충실하게 되어 있다. 3층에 있는 도서관이 키즈 카페 수준으로 놀기 좋게 되어 있어 아이를 데려가면 좋아했다.
3. 국립 어린이과학관
https://www.csc.go.kr/index.do
이곳도 상대적으로 최근에 개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재미있는 체험 시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교육적인 면도 놓치지 않고 있어 지금까지 가 본 과학 관련 박물관 중에는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세 번째 순서로 소개하고 있는 이유는 온라인 예약이 서대문 자연사박물관에 버금갈 정도로 어려운 편이고 창경궁 후문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 주차장 사정이 그리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바로 옆에 있는 창경궁 주차장은 빈자리가 쉽게 나지 않기 때문에 과학관 앞 도로변에 눈치껏 (불법) 평행주차를 하거나 근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 전시관 관람과 함께 예약이 가능하다면 천체투영관에서 영상을 보는 것도 강력하게 추천한다.
4. 부천 로보파크
http://www.robopark.org/
아들이 자주 보는, 장난감 가지고 노는 한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를 빙자한 광고를 하길래 한 번 가 봤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곳이었다. 부천 테크노파크 건물 내에 있어서 주말에 가면 주변이 썰렁한데 당황할 필요는 없다. 여러 종류의 로봇이 전시되어 있고 로봇 기술을 이용하여 오락실처럼 놀이를 할 수 있는 코너도 여기저기에 마련되어 있다. 매시간 20분부터 시작되는 전시투어를 따라다니면 로봇들이 각양각색의 공연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꽤 흥미롭다.
